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당연한 결과" vs SK이노 "합의 정신 어겨, 판결문 분석할 것"
영업철수 앞둔 SK이노...10월 美 ITC 최종판결 전까지 합의 어려울 듯

LG그룹 본사. 제공 : LG그룹
LG그룹 본사. 제공. LG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LG화학이 ‘배터리 소송전’을 국내에서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지방법원이  27일 SK이노베이션측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서 LG화학이 완승을 거뒀다.  해외(미국)에서의 판결 승소에 이어 LG화학이 연승, SK이노베이션측이 연패를 하며 희비가 확 갈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식재산 전담재판부인 63-3민사부는 이날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 측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LG화학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측(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제기한 소 취하 청구 부분을 각하했으며,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국내에서도 배터리 소송전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5월 LG화학이 경찰에 부정경쟁방지법 및 산업기술 유출 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로 SK이노를 고소하면서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 해 6월 서울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과 제소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달라는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하지만 서울지법은 이같은 SK이노베이션의 맞대응에 근거가 없다고 봤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서 LG화학이 국내 특허 1개에 대해 소송을 하지 않기로 2014년 합의했으면서도 이를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해당 특허는 미국에서 진행중인 특허 소송에 포함된 5개 특허 중 1개다.

하지만 LG화학은 특허제도 속지주의를 강조하면서 미국특허는 본래 한국특허의 권리와 별개로 존재한다고 강조하면서 합의를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LG화학의 주장이 옳다고 판단했다.

특허제도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같은 상품‧기술이더라도 권리는 독립적으로 취득‧유지되므로 합의는 국내 특허에 한정된다는 뜻이다.

또한 LG화학 측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2014년에 SK이노-LG화학 간 협상과정에 관한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이 허위이거나 왜곡되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미디어SR에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영업비밀 침해 소송 이후에 SK이노베이션 측이 맞소송 성격의 특허 소송 등을 제기한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의 쟁점과 관련 있는 특허도 특허 침해를 다투고 있는 5개 특허 중 1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 법원의 판결은 ITC 제소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다만 ITC에서도 양사 간 특허 침해 소송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도 관측된다.

LG화학은 이와 관련 “법원의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제소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닌 국면전환용으로 무리하게 이뤄진 억지 주장을 바탕으로 소송을 이어간 것이 명백히 확인됐다”면서 “이로써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른 법적 분쟁에서도 SK이노베이션측 주장의 신뢰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은 억울하다면서 항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판결 이유를 분석해 상급심에 항소할 것”이라면서 “소송을 먼저 제기한 LG측의 패소 직전 요청에 의한 합의에 응할 이유가 없었으며, 일부 문구를 핑계로 문제제기하는 것은 합의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도 LG화학이 웃을까

양측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크게 2가지로,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 여부가 쟁점이다.

양사의 소송이 불꽃튀는 ‘배터리 소송전’으로 비화한 것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미국ITC와 델라웨어주에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 측을 제소하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2차 전지 특허침해를 이유로 LG화학과 LG전자 양사를 걸어 소송을 제기했고, LG화학도 같은 달 이에 질세라 곧바로 특허침해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사진.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서 미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변론 등 절차 없이 최종 결정을 낸다는 ‘조기 패소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 등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함으로써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에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어, 조기 패소 예비 결정이 최종 판결로 유지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당장 미국에서 철수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해 업계는 양측이 10월에 내려질 최종판결 전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그러나 합의 진행 중 두 회사 간 입장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입장차는 LG화학이 입장문을 통해 “소송과 관련해 합의는 가능하나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당사는 ITC와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민사소송 등 배터리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를 끝까지 성실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한편 양사는 현재 미국에서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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