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생산 차질 없다"는 입장만 되뇌어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현대차그룹 홈페이지 제공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 현대차그룹 홈페이지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2차 협력사가 경영난 악화로 인해 사업을 포기하면서 현대차가 생산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2차 협력업체인 명보산업은 경영난 악화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공문을 17일 현대차와 1차 협력업체인 리어코리아·동국실업·세원E&I·베바스토에 발송했다.

명보산업은 운전석 쪽 핸들 밑부분을 덮는 '로우판넬'과 퓨즈박스(일종의 자동차 두꺼비집) 덮개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해당 부품은 팰리세이드·싼타페·투싼·넥쏘 등에 들어간다.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2020 팰리세이드'.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명보산업이 부품을 1차 협력업체인 동국실업, 세원E&I 등에 납품하면 후작업을 거쳐 현대차에 공급한다.

이에따라 명보산업이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1차 협력업체는 물론 현대차 완성차 공장까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다.

현대차는 미디어SR에 "부품 재고 현황을 파악하고 추가 재고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해 라인 가동에 문제가 없도록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측은 이어 "당장 생산이 중단되는 등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도 생산이 잘 되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사태 장기화시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재고 상황은 설명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명보산업의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당장 대체할 부품이 없다는 것이 관련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18일 미디어SR에 “해당 부품은 현재 대체가 불가능한 품목”이라며 “차종별로 각각 부품이 다른데, 그에 맞게 금형(부품 제작 틀)을 새로 제작하려면 1~2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설명에 따르면 명보산업의 사업 포기가 철회되거나 현대차 및 관련 협력사와의 지원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대차 인기차종인 팰리세이드, 산타페 차종의 생산이 최소 2주 이상 중단될 수 있다.  

현재까지 명보산업의 사업 포기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은 드러나지 않았다. 명보산업은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고 외주 용역이 정문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협력업체의 또다른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명보산업의 사업 포기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영난이 가중된 것인지, 다른 배경이 있는지 사업 포기의 구체적인 배경을 알아야 대응을 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즉 명보산업이 이같은 공문을 발송한 데에는 단순한 경영 악화가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노조는 명보산업의 부품이 필요한 차종의 재고가 17일 야간작업으로 소진되거나 최대 이틀 치 분량의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는 앞서 12일부터 16일까지 1차 협력업체 덕양산업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로 한 차례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로 인해 GV80, 팰리세이드, 싼타페, 스타렉스의 생산이 멈췄다.

한편 명보산업의 사업 포기 사실이 알려지면서 1, 2차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기술보증기금은 자동차 부품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4200억원 규모의 '자동차산업 상생협약 보증'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기보의 금융지원에는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각각 100억원과 42억원, 정부가 100억원을 출연하며 지자체도 70억원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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