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미디어SR 전문가 칼럼=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문제에 답이 있다.” 정답이 될만한 힌트가 문제 속에 있으니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데 부터 챙기라는 뜻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나면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길 또한 의외로 쉽게 찾을 것이라는 의미도 함축돼 있다. 

문제 속에서 답을 찾는 시도는 어떤 분야에서도 가능하다. 요즘 국가적 현안의 하나인 '고령화'에 이같은 공식을 적용해보자.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누가 쥐고 있을까? 정부일까? 기업일까? 아니다. 고령화 문제를 푸는 진정한 답은 바로 고령자 본인들에 있다.

고령화 문제의 정체와 본질은 문제의 당사자인 고령자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고령화의 진정한 해결책도 결국 당사자가 찾아내야 한다. 정부나 기업은 그저 보조자일 뿐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해 특별한 경험을 했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국가미래상을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 직접 찾도록 시도해봤다.

전국에 거주하는 502명의 시민들을 국민참여단으로 초청해 미래가치, 미래이슈에 대해 사전학습을 거친 후 국민이 선호하는 미래에 대해 숙의토론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국가미래상으로 '도전분배사회'가 선정됐다. 즉 도전과 변화를 지향하면서도 분배와 협력을 추구하는 사회다. 

놀라운 것은 사회분야별 전문가 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선호미래 조사에서도 도전분배사회가 똑같이 1순위 선호미래로 채택됐다는 점이다. 선호미래와 국가미래상에 대한 일반국민의 선택과 전문가들의 선택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 동일했던 셈이다.  

국민 개개인의 생각은 어떨지 모른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이 이렇게 함께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은 놀랄만큼 정확한 해답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국민이 함께 참여한 만큼 국민적 공감대도 자연스레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럽과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와 사회의 미래비전을 수립하는 데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4년부터 유럽연합에 속한 모든 나라들이 의무적으로 시민들과 미래에 대한 대화에 나서도록 요청해왔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시민과의 미래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2019년에는 1200개의 시민대화가 시행됐다. 지금까지 유럽시민 26만명이 미래비전을 수립하는 대화에 참여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싱가포르는 2012년부터 시민과의 직접 인터뷰 방식으로 시민들이 어떤 미래사회를 원하는지 묻는 ‘우리 싱가포르 대화(Our Singapore Conversation)’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싱가포르의 시민참여 미래예측 활동은 진화를 거듭해 현재는 SGFuture(싱가포르 미래)라는 브랜드로 추진되고 있다. 시민들은 누구든 싱가포르의 선호미래를 구현하는데 기여할 프로젝트를 제시할 수 있고 공적인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똑똑하고 스마트한 국민이 직접 참여해 우리 모두가 지향할 국가미래상을 정립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내면 어떨까. 첫 프로젝트로 ‘고령자가 직접 참여하는 고령화 대응 국가전략 수립’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만들고 추진해왔다. 정부, 공공기관, 관련전문가들이 참여해 올해말까지 2021-2025년간에 걸친 제4차 기본계획도 만들어질 것이다.

물론 이같은 계획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병행해 당사자인 고령자가 직접 참여해 20년, 30년 앞을 내다보고 만드는 국민참여 기반의 고령화 대응 국가전략도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고령화 대응정책은 고령자 지원정책 중심이었다. 고령자 부양사회를 전제로 한 국가전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고령화는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 수명이 길어졌고 국민 누구나가 중장년을 거쳐 고령자로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이제는 고령자 자립사회를 전제로 한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고령화 대응정책은 노인지원정책을 뛰어 넘어 국민 전체의 인생설계와 인생관리 지원 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숙명적으로 맞이하게 될 고령화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에 답이 있다.” 고령화의 답도 고령자에 있다. 고령자가 함께 모여 직접 고령화 국가전략을 만드는 장(場)을 만들어 보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먼저 50세 이상 전국의 국민 1000명을 대표로 뽑는다. 고령화의 정체, 본질, 해답을 찾기 위한 숙의 과정을 6개월간 진행한다. 예를 들어, 고령화 대응에 가장 우선적인 해결이슈로 건강증진, 생애교육, 인생다모작의 세가지로 정하고 해결책을 함께 토론하고 제안하게 한다.

1인당 참여수당을 월 50만원씩 지급하면 50만원x6개월x1000명으로 3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결과적으로 얻는 사회적 가치는 수조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혁신 프로젝트의 하나로도 추진할 수 있다. 고령화전략 국민참여단의 숙의 토론 결과에 기초해 전문가들이 추가적으로 전략을 다듬는다. 그같은 과정을 거쳐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당사자인 고령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고령화 대응 국가전략'을 수립한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수단이 과거와 똑같으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시대 흐름에 맞고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고령화 대응을 그 첫 사례로 제안해본다.  '답은 늘 문제 속에 숨어있다.'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프로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사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부원장을 역임한뒤 한국국토정보공사(LX) 공간정보연구원장을 거쳐 올해 5월부터 국회 미래연구원장으로 재직중이다. 또한 미래학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IT와 미래사회를 연구해왔고 <인생 르네상스 행복한 100세>, <미래 만들기> <모든 비즈니스는 서비스로 통한다> 등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최근 <그림으로 생각하는 인생디자인>을 펴내 화제가 된 바 있다. 요즘은 유튜브채널을 통해 유튜버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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