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자살한 공급업체 사장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 김시아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자살한 공급업체 사장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미디어SR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에 동원된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정리해고에 따라 사회적 책임까지 거론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호그룹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 클래식 음악 전용 금호아트홀과 금호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과 공연 예술 사업을 하는 동시에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주된 사업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977년 ㈜광주고속과 ㈜금호가 현금 1억원씩을 출연해 설립됐다. 재단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차세대 음악 영재를 발굴하고 지원해왔다. 1998년부터 금호영재콘서트 시리즈를 통해 만 14세 이하의 음악영재를 위한 데뷔 무대를 비롯해 만 15세~25세의 젊은 음악가들을 위한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시리즈, 2008년부터는 실내악단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금호영체임버콘서트 시리즈를 개최해왔다. 매주 꾸준히 이어진 이 콘서트는 국내 클래식 음악의 등용문으로 자리잡게 돼 최근까지 1000명이 넘는 음악가들을 발굴해왔다고 재단 측은 밝히고 있다.

실제로 재단은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 체류비뿐만 아니라 유명 연주자와의 협업, 항공권 등을 지원하면서 전세계 정상급 클래식 음악가들을 육성해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재단은 심지어 어린 예술가 학생들을 상대로 ‘금호 영뮤지션 매너스 스쿨’도 운영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프로필 작성법과 테이블 매너 교육, 인사법 및 자세 교정을 통해 무대 매너 교육과 더불어 프로필 사진 촬영도 제공해준다.

다만 클래식 음악은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도 고가의 악기를 보유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티켓도 고가다. 일반 대중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단이 보다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관상에 명시된 아트홀 운영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업 저변을 넓혀 대중도 클래식 음악을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재단은 문화예술 소외 지역을 찾아가 지역 아동 및 주민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회 개최하는 ‘사랑의 금호아트홀’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관련 사업의 마지막 영상은 2017년 이후 전혀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정관상 아트홀과 미술관 운영 사업이 고유목적사업이므로 아트홀과 미술관을 운영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 및 지출 내역이 전부 목적사업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단측은 장학사업도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재단 관계자는 “재단 사정이 어렵다”면서 지난해에는 장학사업을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인건비 지출 비중은 높다. 지난해 공익사업 지출 비용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간접비 비중이 38%에 달했다. 2018년에는 41%인 29억원에 달해 지출 금액(12억원)은 크게 줄었으나 간접비 지출 비중은 여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음악, 미술 사업팀이 직접 사업 기획‧마케팅 등을 하고 근속 연수도 평균 7년 정도 되면서 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박삼구 전 회장, 계열사 이용한 사익편취 의혹

금호아시아나재단은 인수‧합병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케이 계열사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 계열사는 공항 수하물을 분류하거나 항공기 내에서 발생한 각종 쓰레기와 오물을 처리하는 일 등을 맡은 용역회사로,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인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업체다.

재하청업체지만 계열사들의 지분은 재단이 보유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케이알(KR), 케이에이(KA), 케이오(KO) 등의 계열사 지분 100%를 재단이 무상 증여받았으며 재단은 지난해 기준 이들 계열사로부터 배당금으로 14억2000만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케이오의 경우, 현재 경영난을 이유로 순환 무급휴직도 검토하지 않은 채 지난 5월 무급휴직을 거부한 8명을 정리해고 했다.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160여명이 일하고 있는데, 월급이 200만원으로 치면 3억2000만원이 나가는 셈”이라면서 “이를 일주일 순환근무로 전환하고 정부지원금(90%, 약 160만원)을 받으면 360여명이 일할 수 있으며 나가는 돈은 1억50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회사 측에 호소한 바 있다.

그런 케이오가 지난해 배당금으로 2억2000만원을 재단에 지급했다. 올해 배당금을 지급한 사실이 발견되면 케이오와 함께 재단은 사회적 물의를 비껴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들 계열사 지분을 재단에 넘기면서 “비영리문화재단의 공익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그룹 소속 공익법인이기에,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를 함게 매각하게 된다.

매각 작업이 완료될 경우 금호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이 그룹의 중심이 된다. 재단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7.19%가 사실상 ‘캐스팅 보트’가 되면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금호고속 지분의 67.6%는 박 전 회장과 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박 전 회장(31.35%)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21.17%)에 이어 3대 주주(7.19%)다.

구태여 향후 지배구조를 논하지 않더라도 이미 재단은 박 전 회장에게 중요한 존재였다. 2009년 박 전 회장이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금호석화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일 때 재단은 박 전 회장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였고 2012년에는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한 뒤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박 전 회장의 우호지분을 늘렸다.

2015년에는 재단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금호기업에 4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사실상 공익법인의 설립 취지와는 맞지 않는 행보도 눈에 띈다.

재무구조

금호그룹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총자산은 743억원이다. 이 가운데 73%가 계열사 및 그룹 자회사 주식으로 541억원에 달한다. 금호고속 주식 400억원(의결권 지분 주식 200억원 포함)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금호재단은 금호산업 0.02%, 종속회사로 케이알, 케이오, 케이에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매해 계열사로부터 기부금과 함께 배당금 수익도 올린다.

지난해에는 배당금으로 22억원을 받았으며, 미술관 및 아트홀 운영 수익도 13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대비 공익목적지출 비중은 4.61%로 부족한 편은 아니나 수익에 비해 목적사업비 지출 금액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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