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감독 위해 이사회 인원 과반수 사외이사로 구성

KT, NC 여성 사외이사 선임으로 이사회 젠더 다양성 추구

[미디어SR 권혁주 기자] 기업지배구조란 경영진-소액주주-채권자-종업원 등 기업 이해당사자들의 역학관계를 총칭하는 말로, 즉 기업을 다스리는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를 압축한 표현이다.

넓게는 기업지배구조를 기업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경영 환경에는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시스템은 물론 시장에 대한 규제, 금융 감독체계, 관행 및 의식 등이 망라된다.

좁은 의미로 기업지배구조 기업경영자가 이해관계자, 특히 주주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감시 통제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사외이사제도 도입, 감사의 독립성 제고, 회계제도의 선진화, 소액주주권한 강화, 금융감독체계 강화 등을 기본 골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에서는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경쟁력의 원천이며 각국 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장의 기본요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이러한 인식은 경제와 자본시장의 국제화가 가속화되면서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국제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로 발전되기도 했다.

이에 미디어SR 기획팀은 2020년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춘 기업들을 분석해봤다.

KT, 이사회 다양성과 주주 참여 확대

KT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14일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평가등급'에서 통합등급 'A+(매우 우수)'를,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전년 대비 2단계 상승한 A+등급을 받았다.

KT는 투명한 이사회 구성과 운영,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통해 지배구조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KT의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4인, 사외이사 7인으로 사외이사 비율이 73%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대표이사(구현모)와 이사회 의장(김대유 사외이사)이 분리돼있어 의사회 구성에 대한 모범규준을 준수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자산총액이 1조를 넘는 대규모 공개기업의 경우, 전체 이사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사내이사보다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 있어,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고 객관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KT는 올해 3월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연초 “7월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여성이나 비(非)백인 이사회 멤버가 없는, 다양성이 결여된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를 돕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년간 이사진에 여성 이사가 포함된 기업의 수익 지표가 더 나았다는 통계를 근거로 삼았다.

한국에서는 올해 1월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KT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여은정 사외이사는 공학도 출신의 경제학 박사이며, 현재 한국금융학회 및 한국금융정보학회 부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재무금융분야 전문가”라면서 “가상화폐, 결제 등 핀테크(Fintech)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해 KT가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KT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한 바 있으며, 이사진의 보수를 영업이익과 직원 평균 연봉을 고려해 적정 수준으로 지급했다는 등 지배구조(G) 부문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KT에 따르면 구현모 대표의 올 상반기 보수는 6억6000만원으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20억6700만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44억2000만원)에 비해 낮았으며,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 결과 소액주주는 직접 주총장을 찾지 않은 채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주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

네이버, 소유-경영 분리와 주주친화 경영

네이버는 시총 10위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지배구조 부문(Governance) A+등급을 받은 기업이다.

네이버는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네이버는 실질적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으며, 독립적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건전한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2020년 10월 기준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지분 12.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고, 블랙록(5.03%)를 포함한 외국인투자자비율은 55.75%, 발행주식총수의 1% 미만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의 지분비율은 약58%이다. 대규모 지분 보유를 통해 기업 의사결정에 지배력을 갖는 개인 주주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지분 3.73%를 보유한 창업자 이해진 GIO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네이버는 누가 봐도 투명한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하고 있고 이것은 함께 네이버를 이끌어온 사람들과 저의 자부심이기도 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현재 네이버의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으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운영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사회 의장직은 한성숙 대표이사가 아닌 변대규 휴맥스 홀딩스 회장이 맡고 있다. 네이버 이사회는 2019년 총 16번 열렸으며 사외이사들의 참석률은 100%를 기록했다.

한편 네이버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꾸준히 현금배당 및 자사주매입을 실시하고 있다. 2019년 네이버는 주당 376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는데, 이는 2018년 대비 약 20%증가한 수치다.

이어 네이버는 주주환원 활동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하는 현금흐름 산식을 공개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별도 당기순이익의 5%를 배당금 재원으로 확보하고, 배당 후 남는 잔여 재원을 한도로 자사주를 취득해 즉시 소각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네이버는 2020년 2월 24일 자기주식 8만3000주를 취득하고, 이를 기존 보유한 46만7000주와 합쳐 총 55만주의 자기주식을 2020년 2월 27일자로 소각 완료했다. 당시 소각예정금액은 981억 규모이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네이버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상황에서 주주가 서면 위임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모든 주주에게 수취인 후납 처리된 우편 봉투를 위임장 양식과 함께 발송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는 내년부터는 주주총회 집중 기간을 피해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전자투표제 도입과 주총 4주전 소집공고 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주 권익과 편의를 더욱 증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C, 전문성과 다양성 갖춘 이사회 구성

엔씨소프트는 지배구조 부문에서 전년 B+등급보다 한 단계 상승한 A등급으로, 국내 게임사 중 최고 등급을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1인, 기타비 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5인 등 총 7인의 이사로 구성돼 있어 사외이사 비율이 71.4%이다. 다만 김택진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편 황창현 전 감사원장은 엔씨소프트의 사외이사로써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NC소프트는2010부터 10년간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를 맡아왔던 서윤석 전 이화여대 교수에 이어 최영주 현 포항공과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최영주 사외이사는 현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 위원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여성 수학자다.

이밖에 엔씨는 이사회의 보수 책정 기준, 이사회 활동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금배당성향을 30% 내외로 유지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중이다.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엔씨는 건전하고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 있어 전년 대비 핵심지표 준수율이 20% 증가했으며 향후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