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직원 50∼299인 사업장)에 대해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주52시간제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중소기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구인난이 겹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난까지 덮치면서 일부 중소기업은 아직까지 주 52시간제에 대비하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한 삶, 일과 생활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2018년 3월 주52시간제를 도입했고, 그 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인 대기업을 시작으로 주52시간제를 본격 시행한 바 있다.

올해 1월 50∼299인 중소기업으로 주 52시간제를 확대 시행하면서 1년간 정부 차원의 근로감독을 실시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뒀는데, 내년 1월부터는 근로감독시 근로시간 준수 여부도 확인한다.

정부는 올해 말 종료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예정대로 내년부터 전격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주52시간제 준수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을 고려해 노동시장 단축 컨설팅 등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주52시간제 현장 안착 관련 브리핑에서 “지난 1년간 정부의 각종 정책적 지원과 함께 현장의 노사가 적극 협력한 결과, 현재 시점에서는 주52시간제 준비 상황이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계도기간을 연장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고용부는 이와 관련 지난 9월 전문 조사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80% 이상이 주52시간제를 ‘준수 중’이라고 답했고, 90% 이상은 내년에 ‘준수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52시간제 시행 직전이었던 지난해 11월 조사에서는 ‘준수 중’인 기업이 57.7%, 지난해 말까지 ‘준수 가능’하다는 기업이 83.3%였음을 감안하면 정부는 내년 주52시간제의 본격적인 시행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도 2021년부터는 근로시간 준수여부 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주52시간제 위반 시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는다. 다만 처벌은 신고 접수 후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 후에 부여된다.

고용부는 또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계도기간을 따로 두지 않을 예정이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 결과는 고용부와 차이가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월26일~11월 6일 중소기업 500곳을 설문한 결과 39%가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500곳 중 13%는 현재 준비는 안 됐지만 연말까지는 준비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주간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기업 중에선 83.9%가 준비를 못한 상태였다. 고용부 조사와 차이가 나는 건 중기중앙회 표본에는 주 52시간제 준비가 특히 부족한 제조업체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이같은 조사결과의 차이에 대해 미디어SR에 “장비나 시설 등을 지속적으로 가동하는 제조업의 경우 주52시간제 준수가 어려운 상황인데, 중기중앙회의 설문조사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실장은 “도입이 필요한 업종에서 준수가 가능해야 제도 안착이 성공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보완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로 주 52시간제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은 범법자로 내몰리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로제 기간 확대와 요건 완화 등 보완 입법을 요구해왔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적을 때 덜 일하고 많을 때 더 일해서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현재 최대 3개월까지만 가능한데 재계는 이를 6개월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공휴일과 유급휴일화 조치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인건비 부담 증가와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며 “50∼299인 규모 기업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50인 미만 소규모 업체에 대해서는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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