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사옥. 사진. 미디어SR DB
HDC현대산업개발 사옥. 사진. 미디어SR DB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계약이 최종적으로 무산됐으나, HDC측은 계약금으로 산업은행에 지불한 2500억원을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다만 HDC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 간의 계약이 해제됐음을 최종적으로 선언했다. 계약은 해제됐으나 아직 사안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계약 불발의 책임을 양측이 서로 떠넘기고 있어서다.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측은 HDC가 인수 의사가 없었음에도 결정을 미뤘다고 비판하는 반면 HDC측은 금호산업이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결정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울러 HDC 측은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회사 가치를 파악한 상태에서 계약금만 미리 줘야했다고 억울해 하고 있다.

HDC가 귀책 사유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계약 규모의 10%인 2500억원의 계약금을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걸 가능성이 높아 계약금의 향방에 대해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HDC가 인수‧합병 계약을 전후로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부품 계약사항 등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이 1개당 300억원 상당의 항공기 엔진을 예비용으로 5개나 구입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HDC측이 아시아나항공 쪽에 이면계약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는 새로운 기종을 도입할 때 일반적으로 엔진 별로 10% 안팎의 예비엔진을 마련해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A321NEO(네오)와 A350 등 5대를 신규 도입했다.

항공사 운영 관행대로라면 예비 엔진은 1개 정도 더 갖춰두는 수준이 적절했다. 그러나 엔진을 5개나 구입했다는 사실은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 더 큰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6조9700억원 매출에 44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도 엔진을 대량으로 구매함으로써 손실 폭을 오히려 늘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HDC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해당(아시아나의 계약 관련 조사를 했다는) 내용의 경우 계약 시점과 맞지 않아 해명의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HDC는 지난해 12월 27일에 금호산업과 최종 계약을 체결했는데, 아시아나의 장비 구입 계약이 HDC와의 계약 체결 전이라면 당연한 실사 과정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이뤄진 ‘3자 연합’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996~2000년 에어버스 항공기 도입 계약을 맺은 뒤, 10년의 시차를 두고 2010~2013년에 1450만달러(173억원)의 리베이트가 오갔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HDC도 이와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리베이트가 오갔는지 확인하려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 하는 근거가 발견되거나, 추측이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 ‘허락되지 않은 가치 유출(not permitted leakage)’에 해당해 금호산업이 특히 더 불리해진다.

HDC가 회사의 실태(산정되지 않은 회사 가치의 유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계약을 맺게 되었다며, 계약금이 부당하게 책정되었다는 점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법적으로 매도자의 신의성실 원칙 등과 직결되는 데다 HDC가 주장한 ‘재실사 필요성’의 근거로도 합리적이다. 즉 여러 모로 계약금 반환 소송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HDC는 법정공방에서 이 같이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그룹 지배력 유지 등 사익을 추구했다는 것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측이 지난 2016년 계열사인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업체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 독점권을 넘긴 것이 부당지원행위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사실은 결국 재실사를 주장한 HDC 측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내용이다.

현재 HDC 측은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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