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본사. 사진. NH농협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NH농협은행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를 주문해 판매한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전날(3일) 정례회의를 열고 농협은행 OEM펀드 관련 증권신고서 미제출 혐의에 대한 과징금 수위를 확정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부과한 100억원에서 80억원 감경된 수준이다.

이에 농협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해당 사안이 법률 적용상 논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재가 강행되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펀드 판매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재까지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현재까지 판매사가 OEM펀드 판매와 관련해 과징금을 받은 선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OEM펀드란 펀드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직접 펀드 구성을 요청해 판매사의 지시대로 설정돼 운용되는 펀드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판매사 제재 첫 사례인 만큼 증선위는 지난해 11월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처음 시작했지만 자본조사심의위원회 2회,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포함해 총 4차례나 증선위를 열고 나서야 7개월 만에 과징금 수위를 확정했다. 

한편 이날 증선위는 농협은행의 지시를 받아 OEM펀드를 만들어 운용한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에도 각각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

농협은행은 앞서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시리즈펀드 형식으로 사모펀드를 판매했는데,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을 공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위장한 사모펀드라고 판단하고 있다.

공모펀드 관련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는 기존에는 발행인에게만 해당해 판매사는 책임에서 벗어났으나, 앞으로는 관련 법이 강화돼 판매사도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고위험 투자상품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판매사에 OEM펀드 운용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농협은행이 OEM펀드 판매사 제재의 첫 사례로 본보기가 될 전망이지만, 해당 펀드를 판매한 시기가 2016~2018년인 점에 따라 소급적용의 논란도 불거졌다. 

또한 사모펀드 쪼개 팔기 처벌의 법적 근거가 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증권법 규정이 최근 개정되면서 제재 근거에 대한 논란에 더욱 힘이 실린 상황이다. 지난 3월 미 SEC는 둘 이상으로 나눠진 증권을 하나의 발행으로 취급하는 기준인 '거래통합지침'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농협은행의 과징금 수준은 금융위 정례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여부는 증선위에 이어 금융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금융위에서 당행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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