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단' 조직하며 외부 인재 영입

진옥동 행장의 '돈키호테' 리더십도 주목

진옥동 신한은행장. 신한은행 제공
진옥동 신한은행장. 신한은행 제공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혁신을 위해서는 ’돈키호테’ 같은 엉뚱한 발상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내가 돈키호테가 되겠다.”

지난 2019년 11월, 취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자신을 ‘돈키호테’에 비유했다. 은행권의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돈키호테와 같은 발상이 필요하다며 “나는 돈키호테처럼 뚱딴지같은 이야기를 계속 하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취임 1년여 만에 신한은행의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혁신을 위해 과감한 인재영입을 비롯한 전략을 선보이며 ‘똑똑한 돈키호테 리더십'의 진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조직인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했다. 디지털 혁신단은 ‘고객 중심 일류 디지털 뱅킹 컴퍼니(Digital Banking Company)’로의 전환을 위해 신설됐다.

이는 AI 유닛(구 AI통합센터, AICC)·마이데이터 유닛(마이데이터 사업 전담)·데이터 유닛(구 빅데이터센터)·디지털R&D센터 등 네 개 조직으로 구성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조직을 이끌 리더로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영입된 인력은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 C&C 상무다. 이들은 각각 마이데이터 유닛장과 데이터 유닛장을 맡게 됐다.

국내 1세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 김혜주 마이데이터 유닛장은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데이터 분석 관련 실무 경험을 쌓은 빅데이터 전문가다.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 사업화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 주목을 받는 등 마이데이터 사업 이론과 실무에 정통한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김준환 데이터 유닛장은 ‘빅데이터와 AI를 사업 모델화 하는 데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은행권 AI 및 빅데이터 사업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삼성전자, ㈜SK C&C 그룹 등에서 빅데이터와 AI 부문을 이끌어왔다.

신한은행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 김혜주(왼쪽) 마이데이터 유닛장과 김준환 데이터 유닛장. 사진. 신한은행
신한은행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 김혜주(왼쪽) 마이데이터 유닛장과 김준환 데이터 유닛장. 사진. 신한은행

특히 신한은행은 이번 외부 인재 영입을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 내부규범까지 개정, 사전 준비작업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SR이 확인한 신한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인재 영입 공식 발표 5일 전인 지난 26일 ‘경영진’ 용어의 정의가 수정됐다. 규범에는 ‘경영진이란 임원 중 다음 각 목에 기재된 자를 제외한 사람을 말한다’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언급한 ‘임원’에는 사외이사, 비상임이사, 상임감사위원이 해당된다.

이번 개정을 통해 신한은행은 ‘상무 호칭을 사용하는 전문계약인력’을 임원에 추가했다. 이는 김혜주, 김준환 상무 영입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디지털 혁신을 위한 유능한 인재 영입을 위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바꾼 것”이라며 “이번에 영입된 두 사람은 상무 호칭의 전문계약인력이며, 임기는 2년”이라고 설명했다.

진옥동 행장의 디지털 혁신 전략은 비단 인재 영입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취임 후 1년 간, 기존 은행권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혁신으로 신한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했다.

비대면 업무의 범위를 넓힌데 이어, 이를 지원하는 모바일 플랫폼 ‘쏠 비즈(SOL Biz)’를 선보이며 개인 및 법인 고객들의 비대면 금융거래를 지원 중이다.

또한 시중은행 최초로 영상상담 시스템을 적용한 미래형 혁신 점포 ‘디지택트 브런치’를 오픈, 지점 축소의 부작용을 억제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은행업계에서는 또 다른 신한은행 발(發) 디지털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연임이 유력한 진옥동 행장이 보여줄 새로운 혁신 전략과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경영을 바라보는 진 행장의 ‘돈키호테 리더십’은 은행권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연임이 유력시되는 진 행장의 다음 스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기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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