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기업 3곳 중 1곳이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원격근무 방식을 도입했으나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보고‧지시 업무의 프로세스 개선이 선결 조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여개 국내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업무방식 변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시행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34.3%였다.

코로나19 이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숫자로, 코로나19 이전에도 원격근무를 시행했던 기업은 전체 기업 중 8.3%에 그쳤다.

특히 코로나19 이전 원격근무를 시행한 기업은 규모별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대기업 9.7%, 중견기업 8.2%, 중소기업 6.7%),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시행한 기업은 기업 규모에 따라 최대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기업은 절반에 가까운 곳이 원격근무를 도입했으며(45.8%) 중견기업의 30.6%, 중소기업의 21.8%가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도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이 대면활동도 크게 줄였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기업이 ‘출장‧외근’(93.9%), 집체교육(95,8%), 회식(97.1%) 등 외부활동이나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활동을 크게 줄인 것은 물론, ‘정례회의’(74.0%), ‘대면보고’(43.9%) 등 경영상 불가피한 활동 역시 생략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대면 업무방식은 당초 우려와 달리 부작용이 크지 않았다. ‘비대면 업무 시행 후 업무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응답은 전체 중 16.4%에 그쳤고, 대부분의 기업은 업무효율성이 이전과 비슷하거나(56.1%) 오히려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27.5%).

불필요한 보고와 회의, 회식 등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직원 만족도도 높아졌다. ‘원격근무, 화상회의 등 비대면 업무에 대한 직원 만족도가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에 ‘만족도가 높았다’(82.9%)는 응답이 ‘불만족했다’(17.1%)는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유통업체 A과장은 “재택근무로 출퇴근 시간을 절약한 것도 만족스러웠지만 회의가 줄어든 점이 가장 좋았다”면서 “자연스레 불필요한 자료 작성이 줄었고 꼭 필요한 경우 화상회의나 메신저로 대체하면 되니 업무진행에 차질도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비대면 업무를 일부 도입한 제조업체 B 직원도 미디어SR에 “초반에는 비대면 업무 방식이 답답하고 소통 과정도 비효율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비대면 업무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그동안의 잦은 해외출장이나, 많은 미팅들이 오히려 불필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무효율성, 직원만족도 등이 긍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들은 비대면 업무방식을 지속하기는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도입한 비대면 업무는 코로나19로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으며 한시적 시행이기에 문제가 없어보일 뿐 장기적으로는 기존 방식과 불협화음을 야기할 수 있다고도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근무를 지속하거나 도입할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없음’이 70.8%를 차지했다.

현재 활용 중이며 향후에도 지속하려는 기업은 7.7%에 불과했으며, 도입을 검토 중인 곳은 21.5%에 그쳤다. 원격근무 도입 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기업 중 72.8%는 화상회의‧온라인 보고 등 업무방식을 비대면으로 확대할 의향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27.2% 기업만이 비대면 업무방식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비대면 업무방식 확대를 꺼리는 이유로는 ‘기존 업무방식과 충돌해서’(62.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업무진행속도 저하 우려’(16.7%), ‘정보보안 우려’(9.2%), 인프라 구축비용 부담‘(7.0%) 등이었다.

이와 관련 B 직원은 미디어SR에 “비대면 업무체제로 전환하려면 결국 2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면서 ‘컨센서스(consensus; 합의)’와 ‘시스템’을 꼽았다. 우선 구성원들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가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화상미팅 및 컨퍼런스콜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약업체 인사팀 C팀장도 “본격적으로 업무방식을 바꾸려면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어떻게 업무를 기획하고 진행할지, 근태관리나 성과평가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전면적인 재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택근무를 휴가처럼 생각하는 직원, IT기술에 능숙하지 않거나 변화를 꺼리는 리더 등 일부 구성원들의 사고방식도 걸림돌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대면 업무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를 묻는 질문에 ‘보고‧지시 효율화’라는 답변이 51.8%로 가장 많았고 ‘임직원 인식‧역량교육(28.1%) ’보안시스템 구축‘(23.8%), ’성과평가‧보상제도 재구축‘(15.3%), ’팀워크 제고방안 마련‘(9.5%) 등이 뒤를 이었다.

즉 비대면 업무를 운용하는 방식과 수준도 비대면 업무 도입 효과를 좌우하게 된다. 또다른 제조업체 D직원은 미디어SR에 “비대면 업무를 ‘보여주기’식으로 도입하는 것은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면서 “회사 내부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면피나 성과 평가를 고려해 목적에 맞지 않게 비효율적으로 도입해 구성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비대면 업무방식이 업무방식 효율화를 위한 과정인지, 업무방식 효율화를 이룬 후의 Next-step(다음 단계)인지에 대한 기업 간 입장차가 있었다”면서 “기업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 만큼 업종 특성과 현재 업무방식의 효율성, 인프라 구축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비대면 업무방식 확대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칫 글로벌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구글, 트위터 등 미국 IT 기업들이 연이어 원격근무 확대를 발표하고 있으며, 제조기업인 일본의 도요타도 재택근무를 전 직원의 3분의 1로 확대했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IT기술의 발달과 구성원들의 인식변화를 고려할 때 비대면 업무방식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코로나19가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업무방식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의는 대기업 144개, 중견기업 49개, 중소기업 119개 등 국내 312개 회사를 대상으로 전화 및 이메일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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