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분리매각도 쉽지는 않아

에어부산‧에어서울 묶어 팔고, 플라이강원도 매물로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회사 분리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탓에 항공업계의 위기가 얼마나 이어질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매각 자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분리매각 방안뿐 아니라 채권단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묶어 한번에 매각하려는 시나리오를 검토중인 가운데 플라이강원 매각 가능성 마저 거론되고 있다. 설왕설래했던 ‘항공업계 재편’이 과연 성사될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안정화하고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가치를 제고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통매각이든 분리매각이든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통매각도 힘들지만 분리매각도 쉽지 않아서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시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당초 아시아나와 자회사를 한데 묶어서 통째로 매각하려던 계획을 밀어붙이는 대신 경쟁력 있는 자회사들을 각각 시장에 매물로 내놓음으로써 매각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회사를 매각하고 나면 아시아나항공의 덩치가 작아져 그만큼 매각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산하에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예약 서비스 업체 아시아나세이버, 시설관리 업체 아시아나개발 등 6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한 골프장과 리조트를 보유한 금호리조트, 금호고속관광 등 손자회사도 있다. 이들 자회사를 개별 매각하면 인수자를 구하기 쉬울 뿐 아니라 몸값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의 구상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외부 컨설팅을 실시하고 다양한 검토를 거쳐 추후 필요한, 가능한 시점에 매각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매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에어부산 항공기(위), 에어서울 항공기(하). 사진. 각 항공사
에어부산 항공기(위), 에어서울 항공기(하). 사진. 각 항공사

특히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한데 묶어 약 8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남을 거점으로 한 에어부산은 최근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진출해 국제선 운항을 시작했다. 운영 노하우와 정비력 등을 갖추고 있을뿐 아니라 국제선 운항에도 뛰어듦에 따라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알짜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연간 흑자를 기록한 적은 없으나 일본과 동남아뿐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선 취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상장 자회사인 아시아나IDT의 경우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2000 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금호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는 회원제 골프장인 아시아나CC도 약 2200억원대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업계의 운항률 급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이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지가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두 회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다. 기안기금 지원 조건에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 유동성 확보 노력이 들어가 있어 채권단 관리 아래 노선 정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항공업계 전반의 재편 가능성이 엿보여 주목된다. 채권단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과 신규 LCC인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도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사 간 통합 및 공동 운항 등 합종연횡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가 도입하는 보잉(Boeing) 787-9 기종. 사진. 에어프레미아
에어프레미아가 도입하는 보잉(Boeing) 787-9 기종. 사진. 에어프레미아

에어프레미아와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는 400억원대 자본금이 벌써 바닥난 상태다. 특히 플라이강원은 ‘양양 서퍼비치’ 코스로 반짝 특수를 누렸으나 최근 강원도의회 마저 30억원 규모의 운항 장려금 지급 계획을 철회하며 현금 유입이 꽉 막힌 실정이다.

당초 강원도의회는 플라이강원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내년 지원금 중 일부를 미리 지급하려 했으나 돌연 입장을 바꿔 불충분한 자료 제출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줄이 마른 플라이강원은 이달 임직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지상조업료 등도 연체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투자업계 전문가들도 “항공사 여러 곳을 동시에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는 전략도 가능할 것”이라며 항공업계 합종연횡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국내에는 총 9개의 LCC가 있는데 에어서울, 에어부산, 이스타항공을 모두 인수할 경우 지난해 기준 국제선 점유율이 13.7%에 이를 전망이다.

항공사의 가치는 운수권과 노선, 슬롯(특정 시간에 공항을 사용하는 권리) 등으로, 이들 항공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

또는 항공사를 굳이 인수하거나 통합하지 않고도 동맹에 준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해 공동 운항 및 공동 경영을 해나가는 방안도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협력관계를 맺어 공동 운항 등을 검토했으며,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뒤 공동 경영을 해나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한편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291.3%, 자본잠식률은 49.8%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아사아나 항공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책지원금 규모를 올해 1000억원, 내년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반짝 호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내년에도 국제선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신평은 화물 운송 단가가 기존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적자 폭이 내년에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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