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이승균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로 꼽히는 인물이다. 1957년 대한민국 충북 괴산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를 나와 풍산금속공업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한국 3M으로 이직 후 7년만에 소비자사업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본부장 승진 3년만에 3M필리핀 지사장에 임명됐다. 필리핀 사원 700여명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노사 분규를 벌이던 것을 전직원 개별 면담 끝에 극적으로 해결하고 미국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3년 뒤 다시 수석부회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신 부회장은 입사 20년만에 매출 20조원을 책임지는 3M 수석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그 흔한 어학연수 경험 조차 없으면서도 세계적인 혁신기업 3M의 수석부회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신 부회장은 대학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교양서적을 읽다가 3M의 혁신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고 한다. 가장 혁신적이며 선호받는 공급자가 된다는 3M의 비전을 체화해 성공을 이룬 셈이다.

2019년 LG화학 부회장으로 변신한 이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과 첨단소재사업을 모두 강화해 LG화학을 글로벌 톱5 화학 회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갈수록 탄력이 붙고 있는 신 부회장의 발길이 또 한번의 성공신화를 일궈낼 지 주목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은 LG그룹 회장 자리에 앉은 뒤 순혈주의를 깨트리며 외부 인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신학철 바로 LG화학 부회장이다.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이 선택한 뉴LG호의 첫 번째 외부 인사다. 신 부회장의 영입을 두고 그룹 내부에서는 LG그룹 전체가 글로벌향 사업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혁신 기업인 3M에서 수석부회장,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이 신 부회장의 영입 배경이라는 LG그룹의 설명속에 구광모 회장의 세상 보는 눈을 엿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안정을 추구하는 화학 산업에서 안주하지 않고 배터리 시장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 부회장을 영입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실제 구 회장이 신 부회장을 영입한 후 1년이 조금 지난 올해 2분기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은 흑자로 전환했다. 당장의 성과가 신 부회장의 공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가속 페달을 밟은 LG화학의 사령탑을 맡아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구 회장 입장에서 그룹 전체 매출의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LG화학의 수장을 외부 인사로 영입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 사업인 2차전지 시장에서의 확실한 패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신 부회장을 통해 구현해낸 것이 바로 구회장의 안목이라는 평가다. 

권영수

LG그룹 부회장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을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육성해 온 인물이다. LG화학의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서 최근 배터리 부문의 분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은 2011년 12월,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소형전지·중대형전지사업부 통합 조직인 전지사업본부를 4년간 이끌며 LG 배터리 사업을 키워왔다.

LG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에서 권 부회장만큼 해박한 인물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3월 LG화학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어 LG화학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LG그룹의 책사인 권 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기술유출 관련 소송전에서도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LG화학의 분할 신설 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도 권 부회장의 존재감이 어른거린다.

권 부회장은 2004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로 재직 당시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LCD를 한국 기업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당분간 권 부회장은 LG화학의 앞길을 가로막는 거미줄을 쳐내고 신 부회장은 권 부회장을 뒤따라 손발을 맞춰가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명

LG화학 자동차전지사업부문 부사장이다. 2014년 LG화학 모바일전지개발센터장에 이어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 상무, 전무를 거쳐 2019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배터리사업의 핵심이 되는 자동차전지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김 신임 부사장은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생으로 만 50세 나이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향후 10년간 LG그룹 내 핵심 주력 사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김 부사장은 신학철 부회장이 선택한 배터리 부문 최고의 엔지니어다. 신 부회장은 그가 지난 2년간 소형전지사업부 임원으로 일하면서 지속적인 이익 창출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김 부사장은 현재 매출 9조원에 달하는 자동차전지사업을 5년 내로 30조원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함께 환상의 콤비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적 요구사항이 높아지고 있고 전고체 배터리 등 산업의 기술 혁신이 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 후발 업체와 격차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다. 배터리에 미래를 걸고 있는 것은  LG그룹뿐만 이 아니다. 삼성과 SK도 배터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SK그룹의 배터리 사업를 진두지휘하는 김준 사장은 경쟁업체의 수장인 신학철 부회장으로서는 굉장히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김준 사장이 2018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조지아 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등 배터리 투자를 확대해 나가면서 LG화학과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내면서 신 부회장과 김준 사장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8월 국내 법원도 LG화학의 해외 특허소송 제기에 문제없다고 판단해 1라운드는 신학철 부회장의 판정승. 최근에는 합의금 규모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소송과 관련해 한쪽이 입장문을 내면 곧장 반박 입장을 낼 정도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990년대 후반 LG그룹이 빅딜을 통해 포기한 반도체가 SK그룹의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로 성장한 과거를 떠올린다면 양사간 이같은 예민한 샅바싸움도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를 앞두고 김준 사장이 지난 24일 2차전지 분리막에 3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소재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신 부회장과 김준 사장은 고객사 확보 외에도 배터리 소재 등 수급에 있어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3M

KBS 1TV 교양 프로그램 글로벌 성공시대에 출연한 신 부회장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신 부회장은 3M 수석부회장으로 재직 당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분 단위로 시간을 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 부회장이 탁월한 도전정신과 불굴의 실천력을 토대로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은 곳은 3M이었다. 외국에 가본 적도 없는 그는 3M에서 두터운 신뢰와 평판을 쌓아 셀러리맨의 신화를 쌓았다.

그의 퍼스널리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한국적인 강인함과 성실함, 도전정신의 바탕에 덧입혀진 미국식 혁신 문화이다. 이러한 퍼스널리티는 3M에서 완성된 셈이다.

조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정제하고 이를 고객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 제품 생산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분명한 철학을 3M에서 마련했다.

소액주주

지난 9월 17일 LG화학 주주들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물적 분할한다는 공시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분할해 LG화학의 100%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기로 했다는 것이 골자다.

LG화학 측은 분할 신설회사는 전지 관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해당 사업부문의 전문성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인적분할을 하지 않고 물적 분할을 해 껍데기에 불과한 LG화학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 시장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물적 분할 공시 당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소액주주들은 물적 분할을 해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이 향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희석되는 LG에너지시스템의 지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물적 분할 공시 이후에도 기관 투자자에게만 별도 IR를 진행한 것도 소액주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신학철 부회장에게 소액주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설득해야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다. 최근 인도네시아 등 투자 건이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설득의 달인이라는 신 부회장이 과연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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