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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우리나라에서 소위 명문대로 지칭되는 ‘SKY(서울·고려·연세대)’ 대학 CEO(최고경영자) 출신 비율이 2년 연속 30%를 밑돌며 재계에 탈(脫)학벌 바람이 올해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때와 비교하면 SKY 대학교 출신은 10년 새 15%p 가까이 떨어졌고, 이공계열 학과를 나온 CEO 비중도 1년 만에 다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대표 김혜양)는 ‘2020년 국내 1000대 기업 CEO 출신대 및 전공 현황 분석’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2일 밝혔다. 조사 대상 10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액 기준이며, CEO는 반기보고서 기준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하고 있거나 사장급 이상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등기임원(사내이사)이 조사 대상이다.

학부 출신대 및 전공 현황 등은 정기보고서를 기준으로 했고, 언론 기사 및 인물 검색 등도 참고했다.

올해 1000대 기업 CEO로 조사 대상자는 모두 1633명으로, 전반적인 탈(脫)학벌 바람 속에서도 여전히 단일학교 기준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서울대였다(243명, 14.9%). 이어 고려대(121명, 7.4%), 연세대(114명, 7%) 순으로 높았다.

또한 같은 명문대 중에서도 서울대 출신 CEO가 고려대와 연세대를 나온 최고경영자를 합친 숫자보다 더 많은 ‘S>K+Y’ 공식도 유지됐다.

자료. 유니코써치
자료. 유니코써치

다만 올해 조사된 1000대 기업에서 이른바 SKY대학 출신 CEO는 29.3%(478명)로 10명 중 3명 정도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0년에 43.8%였던 것과 비교하면 14.5%p나 하락했다. 특히 500대 기업 대상으로 조사했던 2007년 59.7%와 견줘보면 30%p 넘게 줄어들었다.

13년 전 500대 기업 재계인사들 중 SKY대 출신이 10명에 6명 꼴이었지만 최근에 이르러서는 3명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7년 전인 2013년에 처음으로 39.5%를 기록하면서 30%대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에는 29.4%로 30% 밑으로 처음 감소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0.1%p 더 낮아졌다.

자료. 유니코써치
자료. 유니코써치

2020년 올해 조사에서 SKY대 다음으로는 △한양대(79명) △성균관대(45명) △중앙대(39명) △부산대(37명) △서강대 및 한국외국어대(각 33명) △경북대(26명) △경희대(25명) △인하대(24명) △영남대(22명) 순으로 20명 이상 CEO를 다수 배출시킨 대학군에 이름이 올랐다.

서울·경기권을 제외한 지방대 중에서는 부산대, 경북대, 영남대 3곳이 20명 이상 되는 CEO를 배출하며 지방 CEO 명문대의 위상을 선명히 보여줬다.

대표적인 부산대 출신으로는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 등이 활약 중이고, 경북대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 LG이노텍 정철동 사장,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수일 사장이 야전사령관으로 뛰고 있다. KT&G 백복인 사장, 한미약품 우종수 사장,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 등은 영남대를 나온 CEO 그룹에 속했다.

이와 관련 유니코써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과거에는 명문대가 취업과 성공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었지만 시대가 급변하면서 이제는 학벌로만 평가받기 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할 때 더 각광받는 인재로 우뚝 설 수 있다”면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승승장구 증가하던 이공계 CEO 트렌드, ‘한 풀 꺾였다’

작년 조사에서 1000대기업 CEO 대학 전공별 현황 중 이공계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수치는 올해는 46.4%로 낮아졌다. 연도별 1000大기업 CEO 중 이공계 출신 비율은 2011년 43.9%→2012년 44.4%→2013년 45.3%→2019년 51.6%로 증가 추세를 보여 왔으나 올해는 그 증가세가 한 풀 꺾인 양상이다.

자료. 유니코써치
자료. 유니코써치

이는 경영 및 경제학도 등 상경계열 전공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자 중에서도 학부별 전공까지 파악이 가능한 CEO 가운데에서는 경영학도 출신이 21.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학도 7.7%로 나타났다. 두 전공자 숫자만 해도 30%에 육박한다.

특히 경영학도 중에서는 SKY대 3곳의 경영학과를 나온 CEO만 100명을 넘어섰다. 이중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 39명으로 가장 많아 CEO 최고 요람지의 아성을 지켜냈다. 이어 고려대 경영학 35명, 연세대 경영학 33명 순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3개 대학 경영학과 숫자 편차가 크지 않다.

대표적인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CEO로는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1955년) 회장, 이수화학 김상범(1961년) 회장을 비롯해 (주)LG 권영수(1957년) 부회장, SK이노베이션 김준(1961년) 사장, 대한항공 우기홍(1962년) 사장, 메리츠화재 김용범(1963년) 부회장, 광동제약 최성원(1969년) 부회장 등이 대학 선·후배 경영자로 파악됐다.

경영학과 및 경제학과에 이어 전화기 학과로 통하는 전자공학(6%), 화학공학(6.1%), 기계공학(6.8%) 전공자도 CEO 5명 중 1명꼴로 많은 편에 속했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OCI 이우현 부회장은 서강대 화학공학,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표적인 서울대 출신 CEO 중에서는 CJ제일제당 손경식 회장, 한국단자공업 이창원 회장, 동진쎄미켐 이부섭 회장, 한샘 조창걸 창업자, 삼양통상 허남각 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외 주요 오너 CEO 중에서는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 휴맥스 변대규 회장 등도 같은 동문 출신이고, 녹십자 허은철 사장은 70년대생 서울대 출신 젊은 오너가(家)에 포함됐다.

고려대 출신은 국내 30대 그룹 총수(總帥) 중 3분의 1 정도를 차지해 이목이 집중됐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 회장, 이재현 CJ 회장, LS그룹 구자열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 정몽규 HDC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삼양그룹 김윤 회장,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이 모두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CEO 중에서는 여성 최고경영자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을 비롯해 클리오 한현옥 대표이사,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이사, 인지디스플레이·싸이맥스 정혜승 부회장, 콜마비앤에이치 윤여원 대표이사는 연세대를 졸업한 여성 기업가로 꼽혔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최근 재계는 단순히 SKY대와 같은 학벌 위주로 CEO와 임원들을 선발하려는 방식에서 탈피해 시대 변화 흐름을 빨리 읽을 수 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과 조직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리더로 선발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앞으로는 자신만의 필살기가 될 수 있는 스킬(Skill)과 다양한 전문지식(Knowledge)을 축적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해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젊은(Young) 사고방식을 겸비한 ‘신(新)SKY’ 인재가 리더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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