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 임금 7개월째 누적, 300억원 육박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사태 해결 촉구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사태 해결 촉구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스타항공이 직원의 절반 가량인 60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과 관련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타항공 내 유일한 노동조합인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5억여원의 미납된 고용보험료만 내더라도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이상직 의원과 사측이 외면하면서 정리해고로 근로자만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이삼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17일 미디어SR에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체불 임금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5억900만원의 고용보험 미납금만 지불하면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경영진과 이 의원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우선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은 뒤 이스타항공의 재매각이나 회생 절차를 추진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같은 사실을 외면한 채 인수 의향이 있는 업체가 어디인지도 공개하지 않은 채 재매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박위원장의 주장이다.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하 조종사노조)은 지난 1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코로나19로 사태뿐 아니라, 이상직 의원이 매각대금을 챙기려고 구조조정‧인력감축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의원이 사재를 출연해 운항재개와 고용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여당과 당 대표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2000억원의 부채 규모. 이스타항공... 재매각 추진 가능할까

현재 이스타항공의 부채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항공기를 멈춰 세운지 6개월이 지나면서 임금 체불 규모는 이제 3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불 임금뿐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한 미지급금 1700억원도 남은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올해 초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이스타항공 사측은 미디어SR에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부터 노선 셧다운에 들어가 매출이 전무한 상태에서 부채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김유상 경영본부장은 미디어SR에 “현재 빚더미인 이스타항공을 매수할 곳이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 함께 법원의 회생 절차를 거쳐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항공문제 전문가는 미디어SR에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계약 당시와 비교해 경영 및 재무 구조상 나아진 상황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인수자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지켜봐야 하겠지만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직 의원 자녀 이수지씨, 책임 회피 위해 슬그머니 사임

박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측이 체납한 4대 보험료를 지불해 직원들이 정부 지원금은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임금이 7개월째 체불된 상황을 감당하고 있으며, 장기간 4대 보험료 미납으로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못 받고 있다.

14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국내 항공사 4대 보험 체납현황’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올해 1~7월 사이 4대 보험료 총 77억원을 체납했다. 보험료 체납처분 집행 유예 조처가 내려지기 전인 지난 1~2월에도 17억원가량의 4대 보험료를 체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현재로서는 결국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 대표인 이상직 의원의 자녀인 이수지씨와 이원준씨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지난 9일 이수지씨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도 않은 채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상법상 등기이사는 손해배상 책임, 자본충실의 책임 등을 져야 한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수지씨가 이같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스타항공 노조가 체불 임금과 부당 해고와 관련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제주항공과는 계약금·차입금 반환 소송도 예정돼 있다.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사태 해결 촉구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사태 해결 촉구기자회견. 사진. 구혜정 기자

문제의 중심에 선 이상직 의원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이같은 사태의 실질적 책임을 져야할 사람으로 지목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다. 이 의원은 자녀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지분39.6%)인 이스타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 과정에 대해 편법 증여, 탈세, 특혜 대출 등의 의혹을 받고 있으나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2015년 10월 30일 이스타홀딩스 설립 당시 26세인 이수지씨와 16세인 이원준씨는 2개월 만에 ‘인수 예정’인 이스타항공을 담보로 잡고 100여억원을 차입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설립 당시 자본금이 3000만원에 불과했으며 사업 실적도 없었지만 100여억원을 대출받은 것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차입한 돈으로 다시 이스타항공 지분 68%를 매입했다.

무엇보다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의 공분을 산 지점은 이상직 의원의 재산이 212억원이라고 알려지면서다. 지난달 28일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1대 신규등록 국회의원 175명의 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상직 의원의 재산은 212억6700만원으로, 민주당 1위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27억98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약 20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 이 의원은 이 밖에도 2400만원 상당의 스키장 콘도 회원권을 갖고 있다.

이 의원의 자녀인 이수지 전 이스타홀딩스 대표와 이원준씨가 보유한 이스타홀딩스의 주식 가치는 3000만원에서 16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과거 재산신고 때는 액면가로 신고했다가 이번엔 순자산가치를 반영해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수지씨는 법인 명의의 1억원대 고가 차량과 여의도 오피스텔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있다는 의혹과 함께 이스타항공에서 브랜드마케팅본부장(상무)로 일하면서 수억원의 임금을 수령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씨의 이스타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봉은 1억1800만원이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애꿎은 직원들이 6개월째 임금 한 푼 못 받고 회사를 떠나는 지경이 오도록 이 의원은 수백억 재산을 한 푼도 내놓지 않은 것이냐"며 공분하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액이 3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의원의 책임있는 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의 지분 7.49%를 보유한 2대 주주 비디인터내셔널에 대한 의혹도 있다. 비디인터내셔널의 대표는 이 의원의 친형 이경일씨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이 의원이 형의 이름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것 아니냐는 차명주식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