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200ER기. 사진. 진에어
화물전용기로 개조할 예정인 B777-200ER기. 사진. 진에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진에어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중대형 항공기인 B777-200ER 여객기 1대를 개조해 화물전용기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급격히 증가해 국내선 여객으로 연명하던 LCC업계의 위기가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들려온 희소식이다.

진에어는 9일 해당 항공기는 다음달 추석연휴까지 여객 운송에 투입되고 이후에는 기내 좌석을 철거하고 안전 설비를 장착하는 등의 개조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화물전용기로의 개조를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며, 구체적인 운영 시점도 이에 맞춰 최종 확정된다.

진에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해당 항공기의 개조 작업과 국토부 승인 절차 등을 고려하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 내달 중순 정도에 화물운송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그 안에 화주 영업 등과 물동량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에어는 B777-200ER을 화물 전용기로 전환하면서 어려운 경영 환경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소중한 수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특히 진에어는 LCC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대형 항공기를 통해 침체된 여객 수요 대신 화물 사업을 강화하며 실적 방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간 진에어는 B777-200ER을 여객기 내 화물칸을 활용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방식으로 타이베이 노선 등에서 운영해왔다. B777-200ER 기종은 B737-800과는 달리 화물칸 내 온도 및 습도 조절이 가능하다.

더욱이 화물 전용기로 전환되면 약 15톤 규모의 탑재 규모가 최대 25톤까지 10톤 가량 늘어난다. 그만큼 높은 사업성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진에어는 “여객 수요가 제한적인 현재 상황에서 적시적소에 화물 전용기를 운영해 적극적으로 수익원을 발굴하고 추후 시장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갈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와 차별화된 장점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이번 위기 상황을 이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에어는 지난 3월 말 신규노선 취항을 제한했던 국토부의 제재 해제가 결정된 이후 김포~광주, 김포~여수 노선을 비롯해 총 13개의 국내선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월에 진에어는 국내선 항공편 이용 여객이 총 54만5000명으로 집계되면서 국내 항공사 중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사진. 대한항공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개조 항공기'는 운항 개시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 8일밤 화물전용기로 개조 작업을 완료한 보잉777-300ER 기종이 첫 화물운송을 위해 인천공항을 출발했다고 이날 오전에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외국 항공사들이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수송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의 항공기가 처음이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지난 8일 밤 10시 인천공항을 출발했으며 현지시간 기준 같은날 밤 10시 미국 콜럼버스 리켄베커 공항에 도착한다.

목적지인 콜럼버스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도시로, 미국 내 의류기업과 유통기업의 물류센터가 집중돼있는 새로운 화물 거점이다.  여러 글로벌 항공사들이 항공화물 수요 확보를 위해 각축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향후 동남아시아 화물 노선망 등과 연계해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의류 등의 화물 수요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잉777-300ER 여객기의 경우 항공기 하단(Lower Deck)의 화물적재 공간에 약 22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승객들이 탑승하던 항공기 상단의 객실좌석(프레스티지 42석, 이코노미 227석)을 제거해 약 10.8톤의 화물을 추가로 실을 수 있게 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급감한 여객 수요를 만회하기 위해 여객기 중 2대를 화물 수송이 가능한 항공기로 변모시켰다. 이를 위해 지난달 20일 국토부에 여객기 좌석을 제거하고 객실 바닥에 화물을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조작업 승인을 신청했으며, 국토교통부도 제작사인 보잉의 사전 기술검토 및 항공안전감독관의 적합성·안전성 검사를 거쳐 지난 1일 개조작업을 승인했다.

여객기에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하는 개조 작업은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 검토와 역량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좌석을 설치하고 떼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복잡한 기내 전기배선 제거 작업도 필요하고, 화물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할 수 있도록 바닥에 규격화된 잠금 장치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같은 개조 작업을 유튜브 채널과 대한항공 뉴스룸을 통해 영상으로도 공개하고 있다. (여객기가 화물기로 새롭게 태어나는 현장)

작업자들이 화물 수송을 위해 기내에서 좌석 장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대한항공
작업자들이 화물 수송을 위해 기내에서 좌석 장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대한항공

이미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운휴 중인 보잉777-300, 보잉787-9, A330-300 등 여객기의 벨리(Belly, 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을 적극 활용해 항공 화물시장 수요에 대응해왔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승객없이 화물만 수송한 여객기 운항 횟수는 월 평균 420회, 월 평균 수송량은 1만2000여톤에 달한다.

한편 대한항공은 수십년간 쌓아온 화물사업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토대로 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있다.

고효율 대형 화물기단의 강점을 활용해 화물 수익 극대화를 꾀한 결과 대한항공은 2분기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 사상 최악의 적자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괴력을 발휘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