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리 기자단 이득재] 지난 7월27일 청정원 고추장으로 유명한 식품회사 대상은 서울 청담동의 한 호텔에서 ‘세족식’ 이벤트를 마련했다. 대상의 임원들은 40여명의 협력업체 사장을 초대, 그들의 발을 씻겨주며 함께 나아가자는 의지를 다진 행사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대기업-협력업체간 ‘갑을관계’의 폐해를 청산하고 대기업과 협력사가 동반성장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

대상의 경우처럼 당장 드러난 문제를 앞장서 고치려는 움직임에서 더 나아가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자는 그래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자는 의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CSR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된 것은 1900년대 후반의 일이다. 유럽과 미국에선 윤리 경영이 한창 강조되던 상황에서 이 나라들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CSR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 2000년대 중반이후 본격적으로 우리 기업들은 CSR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ISO26000 등 국제표준이 등장하고, 정보매체가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이 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기업의 CSR은 그 내용면에서 상당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이 CSR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 발전시킨 반면, 우리 기업들은 비용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강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미국지역대학연합회와 ‘직업연결’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청년실업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능력있고 창의적이며 자사의 기업정신을 잘 이해하는 인재를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성과를 거둔다는 사실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CSR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대 이수열 교수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이 다양한 CSR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를 사업의 핵심전략으로 설정하고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은 전체의 25.8%에 불과하다. 심지어 아무런 계획도 없다는 기업이 24%에 달했다.

또 국내의 기업들은 CSR을 비용으로 상정하고, 단순한 기부로 해당 예산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 현대차, SK 등 대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올해 약 750억원을 현지 장학사업과 자선단체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에 쓸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 자금을 어느 곳에,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명시하고않아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상당수 국내 기업은 CSR을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 자사의 ‘이미지 만들기’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CSR로 파생되는 마케팅 효과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실제 국내 대부분 기업들은 홈페이지에 사회 공헌을 자사의 미션이라고 천명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CSR 활동을 했고 그것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있는지 보여주는 곳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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