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 게시된 물류센터의 상황.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최근 온라인에 게시된 물류센터의 상황.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CJ대한통운의 택배 지연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용자들이 분노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 택배가 천장 가까이 쌓인 CJ대한통운 물류창고 사진이 공개되면서 현재진행형인 ‘택배 대란’에 대해 이용자들은 일단 사태를 파악하는 단초가 됐으나 회사 측의 늑장대처에는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실정이다.

A출판사 대표 전 모씨는 12일 미디어SR에 “택배가 늦어져 지난 11일로 예정했던 저자와의 행사를 결국 취소해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수령한 책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는 행사이기에 책이 배송되지 않아 행사도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구매자로부터의 항의와 행사 취소로 인한 부담 등은 고스란히 출판사의 몫으로 남았다.

전 모씨는 CJ대한통운이 상품을 일주일 전에 수거해갔음에도 아직 물류센터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왼쪽), 지속되는 배송 지연에 누리꾼들이 CJ대한통운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가운데, 우). 사진. 온라인 갈무리
전 모씨는 CJ대한통운이 상품을 일주일 전에 수거해갔음에도 아직 물류센터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왼쪽), 지속되는 배송 지연에 누리꾼들이 CJ대한통운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가운데, 우). 사진. 온라인 갈무리

그는 “추석 이후에 물건을 받아간 지 오늘로 일주일째인데 아직도 (구매자들에게) 책이 배송되지 않았다”면서 “넉넉잡아 3일 안팎으로 배송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 상황이면 회사 측의 해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CJ대한통운 측의  고객외면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전 모씨는 이같은 택배 지연과 관련해 고객 상담 전화와 홈페이지의 온라인 1:1 문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CJ대한통운 측에 지연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들으려 했으나 답변조차 듣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은 전씨만이 아니다. 다른 사업자들도 SNS를 통해 “CJ로 생물 배송할 경우 100% 사고 난다”고 주장하거나, 배송한 물품을 “차라리 돌려달라”는 이용자도 있었다.

배송 조회 가능한데...본사는 여전히 "상황 파악 중"?

CJ대한통운은 추석 전부터 ‘배송 지연 현상’을 안내해왔다. 다만 지난달 21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최근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추석 선물 등 물량 증가로 인해 일부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가 전부일 뿐, 최근의 ‘택배 대란’에 해당할 정도의 지연 현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안내 및 조치, 또는 해명도 없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의 SNS에서도 지연과 관련한 해명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일부 (배송이) 지연되고 있는 지역이 있으나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CJ대한통운 측은 택배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지점과 그 규모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물류 허브(센터) 사진을 게시한 한 고객은 “상하차하겠다는 아르바이트도 없고, 오는 사람도 없어서 관리자들도 내려놓은 상태라고 한다”고 전했다. 사진에는 밀린 택배가 산처럼 쌓여 천장에 닿을 정도다.

경기 남부. 사진. 온라인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물류센터의 최근 현황. 사진. 온라인 갈무리(https://www.fmkorea.com/best/3141251049)

회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온라인 상에 게시된 물류 허브 사진은 착오가 있다”면서 “일시적인 물동량 증가일 뿐, 해당 물품은 하루만에 수령자에게 모두 인도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해당 사진을 올린 글에 배송 지연을 겪고 있는 이용자들의 불만사항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디어SR에 “현재 (택배 물량이 너무 많아) 각 동네마다 있는 ‘서브 터미널’에 택배가 많이 잔류돼 쌓여있는 상태”라면서 “통상 수도권은 익일 배송하던 구조이지만 해당 물품들이 서브터미널에 적체되다 보니 허브터미널을 거쳐 수령자에게 인도되는 시점이 최소 2~3일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휴 뒤 물동량 급증...CJ대한통운, 택배‧알바 노동자 비명에도 ‘백마진’에 몰두

증권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3분기 택배 물동량은 지난해 3분기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3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8월 중순 경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비대면 소비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물동량도 1000만개를 돌파해 지난해 일평균 물동량 (400만~600만개)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및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달 18일 택배과로사 대책위는 이같은 분류작업 전면 거부 결정을 철회했으나, 사측인 CJ대한통운은 당초 약속한 인력의 15%도 못 미치는 인력만을 추가 투입했다. 사진은 17일 기자회견 현장. 사진. 구혜정 기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도 “택배 물동량은 추석 연휴 이후에 훨씬 더 늘어난다”면서 “9월부터 증가해 11월은 1년 중 택배물량이 가장 많은 달”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이어 “작년만 살펴보더라도 추석 연휴가 있었던 9월 한 달동안 택배물량은 2억3154만개였지만 10월에는 2억4735만개로 더 증가했다”고 밝혔다.

택배연대노조의 설명대로 연휴가 끝난 지난 6일부터 택배 배송조회를 하는 이용자들로 ‘택배’ 관련 단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CU와 GS 등 편의점 택배 홈페이지에 이용자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택배 대란에 가까운 지연 현상에 대해 김태완 위원장은 미디어SR에 “물류 센터의 시설 자체는 (CJ대한통운이) 타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보다 분류작업에 할애되는 시간이 너무나 길고, 배송량 자체도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 CI. 사진. CJ대한통운

김 위원장은 특히 CJ대한통운의 배송 지연이 회자되는 이유에 대해 ‘백마진’을 꼽았다. 통상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택배비가 2500원이라면 CJ대한통운은 저단가 경쟁을 통해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대신 마진(이윤)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는 것이다.

택배비 2500원 중에서 1700~1800원 가량을 택배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금액을 고객사(배송을 주문하는 측)이 수령한다.

고객사가 물량을 늘리면 CJ대한통운은 마진율을 줄이더라도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박리다매(薄利多賣, 이익을 적게 보고 많이 파는 것)’ 방식을 취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앞서 A출판사 대표도 “CJ대한통운이 (배송)단가는 1000원정도 더 싸다”고 밝히면서 “다른 택배사의 경우는 이처럼 늦게 배송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배송이 이처럼 지연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CJ대한통운 측은 물량 확보에 혈안이 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CJ대한통운의 택배노동자들이  심각한 과로에 시달리는 것은 이같은 사측의 운영 전략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CJ그룹 제공 

지난 7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과로사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으나, 바로 다음날인 8일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김모(48세)씨가 사망하면서 과로사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

올 초부터 지난 8일까지 과로사한 택배 기사만 해도 8명, 그 중 CJ대한통운에서 일하던 기사는 5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배노동자 821명의 노동 시간은 주당 71.3시간에 달하고, 평균 12분 안에 점심을 해결하는 데다 4명 중 1명은 식사할 시간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같은 ‘배송 지연 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멈추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분류작업 인력을 증원하고 배송수수료를 인상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50%를 넘기면서 업계 1위 자리를 굳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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