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 21년만에 회장 교체 ....정의선 회장 '인류 미래 나눔' 키워드 제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4일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각각 이날 오전 온라인으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각 사 이사회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을 필두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코로나19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한다는 그룹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핵심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은 2018년 9월 현대차 부회장에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2년여만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21년만에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도 물려받은 바 있다.

재계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기 입원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 책임경영의 키를 보다 확고히 쥐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그룹 내부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추진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한다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을 출범 10년 만에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시킨 바 있다.

정몽구 회장은 위기 때마다 아들에게 중책을 맡겨 경영 능력을 테스트했고, 정의선 부회장은 혁신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2005~2009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사장)를 지내며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등 출중한 경영능력을 안팎에서 인정받았다.

당시 정 부회장은 저조한 판매 실적을 ‘디자인 경영’으로 타개했다. 특히 그가 그룹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우디·폴크스바겐에서 영입한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을 맡아 기아차 디자인에 혁신을 일으키기도 했다.

금융위기 당시 현대차 부회장을 맡았을 때에는 미국에서 ‘구매 후 1년 내 실직하게 되면 차를 되사주는’ 파격적인 보증프로그램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0년대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며 브랜드 고급화에도 경영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를 올해 상반기 기준 세계 4위권 전기차(EV)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세계 최초 수소전기트럭 양산에 성공하는 등 미래 친환경차 사업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메시지 영상 갈무리.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메시지 영상 갈무리.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이날 정의선 회장은 온라인 영상으로 전세계 그룹 임직원들에게 취임 메시지를 보냈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의 그룹 혁신의 지향점의 시작을 ‘고객’으로 꼽고 ‘인류, 미래, 나눔’ 등의 비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면서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지론인 고객 존중, 고객 행복이라는 가치의 새로운 창출의 당위성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특히 고객의 가치를 '인류'로 확장했다. 그는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고 강조하면서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고객의 삶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핵심 성장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와 함께, 로보틱스,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메시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짚으면서 나눔을 통한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변화도 힘주어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활동들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정의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수평적 소통과 자율을 기반으로 그룹 체질을 선하고, 열린 조직문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전세계 사업장의 임직원 모두가 ‘개척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룹의 성장과 다음 세대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은다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임직원의 귀중한 역량이 존중 받고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를 가속화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인류의 삶과 행복에 기여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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