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비해 기업지배구조 얼마나 건전해졌나
지배구조 개선되면 주가도 오를까…아직은 '글쎄'

픽사베이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자율공시에서 지난해부터 의무공시로 전환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가 지난 1일 완료됨에 따라 기업지배 구조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높여 ESG투자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목표는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주주의 권리보호, 이사회의 책임성과 감사기구의 독립성 확보 등을 위한 기업의 제도적 장치 등을 공시해 시장의 감시 강화와 기업의 자발적 개선 유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단기적 이윤추구도 중요하지만, ESG(환경, 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해야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있다는 세계적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는 별개로 기업지배구조 공시 결과만을 두고 봤을 땐 여전히 내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기업 주가에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시총 10위권 기업, 스스로 평가한 지배구조는?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선별적이고 자의적인 공시를 방지하고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전보다 더욱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 3월 제시했다. 거래소의 방침에 따라 기업들은 총 15개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조항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각각 O, X로 표시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기준에 의거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시총 1위부터 10위까지의 기업보고서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 동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未)준수 항목이 오히려 증가한 사례도 종종 눈에 띄었다.

또한 지난해 10대 기업의 지배구조는 개선된 측면이 있는 반면 여전히 미흡한 부분도 상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등으로 전자투표 도입 사례는 2018년에 비해 늘었지만, 독립적인 내부 감사부서의 설치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법인의 2018사업년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LG화학을 비롯해 케이티, 한국가스공사, 현대중공업지주, SK텔레콤 등 5개사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우수법인'으로 선정하고 시상한 바 있다.

5개 공시우수법인 가운데 LG화학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봤다. LG화학의 경우 2018년과 비교해 봤을 때, 작년에는 오히려 미준수 항목이 다소 늘었다. 한예로 지난해에 제대로 준수됐던 주주총회의 집중일 개최 항목이 이번에는 코로나19탓에 미준수로 기재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도 아쉬움을 남겼던 집중투표제 채택이나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 전자투표,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감사의 경우 정도경영, 회계감사 파트를 운영하며 감사위원회에 직접 보고하는 등 독립성이 확보된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직 운영 구조상 인사권과 예산권 등이 감사위원회에 귀속돼 있지 않아 미준수 항목에 표시했음을 밝히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2018년 공시가 우수하다고 거래소에서 선정했지만 LG화학의 경우 주가가 지난해 1월 2일 33만7000원에서 올 1월 2일 31만4000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낳은 최대의 수혜주로 꼽히는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해 1월 첫 거래일 10만2000원의 주가에서 올 1월 첫 거래일 15만2500원으로 49.5% 뛰었다. 또 코로나19에도 오히려 언택트주로 꼽히면서 지난달 26일 종가기준 27만원까지 164.7% 급등세를 구가하고 있다. 

주가 상황은 좋지만, 공시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면서 2018년에 비해 지난해 기업들의 미준수 항목이 급격히 늘어났다.

2018년에는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집중투표제,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내부감사부서의 설치 등 총 4개 항목에서 미준수 여부를 체크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주총 4주 전 소집공고 실시와 집중투표제에 더해 배당정책 배당실시 계획 통보,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독립적인 내부감사기구의 설치 등 7개 항목이 미준수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는 특히 중장기적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6년간 매년 약 100억원 수준의 현금 배당 결정을 공시하고 시행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전자투표 실시 항목에 대해 지난해 제대로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와 집중투표제, 내부감사부서의 설치를 제외하고 총 12개 항목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2018년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한 데 이어 2020년 2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감지됐다. 

삼성전자는 2019년 1월 첫 거래일 3만8750원에서 올해 첫 거래일에는 5만5200원에 거래되면서 43.45% 주가가 올랐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부터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받는 새로운 주주친화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또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개정해 회사의 전략 방향성과 ESG개선 필요성을 전문에 반영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의 설치는 미준수 항목으로 그대로 남았지만 2018년에 비해 크게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2018년에는 주주총회 4주 전 개최를 비롯해 전자투표,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권의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내부감사부서의 설치 등의 항목에 모두 미준수로 표시를 한 바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1월 첫 거래일 주가는 11만4000원, 올 1월 첫 거래일의 주가는 11만8000원으로 비슷했다.

바이오주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셀트리온은 지난해 주주총회 4주 전 실시,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배당정책,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 집중투표제 채택 등 총 5개 항목에 대해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미준수'로 평가됐다.  

다만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은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내부 프로세스와 법적 요건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도 지난해와 유사했는데, 당시에는 이사회에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이사가 존재했고, 전자투표를 시행하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과의 차이가 있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기업 중 내부감사기구가 설치된 기업은 없었지만, 셀트리온은 내무감사기구 설치 항목을 준수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셀트리온 주가는 20만4879원에서 1년 만에 18만원으로 감소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이슈와 맞물려 주가가 최근 고공행진 중이다.

ESG 투자, 갈 길 멀어

ESG는 2006년 UN에서 SRI(사회책임투자) 원칙이 제정된 이후 한국에 소개됐다.  ESG투자는 환경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외국에서 중요한 투자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 한국의 경우는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시총 10위권 기업의 주가 추이를 살펴봤을 때도 ESG투자가 우수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기업의 주가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한국지배구조원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ESG투자와 관련,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서는 ESG부문이 강한 기업들의 주가방어 능력과 회복 탄력성이 좋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건전한 지배구조는 바로 투자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전망도 내비쳤다. 기업 지배구조가 외국기업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데다 특히 기업의 경영철학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업지배구조를 비롯한 ESG투자는 단기점 관점보다는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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