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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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국 정부가 주요 국가에 비해 항공산업 지원 규모가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독일 등의 주요국은 항공사 자산 대비 많게는 20% 이상을 지원하고, 적어도 10%를 지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멈춰서다시피한 항공업계는 매출의 중심이 되는 국제선 운항의 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이다. 전세계 항공사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항공업계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정부의 지원 규모가 주요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한다고 제언했다.

전경련이 주요 국가의 항공산업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항공사 자산 대비 지원 비율이 7.1%로 미국, 독일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정부는 현재 대한항공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 1조7000억원을,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3000억원을 지원해 총 3조2000억원 규모다. 최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자산(27조141억원)의 4.4%에 그친 수준이며 정부 지원을 받은 항공사 7곳을 전부 합쳐도 자산 합계 44조9000억원의 7.1%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독일은 루프트한자에 자산 규모의 21% 수준을 지원했으며 미국도 항공사 자산 규모의 10% 수준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독일이 기간산업지원프로그램을 활용해 루프트한자에 총 90억유로(약 12조원)를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427억유로인 루프트한자 자산 규모의 21%에 달한다. 독일 정부는 3억유로를 루프트한자 지분 20%를 매입하는 데 사용했으나 주식 의결권은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행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미국도 250억달러(약 30조4000억원) 규모의 여객 항공사 임금지원프로그램(PSP)을 마련했다. 금융 지원 형태로 지원하는 한국 정부와 달리 지원금의 70%는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나머지 30%만 대출로 지원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는 항공사는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등 주요 6개 항공사를 기준으로 213억달러(약 25조6000만원)를 기록했다. 이들 항공사 자산의 10%에 해당한다.

프랑스 역시 지난 9일 항공우주산업에 150억유로(약 20조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어프랑스에만 70억유로(약 9조5000억원)를 지원하고, 항공기제조사 에어버스 또한 지원금을 받는다. 프랑스 정부가 에어프랑스에 지원하는 금액은 에어프랑스 자산의 22.8%에 해당한다.

싱가포르항공의 경우는 자산의 42.6%에 육박하는 13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한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글로벌 항공업계가 보는 순손실이 843억 달러(약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난 5월 올해 글로벌 항공여객수요가 지난해 대비 최대 71%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한국의 국제선 여객 수요는 이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 5월 국제선 여객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98.2%로 급감했고 전체 여객 실적도 80.3%나 감소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2분기 상황이 더 악화된 상태라 당장 한두달 사이에도 망하는 항공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으며 이미 항공사들은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항공업계가 2분기 성적표에 대한 우려를 짊어진 가운데 한국 정부도 항공업계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도 지원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지난 27일 항공사들이 중심이 되는 ‘항공산업 발전 조합’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항공산업에 금융 안전망을 갖추자는 취지로, 각 항공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재원 조달에 기여하되,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운영 초기(2021~2023년)엔 항공사 부담분 외에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부 출연도 검토하겠다는 구상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주요국은 항공산업이 중요 기간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매입기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제 개편과 시장에 의한 산업 재편을 지원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 항공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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