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본사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태평양 9개국의 아동·청소년이 모여 기후위기를 논의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기후 위기는 곧 아동 권리의 위기’라는 슬로건 아래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연대해 ‘기후위기 레드얼럿(Red Alert on Climate, 기후의 적색경보)’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역대 최장 장마와 태풍 하푸핏이 만나면서 이날 오후 기준 총 9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국지성 호우가 심각해지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기후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위기가 가장 취약한 계층이자 미래세대를 살아갈 아동‧청소년을 위협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기후위기 레드얼럿 캠페인을 올해부터 2022년까지 진행한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해 야기된 홍수, 가뭄과 같은 재난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위기 등에도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 2020’에 따르면 한국 역시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증가하고 가뭄과 호우가 빈번해질 전망이며, 지구의 평균 해수면 상승에 따라 여의도의 300배에 달하는 면적이 침수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세이브터칠드런 코리아를 포함한 22개 레드얼럿 캠페인 연대 참여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아동‧청소년에게 기후와 환경 이슈를 알리고, 기후와 환경 위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아동‧청소년 당사자의 입장을 직접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대화를 추진한다.

지난달 28일 한국, 네팔,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파키스탄, 홍콩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9개국의 아동‧청소년이 모여 1차 온라인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실시간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의견도 모았다.

회의에는 10세에서 18세까지의 활동가 100여명이 각국의 환경 이슈를 공유하고 기후위기로 인해 우려되는 점을 논의했으며, 국내에서는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청소년기후행동, 대학생 아동권리 서포터즈 영세이버가 참여했다.

한국 대표로 참여한 청소년기후행동의 김유진 학생은 “아동‧청소년 및 청년은 기후위기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지만 정책 결정에 의견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면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 점을 (회의를 통해) 재확인했으며 아시아 지역의 연대를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글라데시 대표인 소한(Sohan)은 “아동은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라고 강조하며 “지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는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어른들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네시아 대표인 라시드(Rasid)는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항상 우산과 비옷을 가지고 다닌다”면서 “기후변화와 싸우고자 하는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포럼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스트리드(Astrid)는 “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돕기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폐기물 및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효율적인 생산 공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불어 정부도 일회용 플라스틱 이용을 규제하고 학교 교과에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미얀마 대표인 리즈는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공장들은 대부분 친환경 인프라와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 태운 농업 폐기물이 결국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면서 “국제사회와 정부가 기후변화 현장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아-태평양 캠페인 디렉터인 샤힌 추크타이는 “변화를 위한 요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역에 분명하고 널리 알려져야 한다”면서 “이를 이루기 위해 많은 이들이 공통의 목소리로 각 정부와 민간 부문에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고, 대중들이 기후위기 문제의 규모와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기후변화에 의한 엘니뇨 현상으로 베트남 메콩강의 염수가 범람해 인근 지역의 농지를 침범함으로써 식수 부족과 생계 위협을 겪고 있는 아동과 가정을 위해 식수탱크를 긴급지원하고 빗물 수집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재난 위험 경감 및 가뭄 조기대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기후위기 레드얼럿 캠페인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교육과 캠페인을 이끄는 단체 지원 및 정책 결정자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추진하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8월과 9월 중 부천과 용인의 아동 위원회, 틴세이버들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이상 기후들, 메뚜기떼와 국지성 호우의 심화, 대규모 산불 등이 모두 기후 위기의 조짐들이라 볼 때,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아동”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큰 피해자가 아동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대비책과 기후위기 대응책 등에 있어 아직 아동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므로 아동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캠페인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내년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에 앞서 아시아-태평양 연대 아동‧청소년 그룹이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각국 정부에 기후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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