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 인수 내려놓고 현상 유지에 집중키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건에도 영향?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사진. 정혜원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사진. 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해제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이에따라 올해로 출범 13년을 맞는 이스타항공은 매각에 실패한 채 파산 수순만 남은 상태로, 1600여명이 실직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제주항공은 이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제주항공이 지난 3월2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지 4개월 보름여만에 계약 해제를 선언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이스타항공에 꾸준히 총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계약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는 바닥을 쳤다. 1분기 자본총계가 –104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고,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의 정상화가 요원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스타항공이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당장 1600여명의 이스타항공 직원이 실직자 처지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도 이를 우려해 양측의 인수‧합병 성사를 위해 막판 중재에 나섰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스타항공은 매각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파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 3월부터 모든 국제선·국내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해 수익이 아예 발생하지 않은 상태인데다 2개월 이상 항공기를 띄우지 않아 운항증명(AOC) 효력마저 일시 중지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양측은 M&A 실패에 따라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실직과 관련한 책임 공방과 함께, 계약 파기와 관련한 소송전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23일 공시를 통해 계약 해제 사유를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한 주식매매계약 해제’라고 명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과 관련한 내용이 녹취록 유출을 문제 삼은 부분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 법적 공방에 돌입할 경우 이스타항공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이사(현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간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해 양측 간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이 전 제주항공 대표는 딜클로징(계약 종료)이 되면 계약금으로 체불 임금을 우선 순위로 해결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제주항공은 지난 7일 “체불임금은 경영자의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불법행위 사안으로서 당연히 이스타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할 사안”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한편 설립 13년 만에 파산 문턱에 닿은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제주항공이 포기하면서 대형항공사의 위상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된 항공업계 2위 싸움도 물거품이 됐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이스타항공, 재무상태말고도 문제 많아

풍전등화 신세가 된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거점으로 설립한 LCC로, 2014년까지는 이상직 의원이 사장을 지냈던 KIC그룹의 계열사 새만금관광개발이 지분 49.4%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그룹 총괄회장을 맡다가 2012년 19대 국회에서 전주 완산을 지역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형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 경영권을 넘겼으며, 2015년 7월 이 의원이 배임·횡령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같은해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가 2016년 이스타항공의 지분 68.0%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가 됐다. 이와 관련 편법 승계, 자금 출처, 매각 차익 등과 관련된 의혹까지 불거지며 오너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 상황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 이원준씨(66.6%)와 딸 이수지씨(33.3%)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은 410억원 상당의 39.6%에 이른다.

HDC현산-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현재 해외에서 기업결합신고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다.

HDC현산은 지난 3일 러시아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신고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한 선결 조건 중 일부인 기업결합승인 절차를 지난 1월부터 미국과 중국, 러시아, 터키, 카자흐스탄에서 밟아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해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HDC현산 측은 “채권단과 인수상황 재점검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에 요청한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러시아를 끝으로 기업결합승인 절차는 마무리됐으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매도인 등의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모두 진실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확약과 의무가 중요한 면에서 모두 이행되었다는 등 다른 선행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만 HDC현대산업개발의 거래 종결 의무는 비로소 발생한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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