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패키지 기판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패키지 기판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내 기업들이 발군의 노력으로 지난 5년간 매출 신장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을 비롯해 제약, 전자상거래, 자동차, 식음료, 유통, 화장품 등 7개 업종의 국내 기업은 5년 전보다 글로벌 1위와 매출 격차를 좁혀왔다. 다만 글로벌 1위에 도달하기까지는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19개 업종 중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분야는 가전(삼성 Consumer Electronics 부문)이었고, 5년 전보다 매출이 줄어든 대표적인 업종은 휴대폰으로 1위인 애플과 매출격차가 1.7배에서 2.8배로 벌어졌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2014~2019년 국내 주요 19개 업종별 매출 순위 글로벌 1위와 국내 1위 기업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총 7개 업종에서 국내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1위와 매출 격차를 좁힌 것으로 5일 밝혀졌다.

순위는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으며, 삼성전자와 같이 반도체 및 가전, 휴대폰 등 여러 업종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는 부문별 실적을 추출했다. 또 철강, 조선 등 글로벌 경쟁 업체가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중국 기업인 경우 조사에서 제외했다.

지난 5년간 매출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전자상거래였다.

국내 대표기업은 쿠팡으로, 2014년 3485억원이었던 매출이 5년 만에 7조1531억원으로 1952.5% 급증했다. 이 부문 글로벌 1위인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26조9905억원으로 5년 전(93조7239억원)보다 248.9% 성장했다. 쿠팡과 아마존의 매출 격차는 268.9배에서 45.7배로 좁혀졌다.

다만 재계에서는 쿠팡의 조 단위 적자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쿠팡은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3조721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미디어SR에 “쿠팡의 성장률이 네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이지만 아마존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시대적 변화에 힘입은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여전히 쿠팡의 미래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쿠팡의 향후 성장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재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모델과 퍼포먼스를 내더라도 적자 구조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쿠팡의) 이 정도 규모와 적자 구조일 경우 이를 인수할 외국 기업도 많지 않은데, 만약 업황이나 외부 환경이 악화할 경우에는 누가 그 채무를 떠안게 되겠나”라고 말하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검색포털의 경우도 매출증가율이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네이버는 2014년 매출 2조7585억원에서 지난해 6조5934억원으로 139.0% 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1위 구글을 운영하는 알파벳이 69조5136억원에서 188조6686억원으로 171.4% 늘어 매출 차이는 더 커졌다. 알파벳 매출은 네이버의 28.6배로 5년 전(25.2배)과 비교해 3.4배 높아졌다.

식음료 부문은 CJ제일제당이 91.0% 늘어난 가운데 네슬레는 3.0% 증가에 그치면서 매출 격차가 9.0배에서 4.9배로 좁혀졌다. 이어 유한양행(제약)과 이마트(유통)의 매출이 각각 45.5%, 44.9% 늘며 글로벌 1위 회사와 격차를 줄였다.

또 △화장품(아모레퍼시픽, 44.0%↑) △물류(현대글로비스, 31.2%↑) △화학(LG화학, 26.8%↑) △담배(KT&G, 20.7%↑) △자동차(현대‧기아차, 20.2%↑) △보험(삼성생명, 16.0%↑) 등에서 국내 기업이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담배와 보험, 물류 업종은 글로벌 1위 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국내 기업보다 더 높아 매출 격차는 더 벌어졌다. 반대로 화학 업종은 LG화학의 매출이 26.8% 증가한 가운데 글로벌 1위 바스프 매출은 25.6% 줄어 격차가 4.6배에서 2.7배로 크게 좁혀졌다.

반도체 업종은 삼성전자와 인텔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형국이다. 5년 전과 지난해 매출만 비교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evice Solution)은 39조7299억원에서 64조9391억원으로 63.5% 늘었고, 인텔은 58조8434억 원에서 83조8860억원으로 42.6% 증가했다. 2014년과 2019년에는 삼성전자가 인텔에 뒤쳐졌지만, 2017년과 2018년 2년간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매출 1위였다.

휴대폰 부문은 애플이 지난해 303조2718억원의 매출을 올린 가운데 삼성전자 무선‧네트워크사업(IT&Mobile Communications) 부문은 107조2662억원으로 2.8배의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 휴대폰 매출은 5년 전보다 4.0% 줄었지만 같은 기간 애플 매출이 57.5% 늘며 매출 격차도 1.7배에서 2.8배로 확대됐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미디어SR에 “한국 기업도 글로벌 1위를 노리며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고무적이었으나 자세히 뜯어보니 아쉬운 결과였다”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각 기업이 성장세를 기록하고는 있으나 업종별 1위 기업의 성장률과 비교해보면 격차가 상당해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국내 업체가 글로벌 매출 1위인 업종은 가전(삼성전자 CE부문) 한 곳이었다. 다만 삼성전자 CE부문 매출이 50조1831억원에서 44조7562억원으로 5년 전보다 10.8% 줄면서 2위 중국 미디어(HVAC 사업부문 등)와의 격차가 2.1배에서 1.1배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 녹록지 않은 글로벌 경쟁의 현실을 반영한다. 미디어의 매출은 같은 기간 24조1815억원에서 42조1177억원으로 74.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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