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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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 30곳의 총수일가 자녀 세대가 지난 5년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 주식자산 비중을 확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자산의 변화가 가장 큰 그룹은 대림그룹이었으며, 한진그룹이 두번째 이어 OCI, 호반건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순이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지난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55개 대기업집단(64개 집단 중 총수 없는 곳 제외)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가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자녀세대의 비중이 커져 그룹 승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룹은 총 30개 그룹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조사 기간은 2014년 말~2020년 8월 말 사이며, 지분 가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그룹은 전체의 55%로 절반이 넘었다.

5년 전 기업집단 동일인(또는 실질 총수)이 창업 1~2세 총수 위주로 평균 1.7세대였다면, 현재는 3~4세 총수일가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평균 2.0세대로 전환이 이뤄졌다.

가장 활발히 자녀세대가 핵심 계열사 주식자산을 확보한 곳은 대림그룹으로, 5년 전에 비해 65.0%p 상승했다.

대림은 자녀세대의 주식보유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2014년 핵심 계열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총수일가 주식자산 7780억원 중 65%를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이해욱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52.3% 갖고 있다. 나머지는 총수일가와 이해승씨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대림에 이어 한진, OCI, 호반건설이 뒤이어 총 13개 그룹은 두 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했다. 자녀세대의 주식보유 비중은 그 전과 비교해 한진(한진칼) 46.2%p, OCI(OCI㈜) 41.2%p, 호반건설(㈜호반건설) 32.5%p 증가했으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테크놀로지그룹㈜) 31.9%p, LG(㈜LG) 29.9%p, LS(㈜LS) 23.6%p,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22.8%p, 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지주) 16.5%p가 그 뒤를 이었다.

CJ(CJ㈜) 16.2%p, 효성(㈜효성) 15.0%p, 한화(㈜한화, 에이치솔루션) 14.4%p, 다우키움(다우데이타, 이머니) 14.1%p 등도 두 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편 지분 확대를 통해 5년 새 자녀세대의 주식자산 규모가 부모세대를 넘어선 곳은 LG와 한진, 대림, 호반건설 등 4곳이었다.

LG와 한진은 기존 동일인의 사망으로 승계가 이뤄졌고, 대림과 호반건설은 자녀세대가 지주사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 확보를 통해 주식자산 비중을 높였다.

호반건설의 경우 2018년 ㈜호반건설이 ㈜호반을 흡수합병하면서 자녀세대인 김대헌 부사장이 지분율 54.7%의 단일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호반의 주식을 ㈜호반건설 주식으로 교환받으면서 총수일가 주식가치(2조5878억 원)의 71.9%(1조8615억 원)를 김대헌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보유한 핵심 계열사 주식자산을 100% 자녀세대에서 보유한 그룹은 대림과 롯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등 3곳으로 나타났으며 태영(태영건설) 97.9%, 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90.8%, 삼성(삼성물산) 90.8% 등 3개 그룹은 90% 넘는 주식 자산을 자녀세대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KCC(㈜KCC) 87.1%, 애경(AK홀딩스) 83.8%, 효성(㈜효성) 81.6%, 한진(한진칼) 78.6%, 두산(㈜두산) 75.7%, 동원(동원엔터프라이즈) 73.5%, 호반건설(㈜호반건설) 71.9%, 세아(세아제강지주, 세아홀딩스) 69.5%, DB(㈜DB, DB손해보험) 67.2%, 한화(㈜한화, 에이치솔루션) 56.0%, 금호석유화학(금호석유화학㈜) 54.9%, LG(㈜LG) 50.6% 등 15개 그룹도 총수일가의 주식자산 중 자녀세대 주식자산 비중이 50%를 넘었다.

반대로 미래에셋을 비롯해 카카오, 한국투자금융, 네이버, 셀트리온, 넷마블 등 14개 그룹은 부모세대의 주식자산 비중이 100%였다.

한편 55개 대기업집단 동일인의 경우 2014년은 평균 1.7세로 창업 1세와 2세 등 부모세대 위주였지만 올해는 평균 2.0세로 세대 전환이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등이다.

이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기업집단 동일인은 아니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조현범 사장은 최근 그룹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한편 경제전문가는 미디어SR에 “현재 한국의 성장률이 둔화한 것은 산업 구조 재편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불가능한데, 기존 키플레이어(대기업 등)이 계속 자리잡고 있는 이상 새로운 플랫폼 기업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 현재 대기업집단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우려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도 비슷한 맥락에서 “대기업들의 몸집이 커져 자본이 집중되면 신산업 성장 기회 등 다른 기회 요인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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