전문위원 3명 간 의견 상이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 모아져

이재용측 "긍정적", 재판부 측 "유보", 특검 측 "실효성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편집 : 미디어S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편집. 미디어SR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에 대한 전문심리위원 3명의 평가가 엇갈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는 ‘미흡하다’고 평가한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는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재판부가 지명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7일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속행 공개재판을 열었다. 정식 공판이므로 피고인인 이 부회장도 이날 재판에 출석했다.

앞서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의 운영을 전문심리위원을 선정해 면밀하게 살핀 뒤 이를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에도 반영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홍순탁 회계사를, 이재용 부회장 측은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추천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을 맡았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지명했다.

홍순탁 회계사는 16개 항목으로 구분해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한 결과 13개 항목에서 `상당히 미흡', 3개 항목에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준법감시위의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회계사는 “최고경영자의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준법·윤리경영이 실효적으로 작동한다면 최고경영자도 직원들과 동일한 조사 과정과 책임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이 지명한 김경수 변호사는 "준법감시위 출범은 근본적인 구조 변화의 하나로, 진일보임이 틀림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치 권력과의 관계나 지배구조 등 최고경영진의 비리 방지에는 당사자의 준법 의지가 중요하므로 총수들 스스로 깊은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가 선임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준법감시 조직이 강화된 면이 있다"면서도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정리하고 선제적 예방활동을 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며 유보적인 의견을 내놨다.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을 맡아 탄핵 결정문 초안을 주도적으로 작성한 인물이다. 2012년 국회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고 6년의 임기를 마친 뒤 2018년 퇴임했다. 퇴임 2년만인 지난 9월 변호사 등록을 했다.

이에 더해 강 전 재판관은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는 2년인데, 위원의 선임은 관계사 협의와 이사회 결정으로 정해진다"며 "인선 여부에 따라 준법감시위 독립성과 독자성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준법감시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법령 개정이 없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준법감시위가 관계사 협약으로 구성돼 있고, 탈퇴가 자유로운 만큼 존속 여부는 관계사 의사에 달렸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 준법감시위 관계자도 미디어SR에 “관계사의 탈퇴가 자유롭기는 하나, 국민적 여론과 감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현실적으로는 (탈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언론보도를 통해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 의견을 접한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은 “위원회 활동에 대해 제3자의 검증을 받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데 적극 참고하겠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위원회에 주어진 소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재판부에 준법감시위 설치를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참작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민주주의2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YMCA전국연맹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 재판을 앞둔 시점에서 사법정의에 입각한 공정한 판결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법경유착에 의해 이 부회장의 감형을 위한 도구로 탄생된 만큼 많은 논란을 빚었다"며 "전문심리위원회 보고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재판부가 만약 이를 양형에 고려한다면 삼성 재벌의 하수인임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특히 "삼성을 비롯한 국내 재벌들은 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법적 특혜를 받아 왔다"며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사법적 특혜를 끊어내고 재벌개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엄정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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