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노조 "'근로자대표'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제도부터 '꼼수' 작용" 목소리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사태 해결 촉구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사태 해결 촉구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하 조종사노조)은 정부와 여·야를 넘나들며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해결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박이삼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5억원'이면 임직원들의 생계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한시라도 빨리 재매각을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는 16일 미디어SR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이 최선의 방향이라는 데 (경영진과) 합의했다”면서 “이 의원의 책임 규명은 추후에 이뤄질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다시 일할 수 있게 되기를 우선적으로 바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조종사노조와 정치권에서는 이상직 의원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현재 재무 상황을 보면 이 의원에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이삼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미디어SR에 "현 근로자대표는 사실상 사측 입장을 대변하기 바쁘다"면서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과정도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대다수의 직원들이 기존 노사협의회대표들을 근로자대표로 선출했는데,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투표가 정리 해고를 단행하기 이전에 이뤄져 근로자의 의견이 (사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경영진이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비판인 셈이다.

이어 박 위원장은 "임금 체납분을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이상직 의원을 비롯해 여당과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재매각 등의 경영 정상화 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생계 보장 후에 재매각이든 파산 절차든 진행돼야 한다"고 봤다.

앞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정리해고 기준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 박이삼 조종사노조위원장도 참여했는데도 조종사노조가 입장을 바꿨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사측이 구색을 맞추기 위해 조종사노조의 참석 사실만을 내세운 셈이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의 노사 협상 및 논의 과정에서도 조종사노조는 발언권도, 투표권도 없었고 단지 참관인 자격만으로 논의 과정을 지켜봤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장 이 의원 관련 의혹과 체납 임금의 문제가 시급한 상황에서 당사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이러한 현실은 입법 미비로 인해 발생한다.

근로자대표는 ‘과반수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사실상 과반수 노조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므로 매우 중요한 지위다. 특히 2018년 기준 11.8%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과 근로자에 불리한 규칙 변경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동의 없이도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노동관계법에서는 근로자대표 선출 과정에 대한 규정이 없다. 노조의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설립·운영의 민주성, 조합원 자격 등을 규정한 여러 조항이 있고, 사용자가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도 있지만 근로자대표와 관련한 선출 방법, 임기, 권한, 사용자의 압력에 대한 보호 방법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기존 사측의 주도 아래 진행되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그대로 근로자대표를 대체하고 있으며, 사실상 근로자대표의 권한도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