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뜨거운 열정을 가진 배우’. 신혜선을 열 글자로 압축한 표현이다.  그는 현장에서 몰입도와 집중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신혜선은 스크린 첫 주연작 ‘결백’에서도 인물과 동화된 듯 세밀한 연기를 펼쳐냈다. 꾸준히 도약해나가는 그의 가장 큰 동력은 열정에서 비롯된 ‘욕심’이다. 늘 열정이 식지 않길 바란다던 그의 연기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그리하여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Q. 스크린에서 첫 주연 작품을 선보이게 됐어요.
신혜선:
정말 떨려서 시사회 날에도 객관성을 잃고 긴장한 상태로 영화를 봤어요. 아쉽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시작이 중요한 만큼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객관적인 평가가 안 되네요(웃음). 몇 년 후에나 내 영화가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떨림 반 무서움 반이에요.

Q. 드라마로는 ‘황금빛 내 인생’, 영화로는 ‘결백’이 주연으로서 처음으로 참여한 작품이죠. 브라운관과 스크린, 어떻게 다르던가요?
신혜선:
‘기다림’이 달랐어요. 드라마는 사전제작을 제외하고는 제가 찍은 결과물이나 시청자 반응을 빠르게 볼 수 있어서 부담감을 빠르게 털어낼 수 있는데, 영화는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평소에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촬영을 마치고도 허심탄회하지 않고 아쉬우면서 긴장이 됐어요. 관객 분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참 어렵고 무섭더라고요. 그리고 영화는 한 편` 안에서 모든 기승전결을 끝내야 하니까 감정선이 조금 더 디테일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Q. 평소에 시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결백’ 역시 시사적인 면이 도드라진 작품 아닌가요.
신혜선:
제가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해요. 경각심도 생기고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결백’의 대본을 봤을 때도 제가 생각하는 정감 있고 푸근한 시골이 아닌 숨 막히는 공간으로 묘사된 게 새로웠어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평화로워 보이지만 파고들수록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 영화도 딱 그런 것 같아요. 담담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영화인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얼키고 섥힌 복잡한 이야기들과 반전이 곳곳에 숨어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평범해보이면서도 치밀하고 짜임새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Q. 이번 작품에서 맡은 안정인 캐릭터는 신혜선이라는 배우의 장점이 녹아있는 인물이에요. 도회적인 이미지와 발음이 명확하다는 강점이 법정 신에서 십분 발휘됐죠.
신혜선:
사실 실제 저와는 매우 다른 인물이긴 해요. 저와는 살아온 환경과 머릿속에 갖고 있는 생각이 다르니까,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비밀의 숲’의 영은수를 연기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안정인과 영은수의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따지자면 영은수가 조금 더 성숙해지고 능숙해지면 안정인 같은 사람이 될 것 같다고 할까요? 안정인이 자라온 환경을 생각하가며 이해하려 노력했어요.

Q. 극에서 유독 클로즈업이 많았어요. 스크린에 얼굴이 크게 잡힐 때면 안정인의 미세한 감정선이 확실하게 와 닿아서 더욱 몰입이 되더라고요.
신혜선:
저는 제 모습을 보다 보니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들이 더욱 부각돼 보였어요. 다만 클로즈업 덕분에 안정인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잘 드러났다고 느꼈어요. 초반부 안정인은 감정을 잘 보여주지 않고, 덤덤한 상태로 이성적인 모습을 유지해요. 그러다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런 미묘한 흐름을 감독님이 카메라로 잘 담아주신 것 같아요.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Q. 선배 배우 배종옥과 모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췄어요.
신혜선:
엄마와의 만남은 극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 중 하나였어요. 사실 저는 정인이가 왜 이런 말을 하며 이렇게 행동하는지 와 닿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어렵게 느껴졌죠. 하지만 현장에 투입되니 이해가 됐어요. 세트장에 들어가서 동선을 살펴보고, 배종옥 선배님과 리허설을 하다 보니 비로소 납득이 되더라고요. 감정연기가 안 될까봐 걱정했는데 선배님이 촬영 전에 집중하며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선배님은 현장에서 감정을 계속 유지하는 편이신데,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며 선배님의 집중력을 배웠어요.

Q. 건조하게 흘러가던 정인의 감정선이 엄마인 화자(배종옥)를 만나며 급변한다고 느꼈어요. 모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울컥할 만한 여러 장면이 나왔죠.
신혜선:
법정 신 중에 딸을 못 알아보는 엄마에게 ‘내가 누굽니까’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땐 변호사인 만큼 울컥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 가니 울컥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정인이는 혼자 집을 뛰쳐나와서 독립적으로 살아갔지만 사실은 엄마가 너무나도 필요했던 아이구나 느꼈어요. 엄마에게 오해를 가졌다가 이해하는 그 과정이 감정의 흐름으로 표현됐는데, 저 역시도 몰입이 돼가더라고요.

Q. 동생 정수로 열연한 배우 홍경과의 호흡도 인상 깊었어요.
신혜선:
(홍)경이가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착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거든요. 함께 연기하면서 깜짝 놀랄 순간도 많았는데, 압도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생각보다 더 잘 나온 장면도 있었어요. 정수가 누나와 법정 증언을 연습하는 장면에서 살짝 눈물이 고인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울컥해지더라고요. 경이의 연기 하나로 시나리오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던 정수의 서사가 단 번에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Q. 극의 주축으로서 많은 인물을 만나며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역을 맡은 만큼 촬영에 앞서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아요. 평소에도 ‘배우 신혜선’은 노력파로 정평이 나 있죠.
신혜선:
타고난 게 별로 없어서 열심히 하려 해요. 발음도 평소에 좋은 편이 아니지만 대사를 열심히 외워 말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던 만큼 간절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는데,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욕심과 간절함이 너무나도 커졌어요. 지금도 그때의 보상심리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면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쉬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들지는 않거든요.

Q. 그럼에도 배우라는 직업은 비워내고 또 쉬어가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신혜선:
저 역시도 가끔씩 휴식에 대한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나중에도 제 마음에 휴식을 줘야 할 순간이 오겠죠?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으려 해요. 정말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재충전을 하기도 해야겠죠. 아직은 아니지만요(웃음).

Q. 앞으로 스크린에서 시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신혜선:
공포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귀신 역할도 해보고 싶고, 미스터리한 오컬트 물이나 재난영화도 참여해보고 싶고…(웃음).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잖아요. 2020년에 이 인터뷰를 했으나, 5년 뒤에는 몇 개 정도 했을까 싶어요.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Q. 특별히 장르물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면.
신혜선:
평소에 그런 것들을 좋아하긴 해요. 귀신 나오는 공포는 잘 보지 못하는 편이지만요. 사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귀신 걱정할 때는 아닌 것 같거든요. 하하. 귀신보다는 실제 사건 모티브나 재난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좀비 영화도 좋아하고요. 편안한 안방극장에서 저들이 치열하게 사는 것을 관전하는 느낌이랄까요? 평소에 느끼지 못한 우리의 삶이 평화롭다는 게 확 느껴져요. 경각심을 불러오게 하는 장르를 최근에 더 좋아하게 됐어요.

Q. 그런 면에서는 ‘결백’이 신혜선의 취향 저격 영화겠네요(웃음).
신혜선:
정말 맞아요! 정말요! 하하, 제가 원래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를 좋아하는데다가 워낙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농약 막걸리 사건이 모티브거든요. 저희 영화가 미스터리가 풀려가는 과정이 ‘그것이 알고 싶다’ 같아서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말 그대로 제 취향이 저격당한 느낌이었어요. 관객 분들도 이런 장르적인 면과 극중 모녀의 대조적인 모습에 주목하면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이번 작품에서 모녀로 함께 한 배종옥과 차기작을 함께하게 됐어요.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게 된 작품이기도 하죠.
신혜선:
정말 기대돼요. 선배님과는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관계성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거든요.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사극이더라도 저는 현대인의 영혼이 깃든 중전이어서 현대말투를 써요. 사극에 출연하지만 사극연기가 아닌 셈이죠. 한복을 입고 쪽머리를 지는 게 정말 덥다고 들어서, 열심히 각오를 다지고 촬영에 임하려 해요.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배우 신혜선.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Q.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어요. 대중이 배우 신혜선을 어떻게 받아들여주길 바라고 있나요.
신혜선:
공감이 잘 되는 배우로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제게 공감될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어요. 

Q. 이번 작품이 유난히 어렵다고 했는데, 힘든 도전을 끝낸 만큼 배운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신혜선:
안정인으로서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던 순간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덕에 어떤 어려운 역할이 오더라도 열심히 이겨낼 수 있도록 조금은 단련된 것 같아요.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 커요. 그래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죠. 이번 작품에서는 선배님들의 열정을 배웠어요. 가끔 제 마음에도 휴식이 필요하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사실 선배님들은 저보다 몇 배의 인생을 사신 거잖아요. 그럼에도 뜨거운 열정을 갖고 계시다는 게 정말 감탄스럽더라고요. 

Q. 다시금 배우로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겠네요.
신혜선:
맞아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오래오래 연기하는 게 최종 목표인데, 제 꿈을 이룬 분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그 태도를 보고 본받을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어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번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 거죠. 

Q. 그렇다면 이걸 꼭 물어보고 싶네요. 오래 연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신혜선:
욕심인 것 같아요. 다른 말로 풀자면 열정이지만, 저는 욕심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연기를 하다 보면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계속 생기잖아요. 사납고 날카로운 연기를 하면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곤 하는데, 그런 욕심이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저는 여러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거든요. 배종옥 선배님도 마찬가지시더라고요. 저 역시도 이런 마음이, 앞으로도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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