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한 창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제공 : 위키미디어
시중은행 한 창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제공 : 위키미디어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최근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부동산 담보 대출보다 낮아지는 '역전(逆轉) 현상'이 나타나 주목된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1.74~3.76% 수준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연 2.03~4.27%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세대출금리는 연 1.55~3.81%로, 최고 금리 기준으로 보면 신용대출이 더 낮다는 얘기다.  

통상 아파트 등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역대 최저로 하락한 기준금리 인하분을 신용대출 금리가 더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이 같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주담대보다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은 대부분 금융채 6개월물 등 단기물 금리를 반영하는 데 반해 주담대는 금융채 5년물 등 상대적으로 장기물을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크게 내려가면서 금융채 6개월물 금리는 1년 전보다 0.719%포인트 떨어졌으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0.04%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은 담보설정 비용 등 고정비가 들어 금리를 가산하는 반면 신용대출은 이러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여러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금리 인하 경쟁에 뛰어든 것도 금리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10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했지만 지금처럼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상황은 처음 본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단기물 금리가 많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주담대 담보설정 고정비, 인터넷은행의 등장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로 주담대, 전세자금대출의 제한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까지 낮아지면서 신용대출 잔액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21조4884억원으로, 지난달 말과 비교해 9영업일 간 무려 1조2892억원이 급증했다. 신용대출은 지난 6월 한 달 간 2조8374억원이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2조6760억원이 늘면서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인 2조원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신용대출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주택 마련 자금으로 흘러 들어갈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화된 부동산 규제로 주담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축소되면서 부족한 자금을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메우려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신용대출 성격이 경제 사정 악화 때문인지, 주식투자용인지, 부동산 투자용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협회장들에게 돈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 신용대출을 억제하면 상충하는 측면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