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태 알에스미디어 대표. 사진 : 구혜정 기자
손병태 알에스미디어 대표. 사진 :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비디오 대여 산업을 흡수한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의 OTT(인터넷 기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도서 대여 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노블코믹스는 웹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웹툰을 말한다. 짧은 호흡과 빠른 전개,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한류 수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손병태 알에스미디어 대표 겸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회장에 따르면 한국의 도서 대여 산업은 IT 플랫폼 기업을 만나 웹소설과 웹툰이 합쳐진 노블코믹스 장르로 진화했다.

노블코믹스 플랫폼 기업 알에스미디어의 창업자이자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회장으로서 산업 생태계 육성에 힘쓰고 있는 손 대표를 만나 노블코믹스를 주제로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노블코믹스 시장, 어디서 출발했나?

"과거 대한민국에 도서대여법이 생긴 이후 전국에는 2만여개 도서대여점이 생겼다. 책을 빌려 보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당시 무협, 판타지, 추리, 스릴러 등 일명 장르문학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인기 있는 10권짜리 판타지 소설은 전국 도서대여점에 최소 20만부씩 팔렸다. 최고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PC와 모바일이 발전하면서 도서 대여점은 2000여개로 줄어들고 산업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새롭게 출시하는 인기 장르문학 작품이 모바일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과거 인기가 있던 웹소설 등은 전자문서로 바뀌어 서비스되면서 노블코믹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노블코믹스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한류 콘텐츠로, 문화 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 시작했다"

한국의 노블코믹스, 강점은 무엇인가?

"한국은 장르문학이 전통적으로 발전한 국가다. 소재가 다양하며 게임, 판타지 등 장르에 대해서 수용성도 높다. 소설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처럼 조선시대 인물이 갑작스럽게 등장해도 당황하지 않는다.

또, 한국에서는 노블코믹스의 원천이 되는 웹소설이 한해 수십만개씩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보급됐고 누구나 웹소설을 쓸 수 있는 문피아, 조아라 등 플랫폼도 있다. 웹툰보다 작가 지망생이 많아 압도적으로 많고 꾸준히 좋은 작품이 배출되고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라는 작품이 최근 성공한 대표적인 노블코믹스다. 현대 판타지 장르인데 일본에 수출돼 지난 10월까지 누계 3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최약체 사냥꾼에서 최강의 사냥꾼으로 각성하고 수련을 통해 레벨을 올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처럼 소재가 재미있고 신선하다. 일반 웹툰 작품이 10개 중 3개가 수익 분기점을 넘겨 성공한다면 한국의 노블코믹스는 10개 작품 중 7개 가 성공한다.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노블코믹스를 만들면 실패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노블코믹스 장르, 낯설다

"노블코믹스는 쉽게 설명하면 판타지, 무협, 로맨스, 추리, 스릴러, 대체역사와 같은 장르를 말한다. 과거 이슈가 크게 되었던 귀여니의 소설도 장르 문학이다. 네이버가 2010년 장르문학을 론칭하면서 웹소설이라는 이름을 지었고 이후 다음이 웹툰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2010년 초반부터 웹소설을 노블코믹스로 만들고 영화, 드라마의 지식재산권(IP)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었다. 예를 들어 구르미 그린 달빛, 커피 프린스 2호점, 성균관 스캔들이 대표적인 노블코믹스의 OSMU(하나의 소재로 다양한 장르, 매체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이하 OSMU) IP다.

무엇보다 노블코믹스는 타임 리스크가 없다. 과거 인기 소설은 지금의 청년들에게 사극을 보는 것과 똑같다.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다. 그러나 노블코믹스는 시대를 초월한다. 반지의 제왕, 동방불패는 30년 뒤에 봐도 내 현실과 무관하게 가상 세계로 존재한다.

한국에는 이러한 타임 리스크가 없는 작품의 보고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과거의 웹소설을 웹툰화한 작품은 신작과 다름없다. 이런 작품들이 해외에 나가면 완전히 흥행한다."

손병태 알에스미디어 대표. 사진 : 구혜정 기자
손병태 알에스미디어 대표. 사진 : 구혜정 기자

노블코믹스 시장, 어떻게 전망하는가?

"순수 웹툰, 웹소설만 하더라도 국내 시장만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카카오가 꽉 잡고 있는 카카오재팬의 일본의 노블코믹스 플랫폼 픽코마도 연간 70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3조원에 육박할 것이다.

국내 노블코믹스는 일본 외에도 프랑스 델리툰, 북미 타파스 들어갈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한국 웹툰을 자국에서 론칭하고 싶다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동시에 웹툰이 전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어 플랫폼 기업들이 마블처럼 IP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를 넘어서는 문화 콘텐츠가 탄생하게 된다면 영화와 음악이 아니라 노블코믹스일 것이다. 한국에는 해외 판타지물보다 좋은 원작들이 많다. 이를 바탕으로 한 웹툰과 영화, 드라마 콘텐츠는 한류의 주역으로 우뚝 설 것이다.

웹소설의 웹툰화 그리고 영화 ·드라마로 활용되는 과정을 설명 달라

기획자의 몫이 크다. 카카오페이지 등 플랫폼에서 순위가 첫 번째다. 댓글, 작품에 대한 분위기, 매출 등을 보고 웹툰화 하고 싶은 작품 리스트를 만든다.

이후 해당 리스트로 내부 기획 회의를 한다. 웹소설은 웹툰화 하면서 약간의 각색을 거친다. 예를 들어 주제와 큰 연관이 없다면 배경을 서울에서 뉴욕 등으로 바꿀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렇게 서비스 시작된 웹툰 중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을 원하는 작품은 사전에 플랫폼과 협조를 해서 성공 여부를 검토한다. 웹툰 구독자의 연령, 성별 등을 분석한다. 이를테면, 20대 남성이 열광하는 콘텐츠는 일본으로 수출한다.

무엇보다 웹툰은 OSMU에 최적화되어 있다. 기본적인 콘티가 이미 짜여 있는 셈이다. 웹소설에서 웹툰, 드라마로 전환하기 매우 쉽다. 미생과 이태원 클라쓰가 대표적이다.

산업 측면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는가?

"최근 구글이 인 앱 결제 정책을 발표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을 발의했다. 그간 발의된 각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

구글 인 앱 결제 강제화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산업은 바로 웹소설과 같은 웹콘텐츠 산업이다. 구글에서 통행세를 30% 받게 되면 매출의 70%에서 플랫폼과 출판사, 작가가 배분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글-플랫폼-출판사-작가 중에 가장 많은 몫을 구글이 가져가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키워온 웹소설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 및 국회의원께서 힘을 모아 구글인앱방지법을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바란다.

아울러 웹소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관련 교육 프로그램 등 인프라 지원은 거의 없다. 웹소설 아카데미를 만드는 등 인프라 구성을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같은 유관기관이 나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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