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조직인 기업집단국, 내년에는 정규조직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일감몰아주기 등 조사결과 발표 이어지자 기업들 불만
공정위, "본연의 업무 다하는데 기업들 억지 주장일뿐" 일축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위키미디어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위키미디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재벌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놓고 때아닌 공방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요즘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공정위의 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실적을 높이기 위한 표적조사가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여러 해에 걸쳐 조사가 진행돼 조사 시점과 결과 발표에 시차가 있을 뿐, 일상적인 업무 추진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공정위 내에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및 총수일가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감시하고,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임시 조직이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신설 조직을 만들더라도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행정안전부 평가를 거쳐야 상시 조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9월 출범했던 기업집단국은 2019년 성과평가에서 정규 조직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신설된 산하 4개 과에 대해서만 평가 기간이 2년 연장됐다.

즉 재계 일각에서 문제 삼듯이 기업집단국이 내년으로 예정된 평가 결과에 실적을 반영해 정규조직으로 살아남기 위해 ‘실적 쌓기’에 매달리고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조사결과에 대한 발표가 최근 들어 급격히 늘었다"면서 "예전에는 분기별로 1건 정도 결과 발표가 있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매달 1건씩 나온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근래들어 현대중공업의 하도급업체 기술자료 유용, CJ대한통운 등의 담합, 롯데쇼핑 사전약정의무 위반, SPC‧미래에셋 부당이익 취득 등에 대한 제재로 공정위의 과징금 ‘철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기업집단국이 담당한 것은 SPC와 미래에셋 2건뿐이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에 대한 조사‧감시가 본연의 업무인 기업집단국에 ‘실적 쌓기’라는 지적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필요에 의해 설립된 조직이고, 설립된 이후에는 그 목적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활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근거가 전혀 없는 제재를 한 것도 아닌데, 공직자가 최선을 다해 활동하는 것을 기업입장에서 자신들의 잣대에 따라 막무가내식으로 비판하면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조직을 유지하는 데 있어 ‘실적’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통상 조사 기간이 1~2년 걸려 조직 출범 후 조사를 지속해온 결과가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집단국이 특별히 올해 조사 속도를 더 낸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집단국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2건의 사익편취 제재조치(대림, 태광)를 내린 바 있고, 하반기에는 종근당에 대해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합쳐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림과 한화, 금호아시아나까지 합치면 총 6곳 뿐이다. 공정위는 이밖에 호반건설과 LG전자 등의 부당지원 혐의 조사에도 지난해부터 착수해 현재 진행중이다.

제공: 공정위
제공: 공정위

다만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 관련 허위자료 제출을 문제 삼는 것도 실적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업집단국 내 공시점검과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역시 반박하고 있다.

공시자료는 사실 매우 중요한 근거자료다. 공시 자료에 따라 기업집단 포함 여부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공정위의 독과점, 지배적 지위 남용, 부당내부거래 등 경쟁 정책을 적용하는 기준점도 그에 따라 차등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료 허위 제출건은 총수 고발까지 가능하도록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같은 허위자료 제출이나 자료 누락 등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오히려 업무 태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에도 이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허위자료 제출을 적발해 검찰이 이를 약식기소한 바 있다.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1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명희 회장을 제외한 김 의장과 서 회장, 정 회장 모두 계열사를 누락한 혐의로 벌금형에 처해진바 있다.

현재 공정위는 태광과 SK, 효성 등도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허위기재 또는 누락된 부분이 있다고 판단,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위가 올해 초 네이버의 지정자료 누락 혐의와 관련해 네이버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불기소 처분만으로도 이미지 타격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손실이 크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공정'이라는 서슬퍼런 칼날이 자칫 기업이 오랜 기간 공들여 쌓아온 좋은 이미지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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