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중순 우리나라 포털사이트에 미국의 장난감 회사 마텔(Mattel)이 ‘직장여성 바비’를 출시했다는 뉴스가 쏟아져나왔다. 어느 매체에서 누가 처음 썼는지 모를 이 기사는 국내 수백개 매체들이 무작정 베끼기에 나서면 포털 뉴스면 일부를 도배했다. 그러나 직장여성 바비의 원문을 찾아보고, 마텔이 어떤 입장에서 이 인형을 출시했는지, 아니 직장여성 바비가 맞는 이름인지 조차 알수 없었다.

실제 마텔사가 내놓은 바비인형의 원제는 ‘기업가 바비‘(Entrepreneur Barbie)였다. 단순한 직장여성이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책임자급에 해당하는 바비였던 것. 수많은 직업을 가진 바비인형이 이제 150종을 넘겼다. 마텔은 '대통령 바비' 인형도 구상한다. 잘 알려진대로 바비인형은 마텔이 늘씬한 백인 성인여성을 본 따 만든 인형이다. 1959년 베이비붐이 한창이던 미국에서 마텔의 창업자인 핸들러 부부에게서 태어났다. 기업가 바비의 등장은 지난 몇 년간 전세계적으로 여성기업가들이 급성장하는 걸 보면 매우 적절해보인다. 그러나 제조사 마텔(Mattel)은 여전히 전형적인 바비에 집착하며 어린 소녀들에게 진실된 영감을 불어넣을 기회마저 날려버리고 있다. 브랜드이미지를 확장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가 바비를 통해 마텔은 단순한 여성 직장인 이미지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복제된 바비에 머물렀다. 마텔은 바비인형 매출이 점차 줄고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실제로 2012년 미국내 매출은 40%나 급감했다. 이게 바로 바비가 새롭게 현실적인 롤모델을 보여줘야할 이유다.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여성들은 대개 나이가 든 경험많은 비즈니스 우먼이거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엄마들, 혹은 그저그런 직장여성들이다. 그러나 바비인형을 보면서 바비가 어떤 사업을 하는 여성인지 떠올릴 수가 없다.

마텔은 골디블락스(GoldieBlox)가 보여주는 최근 트렌드를 무시하고 있다. 바로 소녀들에게 엔지니어링 마인드를 심어주는 여성 소유의 회사 경영자 말이다. 킥스타터(Kickstarter) 같은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등 대중성을 높인 이 회사는 인형에 ‘핑크빛 반짝이’로 치장한 옷을 입히지않는다.

기업가 바비의 출시는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의 린인닷오르그(LeanIn.org)나 게티 이미지(Getty Images)의 여성기업가 이미지 변신 캠페인과 흡사하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여성기업인(women in business)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남성동료를 마사지해주고, 짧은 스커트를 입은채 책상밑을 기고, 멸시어린 눈초리의 남성들 무리를 통과하는 사진들이 나온다고 한다. 반면 여성 기업가(female entrepreneur)를 검색하면 섹시한 이미지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일 열심히 하는 여성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어떤 여성은 안전모를 쓰고 재고조사를 하고있고, 어떤 여성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며, 많은 여성은 랩탑컴퓨터앞에 있다. 누구도 바비인형처럼 입지않는다. 다양한 모습, 몸집, 나이, 민족으로 구성되낟. 남성 동료들과 동등한 관계를 보여준다.

단순히 사진의 문제일까?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광고나 카탈로그, 연례리포트, 웹사이트 등에서 활용하는 여성의 이미지일 것이다. 점차 많은 기업들이 사업상 좀 다른 이미지가 필요함을 느끼지만 여전히 긍정적 이미지의 여성사진을 구하긴 쉽지않다. 샌드버그는 애드위크 잡지에 “당신이 본 것이 당신을 만든다(You can’t be what you can’t see 힐러리 클린턴의 멘토이자 미국 아동보호기금 대표인 흑인여성변호사 메리언 라이트 에델만Marian Wright Edelman의 말이다. 무엇을 보고 자라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디어에 포위된 지금 시대에는 여성과 남성이 우열을 겨룰 수 있다는 사례를 제공하는 이미지들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마텔은 지지부진한 이미지에 계속 집착했을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갔다. 폭넓게 퍼진 회의적 시각에 아직은 저항하고 있다. 이제 기업가 바비 판매가 시작됐지만 마텔은 스토리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참고 :
http://www.triplepundit.com/2014/03/entrepreneur-bar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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