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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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정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사업의 본격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데이터와 AI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를 비전으로 데이터 시장에 3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마이데이터를 잡기 위한 금융권과 핀테크, 통신사 등 비금융회사 간의 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 마이데이터, 데이터 경제의 포문을 열다

마이데이터는 신용정보의 주체인 금융 소비자의 데이터 주도권을 강화해 빅데이터 활용의 문을 연 데이터 사업이다. 금융 소비자가 하나의 앱으로 은행, 카드, 보험, 증권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본격 출범하면 소비자는 개인 신용정보에 대한 전송 요구권이 생겨 여러 금융사에 분산된 개인 정보를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전송하게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 정보나 금융 상품 현황을 한눈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이 정보를 이용해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1:1 맞춤형 금융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정부와 시장에서는 마이데이터 산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데이터가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빅데이터 시장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사뿐 아니라 핀테크, 통신·유통 등 비금융회사에도 마이데이터 시장 진출의 문을 열어줌으로써 데이터 산업 진입의 장벽이 낮아지고 투명한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사전수요조사 결과, 총 119곳의 금융·비금융 회사가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국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향후 마이페이먼트(MyPayment·지급지시서비스업) 서비스와 연계해 개방형 금융 서비스인 '오픈 파이낸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오는 8월 5일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산업이 개시되면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데이터 경제의 포문이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금융위원회
사진. 금융위원회

# '30조원' 시장 쟁탈 위해 분주한 시중은행

정부는 지난해 1월 2023년까지 국내 데이터 시장을 3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데이터·AI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데이터 산업의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업권별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데이터를 원유에 비교하며 "경제의 기초 자원인 원유처럼 데이터도 가공을 거쳐 다양한 분야의 원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회사의 전유물이던 금융 데이터가 개방되면서 본격적인 '데이터 경쟁'의 막이 오른 모양새다.

한편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제공할 데이터가 적은 핀테크에 비해 계좌거래 내역, 대출 잔액, 금융자산 현황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제공자 역할이기 때문에 분주히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비하지 않으면 '빅테크'에 데이터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들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오픈뱅킹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에서 개인의 모든 금융 정보를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므로 각각의 금융회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유인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최근 은행권 최초로 금융 데이터거래소의 데이터 제공사로 참여해 데이터를 외부 고객사에 판매하는 등 앞서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세대별, 고객별 대상을 나눠 접근하는 방식을 준비 중이다.

또한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 앱 '쏠(SOL)'에서 제공 중인 'MY자산'을 더욱 고도화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자산관리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그동안의 데이터 가공 노하우와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마이데이터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염두에 두고 이달 초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점검하고 효과적인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정지출 월납관리' 서비스를 시행했다.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데이터 범위를 확장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자산관리 특화 앱 'KB마이머니'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결합해 현재 제공하는 자산관리 솔루션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부동산(Liiv ON), 자동차(KB차차차), 투자(KB증권), 은행(KB스타뱅킹), 생활(KB국민카드), 보험(KB손해보험) 등 공급자 중심으로 파편화돼 제공하던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고객 중심의 통합된 자산관리 서비스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지주 ICT전략팀에서 그룹 마이데이터 사업 대응 전략 프로젝트를 발의하고 컨설팅사를 선정해 지난 5월부터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4월 주요 관계사 임원들과 핵심부서 본부장들을 대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사전 설명회를 열고, 지난달부터는 하나금융 임직원 대상으로 마이데이터 아이디어 공모전을 전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주 마이데이터 프로젝트 구성원으로 참여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전행 차원의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준비 TFT'를 출범하고 사업 전략 방향 수립, 비즈니스 모델 도출, IT인프라·내부통제 도입 등의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TFT는 초개인화 자산 관리, 고객 관점의 신용평가 및 대출심사, 데이터 기반의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공할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15개 부서로 구성된 전행 차원의 마이데이터 대응체계(마이데이터 워킹그룹)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IT마이데이터추진팀, 이달 초 본부부서 데이터사업부를 신설해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준비 및 인프라·데이터 확보 작업을 펼치고 있다. 

농협은행은 그룹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한 '2020년도 마이데이터 실증 서비스 지원 사업'에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농협은행은 개인의 금융, 비금융 데이터를 스마트폰 개인정보 저장소에서 수집 및 관리하고 이를 기업에 공유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내 금융생활지원, 내차 관리, 정부지원금 추천 등의 파일럿 서비스 3종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농업에 특화된 데이터거래소(ADX) 구축을 구상 중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마이데이터 산업은 단순히 은행들 간의 경쟁이 아닌, 산업 영역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무한 경쟁이므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면서 "비금융회사들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금융회사는 정보를 뺏기기만 하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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