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 효성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그간 착실하게 준비해온 그룹 신사업이 ‘그린뉴딜’로 부스터(booster, 보조 엔진)를 달게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조 회장이 지주사체제 전환과 그룹의 기반 구축을 안정적으로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효성그룹은 섬유와 화학, 중공업 등 전통 기반 산업을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탄소섬유 제조 및 수소 충전소 사업 등에 진출하면서 수소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데이터 산업에도 진출한 바 있다.

최근 현금을 대거 확보한 효성은 수소 사업을 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2008년부터 수소 관련 사업 부문의 연구 및 투자에 집중해왔다.

주력 계열사인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효성첨단소재를 통해 수소 생산부터 판매 및 소비까지, 수소 에너지의 핵심 밸류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앞서 전력사업과 건설사업을 해온 노하우 덕에 수소충전소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수소충전소 공사실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3분 급속충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현재까지 15개의 수소충전소를 건립했으며, 현재도 추가 건립 중인 곳이 많다”면서 “코로나19 등 외부 여건과 불확실성이 있어 정확한 목표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향후 '수소 충전소' 수요에 따라 추가 건립 계획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66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효성중공업의 경우 수소차 충전시스템을 최초로 국산화해 개발한 업체로, 수소충전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효성중공업에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그린 뉴딜정책 본격화로 자회사들의 수소사업 성장성 등이 가시화할 경우 추가 (가치)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성 조현준 회장(왼쪽 세 번째)과 린데코리아 성백석 회장(왼쪽 네 번째)이 액화수소 생산을 위한 MOU를 체결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효성 제공
효성 조현준 회장(왼쪽 세 번째)과 린데코리아 성백석 회장(왼쪽 네 번째)이 액화수소 생산을 위한 MOU를 체결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은 수소충전소 건립에서 나아가 수소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축에도 나선다.

지난 4월 말 효성은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합작해 액화수소 생산‧운송부터 충전시설을 설치‧운영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양사 합작법인은 울산에 연간 생산량이 1만300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2022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효성화학이 생산하는 부생 수소를 린데그룹의 기술과 설비를 통해 액화 수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효성은 이를 위해 3000억원을 투자했다.

효성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체 상태의 수소는 액화수소와 비교해 부피가 3배나 크고 폭발 위험도 좀 더 높다”면서 “액화수소를 생산하게 되면 운반 비용 등이 훨씬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효성은 효성첨단소재를 통해 수소자동차 연료탱크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탄소섬유는 수소경제뿐 아니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대체재로 쓰일 수 있어 성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같은 신사업 진출은 최근 효성그룹이 실탄을 확보하면서 가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효성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효성캐피탈 매각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다.

투자은행업계는 효성캐피탈 매각가를 40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달 15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새마을금고 컨소시엄을 효성캐피탈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효성은 미국 판매법인 HICO를 계열사와 안양 공장 부지 일부도 각각 효성중공업과 중공업 자회사인 에브리쇼에 매각해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효성이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될 현금이 6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했다.

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효성티앤에스의 상장도 예정돼 있어 추가 현금 확보도 가능한 상황이다. 효성티앤에스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금융자동화 기기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효성그룹은 이 회사의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KB증권과 대신증권을 선정했다.

다만 효성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수소 관련 추가 연구‧개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액화수소 생산 계획을 밝힌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수소차 보급이 수요를 결정하는 주요인”이라며 “아직까지는 수소 생산 기술과 관련한 추가 연구‧개발 등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현재 계획한 신사업부터 집중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신사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높으나 효성중공업의 실적은 아직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효성중공업의 중공업 부문은 2017년까지 분기별로 100억~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다 2018년부터 꺾였으며 올해 1분기는 766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 폭이 전년 동기 대비 6배나 증가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반덤핑 관세가 중공업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수출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에 대해 미국이 40~6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1년부터는 최대 6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은 수소 등 신사업에도 집중하면서 중공업 부문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효성은 이같은 변압기 대미 수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4650만달러(약 5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효성은 그룹 내 IT계열사인 효성ITX를 통해 향후 전망이 밝은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뛰어들기로 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한국판 뉴딜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 사업을 효성ITX가 수주하면서 내년에도 견조한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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