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현대중공업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한국 조선 3사에 23조원 대의 대규모 발주 계약이 체결되자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기업결합(독과점) 심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EU 집행위는 3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2차 심사 기한을 오는 9월 3일로 제시했다.

EU집행위는 두 회사의 인수합병 딜은 조선부문에서 시장점유율 21%를 차지하게 돼 EU조선회사들이 이 딜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측은 이에 대한 반론이나 대응책을 EU에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미 (사측에서) 제출해야하는 자료는 모두 제출한 상태”라며 “다만 EU에서 시장과 수요, 물동량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해야 점유율 등의 구체적 수치를 확보할 수 있는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이같은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듯하다”고 언급했다.

EU집행위는 두 기업의 합병이 글로벌 조선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2차 심사에 돌입한다고 지난해 12월 중순 밝혔다. 당초 2차 심사는 90일간으로 규정돼 있어 5월 초에 심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지난 3월 31일 심사를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결과 발표가 연기됐다. 심사 관련 자료 수집 등이 난항을 겪으면서 심사 자체가 늦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개사가 지난 1일 23조원대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 계약을 따내는 쾌거를 거뒀다. 각사의 발주량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수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장 점유율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NG선의 경우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적 우위를 업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사실상 1개 업체만 LNG선 건조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과의 기술적 격차가 큰 편이다.

다만 EU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EU 역내 수요와 해운사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이번 수주를 통해 까다롭게 들여다볼 수도 있다. LNG선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량이 기존 연료보다 적은 친환경 선박이다.

EU집행위 마그렛 베스타거 수석부위원장(경쟁정책담당)은 “EU의 해운사들은 국내외 화물거래의 상당 부분을 해상운송을 이용하며 세계 유수의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에게 정기적으로 선박을 발주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이번 합병이 유럽 고객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으로부터는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으나, 나머지 중국, 싱가포르, 일본, EU 등의 기업결합심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1월 EU 공정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신청한 6개 지역(한국 공정위·일본·중국·EU·싱가포르·카자흐스탄) 가운데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특히 EU는 이른바 전세계 조선업의 ‘큰 손’으로, 전세계 선박 수주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모두 승인을 받게 되면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상호 보유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맞교환하고, 대우조선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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