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보유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사진. SPC 홈페이지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기업집단 SPC가 각종 불공정 거래로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고, 허영인 SCP그룹 회장 등 경영진 3명은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통행세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그룹 내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SPC그룹에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PC그룹은 이같은 불공정 거래를 7년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나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통행세 거래를 포함해 2011년 이후 7년간 삼립이 불공정 거래를 통해 챙긴 부당이익은 총 414억원이라고 공정위는 집계했다.

공정위는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 조상호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3명과 함께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배스킨라빈스) 등 3개 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주사 ‘삼립’은 요술상자? 밀가루‧계란 등 삼립을 거치면 가격 인상

직거래가 저렴한 것은 중간 유통 단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SPC 계열사 3곳은 구태여 계열사 제품을 업무상 연관이 없는 삼립을 거쳐 구매했다.

파리크라상, SPL, BR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가 그룹 내 생산계열사인 밀다원, 에그팜 등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삼립을 거쳤다.

삼립을 거치면서 밀가루 가격은 39원, 난황 가격은 592원 인상됐다. 이렇게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가 삼립을 거쳐 구매한 품목은 210개에 이르고 삼립은 연평균 9%의 마진 이익, 총 381억원 가량을 챙겼다. 이른바 ‘통행세’다.

삼립의 통행세 구조.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5년 가까이 이어진 통행세 거래로 삼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그 부담은 소비자들의 몫이 됐다.

제빵계열사의 원재료 가격이 인상돼 소비자 구입 가격이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SPC는 삼립이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삼립이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영업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은 동일인인 허영인 회장과 그 특수관계자 지분이 75.8%이고, 기타주주가 24.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삼립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파리크라상은 동일인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SPC가 삼립을 통한 통행세 거래가 부당지원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했으며 허 회장이 주관하는 주간경영회의에서 이에 대한 대책도 논의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삼립에 이익 집중…상표권 무상제공, 판매망 저가양도 등

SPC그룹 내 계열사는 삼립에 유리한 계약을 진행해왔다. 양산빵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 모두 1위였지만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 통합을 진행해 13억원이 삼립에 지원됐으며 삼립은 샤니의 상표권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2011년 4월 샤니는 삼립에 8년간 상표권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판매망도 정상가보다 40억6000만원이나 낮은 가격에 양도했다.

그 결과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점유율 73%의 1위 사업자로 뛰어 오른 반면 샤니는 0.5%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에 머무르게 됐다.

나아가 SPC는 2012년 12월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인 주당 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판단을 회피해하기 위해서였다.

밀다원의 생산량과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싼 가격에 삼립에 주식을 넘기면서 파리크라상은 76억원, 샤니는 37억원의 매각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 SPC홈페이지

결국 경영권 승계가 목표...삼립 주가 1만원→41만원 폭등

SPC 계열사들의 이익 몰아주기로 2010년 2693억원이던 삼립의 매출액은 2017년 1조101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4억원에서 287억원으로 늘었다.

주가 역시 폭등했다. 2011년 초반 1만원대였던 삼립 주식은 2015년 8월 41만1500원을 찍는 등 40배 넘게 상승했다.

공정위는 SPC가 이같은 부당지원행위를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확대를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는 내부 문건을 확인했다.

파리크라상은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100%로 SPC그룹 내 지주회사 격이다. 총수 2세가 파리크라상 지분을 늘리는 것이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다.

이 과정에서 총수 2세가 보유한 삼립의 주식가치가 높아질 경우 삼립의 같은 주식 지분을 가지고도 더 많은 파리크라상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삼립의 주식 가치가 뛸 경우 삼립의 지분 40%를 보유한 파리크라상의 자산도 증가해 오히려 총수 일가의 상속세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실제 상속이 이뤄지기까지의 시차가 존재한다.

대기업집단 총수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대부분 실제 상속이 이뤄지기 전에 이뤄진다.

또한 주식 교환 비율을 상정할 때 파리크라상이 삼립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도 파리크라상의 주식 가치와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

민혜영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미디어SR에 “이같은 계열사 부당지원행위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검토됐다는 사실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SPC의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일부에서 이같은 목적이 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이는 공정위 판단이 아닌 SPC그룹 내부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대기업집단이 아닌 중견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를 시정함으로써 기업집단의 규모와 무관하게 경제와 기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립이 계열사간 재료·제품 거래의 중간단계 역할을 하면서 계란, 잼 등 원재료를 파는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이번 시정 조치를 통한 이익이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지적했다.

SPC그룹의 폐쇄적인 통행세 구조가 해소되면서 거래단계 간소화, 개방도 향상 등으로 부당한 중간 마진이 감소해 소비자 가격이 조정되고 거래 개방으로 중소기업의 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PC 제재 조치에 대해 “통행세 거래 시정으로 소비자에게 저가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제빵 원재료 시장 개방도가 높아져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SPC는 이같은 거래 과정이 “계열사 간 거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었다”고 공정위에 소명했음에도 과징금이 부과됐다면서 “의결서 검토 후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의결에 대해서 기업은 행정소송을 통해 추가 대응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PC도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이같은 과징금이 확정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과징금 부과는 역대 최대 금액인 만큼 법적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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