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충청남도가 개최한 '2020 탈석탄 기후위기 대응 국제콘퍼런스' 탈석탄 지지 선언에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56개 자치단체 및 교육청 기관장의 모습. 사진. 충청남도 유튜브 갈무리
8일 충청남도가 개최한 '2020 탈석탄 기후위기 대응 국제콘퍼런스' 탈석탄 금고 지지 선언에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56개 자치단체 및 교육청 기관장의 모습. 사진. 충청남도 유튜브 갈무리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서울시, 충청남도를 비롯한 전국 56곳의 공공기관에서 석탄발전에 투자하지 않는 금융기관에 금고를 맡기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 '탈석탄 선언'을 통한 친환경 금융의 긍정적인 변화가 확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청에 따르면 광역단체 7곳과 교육청 11곳, 기초 지자체 38곳 등 56개 기관은 8일 충청남도가 개최한 '2020 탈석탄 기후위기 대응 국제콘퍼런스' 개막행사에서 '탈(脫)석탄 금고'를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승조 충남도지사,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석준 부산광역시 교육감,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등 전국 자치단체장과 교육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해 탈석탄 금고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탈석탄 금고 선언'은 금융기관이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화석연료발전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은행에 공공기관의 금고를 맡기겠다는 선언이다.

금고 지정 시 평가지표에 탈석탄 선언 여부나 신재생에너지 투자 실적 등을 반영한다는 의미다.

탈석탄 금고 선언에 참여한 기관장들은 앞으로 기관 금고 선정에 있어서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지 않는 금융기관을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모두발언에서 "이날 선언식을 계기로 내년 이즈음에는 226개 기초 지자체, 17개 광역 지자체, 17개 시·도 교육청이 모두 탈석탄 금고 선언에 참여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현재 대한민국 석탄화력발전소 60곳 중 30곳이 충청남도에 위치해 있다"면서 "충남교육청은 미래 세대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켜나가기 위해 3조6000억원의 교육청 금고를 석탄 발전소에 투자하지 않는 금융기관에 맡기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충청남도에 따르면 현재 탈석탄을 선언한 공공기관 금고의 규모는 148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날 지지 선언에 참여한 56곳 중 올해 26조원, 내년 71조원 규모의 공공기관 금고가 새로운 운영 기관의 선정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충청남도가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탈석탄 금고 지정을 선언했고,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청 중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10조원 규모의 금고 사업자 지정 배점 항목에 탈석탄 관련 실적을 넣었다.

서울시교육청 금고는 올해 금고 지정 평가 항목과 배점 기준에 '탈석탄 선언 및 석탄 감축 이행계획 수립 여부'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100점 만점에 1점이라는 아직은 적은 비중이지만 현재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서울시교육청 금고 지정을 놓고 박빙의 승부를 겨루는 상황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이번에 충청남도가 국제콘퍼런스를 열고 전국 지자체의 탈석탄 금융 선언식을 추진한 것은 탈석탄 운동에 있어 하나의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공공기관의 탈석탄 금고 선언은 민간 금융기관에 탈석탄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금융사들이 스스로 탈석탄 선언을 하게 유도하는 넛지(Nudge)방식의 실행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국적인 탈석탄 금고 지정 움직임에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사실상 석탄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금고 시장 규모는 341조원으로, 공공부문 탈석탄 금고 지정 선언만으로도 기후금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부산시교육청을 제외한 모든 금고를 담당하며, 지자체 금고의 60%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 금고를 장악하고 있는 농협은행의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는 총 4조2600억원 규모의 석탄 투자를 하고 있으며, 석탄 투자 비중은 국내 공적 금융기관 중 최대 규모(35.2%)다. 

이에 농협은행은 금고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탈석탄 금융 이행 방안을 수립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관리하는 16개 시·도 교육청 연간 예산만 70조원에 달하는 만큼 당장 올해 새롭게 금고를 선정하는 기관의 배점 기준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기존 석탄발전 관련 대출이나 투자 등을 철회하기는 어려우나, 최근에는 석탄 관련 신규대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또한 그린뉴딜사업에 앞장서고자 '녹색금융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에 석탄발전PF 등에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당장에 탈석탄 선언을 이행하기에는 곤란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탈석탄 선언에 동참한 기관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이종오 국장은 미디어SR에 "당장의 파급효과는 없을지라도 조만간 탈석탄 선언을 하는 금융기관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전국 교육청 금고의 99%, 지자체 금고의 60%를 맡고 있는 농협은행이 선제적으로 탈석탄 선언을 하면, 나머지 시중은행도 금고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도미노처럼 탈석탄 선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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