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연강재단이 지난해 8월 개최한 과학교사 학술시찰 견문록 출판기념회. 사진. 두산연강재단 홈페이지
두산연강재단이 지난해 8월 개최한 과학교사 학술시찰 견문록 출판기념회. 사진. 두산연강재단 홈페이지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두산연강재단은 공익사업을 활발하게 펼쳐왔으나 투명성은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부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00만원에 그쳤다. 또한 목적사업비를 100억원 넘게 집행했지만 구체적인 내역은 역시 알 수 없다.

두산연강재단은 재단 산하에 두산아트센터를 운영하면서 문화사업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지난해 재단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재단은 총 목적사업비 110억원 중 72억원을 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지출, 2018년보다 전체 목적사업비 중 두산아트센터에 지출하는 비중은 오히려 더 커졌다.

재단 산하 두산아트센터는 소극장과 갤러리 등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공모를 통해 발굴한 신진 창작자와 작품을 통해 채워진다.

재단은 선정한 창작자 및 단체 등에 작품 개발비와 장비, 연습실, 창작 과정에서의 피드백과 전시 및 공연에 필요한 홍보마케팅까지 지원하는 등 예술가들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센터는 두산연강예술상을 2010년부터 제정해 공연ᆞ미술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를 지원한다. 지난해 수상자 2명에게는 총 3억3000만원 상당의 혜택이 주어졌다. 상금 각 3000만원과 공연 제작비 및 뉴욕 체류비와 갤러리 전시 기회 등 2억7000만원 상당의 지원이 이뤄진다.

이처럼 활발한 사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지출 내역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재단 측은 기부금이 100만원이라며 해당 기부금을 지출한 내역만을 공시자료에 기재하는데 그쳤다.

재단 측에 100억원이 넘는 사업 집행의 구체적 내역을 문의했으나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부금 지출 내역에 대한 공시를 충분히 했으며 법적 의무가 있는 지출 내역은 전부 공시자료에 기재했다”며 “법적 의무를 충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법적 의무가 없는 지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공개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재단 공시자료에는 재단의 활동 내역이 △초, 중, 고 대학생 장학금 지원 △교사 해외연수 지원 △도서벽지학교 도서지원 △학술연구비 지원 △두산아트센터 공연장 대관 △공연제작 △갤러리전시로만 기재돼 있다. 사업별로 세부 지출 내역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지출 내역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재단의 행사를 전하는 개별 뉴스를 통해서만 구체적인 사업비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다.

두산연강재단은 공익성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두산이야 그룹명이지만 연강(蓮崗)은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아호다.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이 재단이름에서도 물씬 묻어난다.

재단 산하 아트센터의 경우 대중의 문화 향유 접근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기도 하지만 일반 관객이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관람료와 공연장 대관, 부대시설 사용료로 수익을 얻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윤리적‧사회적 책임도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재단은 홈페이지에 지난해 공시자료를 직접 공개하고 있어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은 어느 정도 인정할 만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사진과 그들의 약력을 공개하지 않아 재단 운영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이뤄지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소경이 코끼리만지듯 조각 내용들을 통해 전체를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재단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스스로 ‘투명’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향후 개선이 기대되기도 한다. 두산이 추구하는 9가지 가치 중에는 인재 양성도 있지만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도 명시돼 있다.

한편 재단은 3%의 ㈜두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 그룹은 총수 일가가 대대로 각 계열사를 나눠 경영하고, 지분율도 친족 간에 차이가 크지 않아 3%대의 주식 지분이 경영권 승계에 쓰인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초대 이사장부터 지금까지 두산 총수 일가가 재단 이사장을 맡아 온 가운데 재단은 지난해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 지분을 취득했다.

두산 계열사 중 ‘알짜’로 꼽히는 2곳의 지분을 취득한 셈이다. 이 때문에 출연한 주식 및 금융 자산을 재단에 묶어둔 채 별다른 공익사업도 영위하지 않아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단은 지난해 총수익 283억원을 기록하고 목적사업비로는 110억원을 지출하는데 그쳤다.

재단 관계자는 수익과 공익사업 지출 금액의 격차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미디어SR에 “회계내역상 수익과 지출이 중복으로 잡히는 부분이 있어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