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기. 사진. 정혜원 기자
아시아나항공기. 사진. 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항공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됐다.

11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관계자들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무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당초 이날 정부는 비공개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기금운용심의회 회의를 잇따라 열어 M&A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업계는 기안기금 회의가 곧바로 이어져 사실상 M&A가 무산된 것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인 가운데, 산은이 최종적으로 거래가 무산됐음을 발표했다.

채권단은 기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를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변경, 아시아나항공 노딜(No Deal, 계약 해제) 선언 직후 기안기금 지원을 공식화함으로써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심의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항공업 전반의 위기 상황에서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M&A가 무산된다면, 대규모 실업 사태뿐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등 국가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기안기금 지원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M&A는 10개월 만에 불발에 그치게 됐다.

채권단은 M&A가 무산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 아시아나항공에 시장안정화 필요자금 2조1000억원을 지원하고, 추가로 유동성 부족 자금 3000만원 등 총 2조4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총 지원금액 중 운영자금 대출로 1조9200억원(80%)을, 영구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서 4800억원(20%)을 지원한다.

추가 지원금의 80%가 신용등급 하락에 대비한 것으로, 계약 해제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이 유지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대출 규모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291.3%, 자본잠식률은 49.8%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말(1386.7%ㆍ18.6%) 대비 재무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한 상태로, 현재 신용등급(BBB-)에서 한 단계만 떨어져도 투기등급으로 추락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조기상환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에 채권단은 기안기금 긴급 수혈로 유동성 문제를 막았다. 이후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추후 금호산업 등 기존 대주주 등을 대상으로 감자(減資)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HDC현산으로부터 추가 입장은 들은 것이 없지만, 향후 채권단의 지원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HDC현산 측은 미디어SR에 “계약해제 사유에 대해서는 검토한 뒤 대응할 예정”이라면서 “계약 해제의 사유는 금호산업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채권단이 요구한 이행 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체 거래금액의 약 10%인 2500억원의 계약금을 두고도 금호산업과 HDC현산 간 소송이 이어질 수 있어 계약은 마무리되었으나, 아직 거래의 매듭은 지어지지 않은 셈이다.

금호산업은 이날 채권단을 통해 계약 해제가 공식화하자,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현금 흐름과 영업 상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 M&A 계약이 무산되면서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을 미리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급한 불을 끄더라도 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안기금을 수혈할 경우에는 약정 체결 후 6개월간 의무적으로 기존 고용의 90%이상을 유지해야한다.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사업부나 인력 구조조정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기재 및 노선 감축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도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대신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통째로 매각하는 대신 매력적인 자회사를 분리해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세이버 등 IT 관련 자회사는 시장에서 당장 팔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밖에 직접적인 자회사는 아니나 자산 규모만 4500억원대에 이르는 금호리조트도 매각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와 관련 항공경영전문가로 꼽히는 허희영 한국 교수는 미디어SR에 “채권단이 1대 주주로서 한시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다음 정상화 후에 재매각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일각에서 말하는 '국유화'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특히 “아시아나항공을 재매각하려면 반드시 경영 부실의 원인을 규명해 어떤 원인으로 인해 이같은 부채가 누적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하면서 “필요하면 외부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있다”면서 객관적인 조사와 함께 전문적인 컨설팅을 통해 정확한 경영 진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산업은행은 수백가의 부실 기업을 관리‧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나 구조조정 단계를 추진하고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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