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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인류가 인간 존엄이라는 가치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왔듯, 전 세계적인 흐름과 국가의 발전 단계에 맞게 기업 내부에서도 이제는 ESG경영이 체계화ㆍ제도화를 거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ESG는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줄임말이다. 쉽게 말해 그동안 이윤추구를 위한 비용절감과 효율 극대화가 기업활동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로 다뤄져 왔다면, ESG경영은 기업이 중장기적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세 가지 측면을 중시하면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에서 대다수 기업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ESG가 그저 단순한 기업이미지 관리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치부됐을 뿐, 경영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대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기업은 주요 투자처를 확보하고 발굴하기 위해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재무적 지표를 기업가치 극대화의 수단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국제적 책임투자 권고 규범인 UN사회책임투자원칙에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 데이터를 투자 시 중요한 판단요소로 강조하면서 국내에서도 ESG경영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하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특히 ESG경영을 통해 기업이 이윤추구 활동을 하면서 불거질 수 있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감으로써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이례적 상황 속에서도 수익의 안정성과 회복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 나오면서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런 토대 위에 몇몇 기업은 ESG경영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 판단지표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금융투자업계는 가장 먼저 눈여겨 봐야 할 대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ESG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단연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의 ESG평가 및 등급 공표 결과에서 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06년 국내 증권사로는 최초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ESG채권펀드, 미래에셋글로벌혁신기업ESG, 마이다스 책임투자, 슈로더글로벌지속가능 등 사회적 기업과 기후변화 대응 목적의 친환경 금융상품을 선별해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또 친환경 관련 직접 투자와 금융자문 및 주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칠레의 105MW 태양광 에너지발전소 프로젝트, 대한민국 거금도 25MW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자문과 주선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래에셋대우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속할 수 있는 금융 실현을 위해 투자 시 수익률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투자를 지향하고 있다"며 "사회적책임투자(SRI)는 글로벌이 주목하는 키워드로 기업과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미래에셋대우 또한 신재생 에너지 등의 친환경 투자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업계의 강자 한샘도 올해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면서 ESG경영에 걸음마를 뗀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올해 8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분야별 지속가능 경영 현황과 사회적 책임 활동의 결과를 공개하고 고객과 협력사, 임직원,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샘은 향후 매년 보고서 발간을 통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분야별 지속가능경영을 점검하는 동시에 투명하고 열린 경영을 강화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강승수 한샘 회장이 최근 "이번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한샘의 향후 50년, 100년을 이어갈 경영 방침을 실행에 옮겨 환경, 사회, 경제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샘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속가능경영은 기본적으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 만큼 각 분야별로 단기 혹은 중장기적으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모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별도로 지속가능사업을 구분해오고 있진 않지만, 기존에 진행해오던 상생 및 사회공헌, 친환경 정책들을 더욱 발전시키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소 보수적인 문화를 가졌다고 평가되는 건설사의 ESG경영도 이전보다는 한걸음 더 나아간 형국이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올해 건설사 최초로 ESG채권을 발행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ESG채권은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그리고 이 둘을 결합한 지속가능채권 세 종류가 있다. 이번에 포스코건설이 발행한 채권은 지속가능채권이며, 글로벌 금융사인 HSBC와 BNP Paribas로부터 사모방식으로 2년만기 1200억원 규모다. 

포스코건설은 ESG 가운데 사회분야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업계 최초로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설비공급 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는 등 상생을 위한 구체적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사회적 친화기업 구매우대제도를 도입해 사회적기업, 장애인 기업 등 사회적 친화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기업의 원활한 자금운용을 위해 계약이행보증금을 기존 10%에서 5%로 낮춰 보증서 발급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하도급법상 세금계산서 발급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금지급을 하게 돼 있던 것을 15일 이내로 단축하기도 했다.

아직도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라는 악재도 역설적이지만 ESG투자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지배구조원의 한 관계자는 22일 미디어SR에 "코로나19 이슈가 터지면서 해외에서 ESG가 우수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주가방어 능력이나 회복탄력성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환경변화나 기후변화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직원과 작업장의 안전 등 사회적 책임까지 관심이 넓어지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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