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개 그룹 전체 계열사 내부거래 총액은 소폭 증가

사진. 픽사베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여간 규제 대상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규모는 3분의 1 감소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도 1.7%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그룹의 내부거래 규제 대상 기업 208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8조8083억원으로, 전체 매출 74조630억원의 11.9%를 차지했다.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 수가 2017년 말 228곳에서 2019년 말 20곳으로 줄었으며, 내부거래 금액은 같은 기간 12조9542억 원에서 4조1459억원으로 감소했다.

규제 대상이 되는 내부거래 규모만 3분의 1 가까이(32%) 줄어든 것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도 13.6%에서 1.7%p 하락했다.

SK와 LG, LS, 롯데, 한화, 한국투자금융, 네이버, 카카오, 태영, 넷마블, 한라, 동국제강, 금호석유화학, IMM인베스트먼트는 규제대상 계열의 내부거래 매출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내 내부 거래는 있더라도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되는 계열사들과의 내부 거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화, LG, SK의 경우 2017년 규제대상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60.9%, 52.9%, 33.0%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 지난해에는 내부거래 매출이 ‘0’을 기록했다.

이어 넥슨(-35.5%p), 호반건설(-26.4%p), 현대백화점(-13.7%p), 중흥건설(-13.5%p), 아모레퍼시픽(-12.9%p), 한국테크놀로지그룹(-12.6%p) 등도 규제 대상이 되는 내부 거래의 비중을 2년 전에 비해 10%p 이상 떨어뜨렸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미디어SR에 “SK 등의 그룹에서는 계열사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총수의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계열사 간 내부 거래는 있을 수 있으나 계열사 지분을 총수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가 전무한 기업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가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의 보유 지분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일 경우라고 제시한 바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SM, 세아, HDC, 한진 등 16곳은 2년 전에 비해 규제 대상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오히려 상승했다.

SM이 25.8%p 상승했고, 세아 22.2%p, HDC 20.7%p, 한진 19.4%p, 하이트진로 15.6%p 등도 두 자릿수 이상 내부거래 비중이 확대됐다.

규제 대상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큰 그룹은 동원으로 매출의 91.9%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비롯됐다.

삼양(67.6%)과 하이트진로(39.4%), 애경(39.0%), 한진(38.8%), 한국테크놀로지그룹(38.3%)도 매출의 30% 이상을 계열사에 의존했다.

자료. CEO스코어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기업 수는 효성이 15곳으로 가장 많았고 중흥건설‧한국테크놀로지그룹 각 13곳, GS 12곳, 애경 11곳, SM‧부영이 각 10곳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는 2년 새 규제대상 기업이 5곳 늘었고 한진(4곳), 두산(2곳), HDC(1곳) 등도 2년 전보다 늘어났다. 한진, 하이트진로 등은 2년 전 규제대상 기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혈족 및 인척 회사가 2018년 신규 편입됐기 때문이다.

오너일가 지분 조정과 친족 독립경영으로 인한 계열 분리 등을 통해 규제대상 기업 수를 줄인 곳은 16곳이다.

중흥건설과 호반건설이 각각 22곳, 11곳 줄었는데 모두 친족분리로 인한 감소이다.

이어 카카오(-4곳), 넷마블‧유진(각 -3곳), LG‧GS‧SM‧KCC(각 -2곳), SK‧한화‧OCI‧셀트리온‧영풍‧하림(각 -1곳) 등도 규제대상 기업 수가 감소했다.

현재 규제대상 기업이 한 곳도 없는 그룹은 LG, 금호석유화학‧동국제강‧한국투자금융‧한라 등 5곳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없는 포스코, 농협, KT, S-Oil(에쓰오일), 대우조선해양, KT&G, 대우건설, HMM, 한국지엠은 이번 집계에서 제외됐다.

자료. CEO스코어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액 대비 국내 계열사간 매출액 비중
*합계 :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총수 있는 기업집단 전체 합계

반면 총수의 지분과 무관한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소폭 늘어났다.

총수가 있는 55개 그룹 계열사 2113곳의 내부거래 총액은 174조1238억원으로 2년 전인 2017년 170조5742억 원에 비해 2.1%(3조5496억원) 증가했다.

한편 대기업집단 전문 데이터서비스 인포빅스에 따르면 자산 총액이 10조원 이상인 국내 3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기준으로 할 경우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은 총 182조439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들 기업집단의 총 매출액(1428조9991억원) 대비 12.7% 규모다.

내부거래 금액은 전년(184조5873억원)과 비교해서는 2조5천433억원 줄어 1.4% 감소했다. 다만 매출액 역시 감소하면서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12.6%) 대비 소폭 상승했다.

SK그룹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공정위 규제 대상이 되는 내부거래는 전무했으나, 내부거래 비중이 26.0%로 가장 높았으며 금액 역시 41조652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아울러 현대자동차그룹(20.1%), 포스코그룹(18.5%), 현대중공업그룹(18.0%) 등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S-Oil 그룹은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0.52%에 불과해 가장 낮았다.

내부거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 간의 거래행위를 뜻한다.

계열사 간에 사업상 필요한 거래가 있으므로 모든 내부거래가 불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할 경우에는 공정위가 행정조치를 취하거나 해당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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