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무증상 감염까지 잡아내야 코로나 잡을 수 있고, '슬기로운 방역생활'이 중요하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적군에 대한 정보다. 적의 규모나 화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승패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 군사작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늘 전시상황을 모호하게 느끼게 된다. 마치 안갯속을 헤맬 때와 유사하다고 해서 이를 ‘전쟁 안개(fog of war)’라고 부른다. 적군의 능력과 의도를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아군의 작전으로 적군을 토벌할 수 있을 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도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디에 침투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팬데믹 안개(fog of pandemic)’ 속을 헤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무력함을 느끼게 된다. 

전통적인 감염 관리 및 공중보건 전략은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격리시키고 치료하는 방법에 의존한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해온 한국식 3T(Testing, Tracing, Treatment) 방식이 바로 전통적인 방식이다. 그나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공법을 펼치고 있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가 맨 처음 발발했을 때 WHO(세계보건기구) 당국은 2003년 사스(SARS) 바이러스의 경험에 기초해 격리 및 검역 기준을 배포했다. 

코로나19의 유전자 구조가 홍콩 SARS(SARS-CoV-1)와 비슷하고 증상 발현 시점도 감염 후 평균 5일로 같다. 주로 호흡기에서 배출되는 비말을 통해서 전염된다는 점, 발병 증상이 주로 호흡기 증상(발열, 기침 및 호흡 곤란)을 나타내는 점이 같다는 점에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두 전염병의 전파 경향은 극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SARS(SARS-CoV-1)는 중국 등 제한된 지역에서 약 8,100 명을 감염시킨 후 8 개월 이내에 통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19(SARS-CoV-2)는 5개월이 지난 6월초 현재도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공식 통계만 해도 617만 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37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문명사회가 속수무책인 상태로 코로나19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지역 폐쇄를 하는 동안 잠시 머뭇거릴 뿐 지금 이순간에도 기승을 부리며 전세계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감염자를 쉽게 가려내지 못할 정도로 무증상 감염이 심하다. 그러다보니 감염자 근처의 주변인은 물론 감염자 본인 조차 스스로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흔히 무증상 감염 사례로 알려진 것은 독감이다. 독감의 경우, 무증상 분율이 4~28%(평균 16%)라고 한다. 독감의 경우 상부 기도 분비물의 바이러스 농도가 낮고 바이러스 발산 기간도 짧아서 잠재적 증상 또는 무증상 환자로부터의 감염 가능성이 코로나19보다 월등히 낮다. 더욱이 독감은 백신이 있을 뿐 아니라 타미플루라는 치료약도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코로나19의 무증상 환자 비율은 보고된 문헌마다 5~81%로 편차가 매우 심하다. 코로나19의 전파가 기침이나 재채기에서 튀어나오는 비말에 의해 전염된다고 한다. 특히 무증상 환자로부터 어떻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바이러스는 정상적인 호흡이나 대화 중에도 미세한 비말이 퍼지며 규칙적인 호흡만으로도 바이러스가 1m이상 퍼질 수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손길이 닿은 문 손잡이나 식료품 카트 손잡이 같은 표면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대유행이 된 주요원인은 바로 무증상 전염 특성 때문이다.  무증상 보균자는 아프지 않기 때문에 감염 진단을 받지 않는다. 물론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이들은 바이러스 전파의 중요한 매개체다. 중국 우한에서도 감염자의 86%는 기록에 잡히지 않았으며 이들로부터 감염자의 79%가 감염됐다는 분석도 나와있다.

2월초 다이어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선박에서 발견된 700건의 양성반응자 가운데 18%는 무증상 자였다.  

또 다른 크루즈 선내 사고에선 무증상 환자가 81%나 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중순에 128명의 승객을 태우고 아르헨티나에서 남극대륙까지 왕복한 크루즈선 어니스트 섀클턴(Enernest Shackleton)호에서 발생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승선 시점에 이미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던 때여서 탑승 전에 모든 승객과 승무원은 코로나19 증상을 선별했고 탑승 전 체온도 측정해서 문제가 없는 사람들만 승선했다.

물론 탑승 전 3주 이내에 홍콩, 대만, 중국, 한국, 일본, 이란을 경유한 승객이나 승무원은 모두 제외시켰다. 선박 내에는 손 소독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소독제들을 비치하고 선박 전체를 사전 소독 처리 했다. 그런데도 항해가 시작된 8일째에 첫번째 열병 환자가 나타났다. 탑승 전 무증상 환자였다.

문제는 이 무증상 환자로부터 이미 다른 탑승객에게 바이러스가 은밀하게 퍼진 후라는 점이었다. 모든 승객은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객실에 격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늘어만 갔다. 10일째엔 3명의 승무원, 11일째는 2명의 승객과 1명의 승무원, 12일째는 3명의 승객에게서 발열이 생겼다.

이후 크루즈 선은 우루과이로 가서 정박한 후 선내 탑승자들 모두에게  코로나19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탑승객 217명 중 128 명 (59 %)이 양성으로 진단되었지만 대부분 무증상 (104 명 또는 81 %)이었고 증상을 보인 사람은 24명이었다. 이중 16명(12.5%)는 경증 환자이었고 나머지 8 명은 입원(6.2%)치료를 받았다. 입원환자 중 4 명은 삽관 및 환기(3.1%)치료를 받았으며 1명(0.8 %)은 최종 사망했다.

어니스트 섀클턴 크루즈 사고는 외부와 완전 고립된 상태에서 무증상 환자 1명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은밀하게 전파된 교과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나타난 증상만을 기준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선별하는 방식은 많은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선별 시점에는 증상이 없다가도 1주일 후에  증상이 나타내는 전 증상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와 젊은이들은 무증상 환자가 많다. 

특히 코로나19가 다른 전염병에 비해 전염이 매우 쉬운 이유는 바이러스 부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SARS와 코로나19를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다. SARS의 경우는 증상이 시작된 후 최대 RNA농도(면봉 당 최대 5x10^5카피)가 도달할 때까지 7~10일이 걸렸다. 그런데 코로나 19는 감염 4일 후에 최대 농도 (인후 면봉 당 7.11x10^8카피)에 도달했고 바이러스 농도도 1,000배나 높았다.

특히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고농도의 바이러스를 주변에 뿌린다는 점에서 매우 다루기 힘든 바이러스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인 SARS-CoV-2 는 상부 기도 즉 코, 인두, 후두 등에서도 급속히 증식하므로 증상을 느낄 만큼 심하지 않아도 이미 높은 밀도의 바이러스가 비말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상부 기도에서 활성 바이러스 복제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감염 후 3~4일만 지나도 바이러스 배출 농도가 최고치에 근접하므로 감염 의심자와 접촉사실이 있다면 무증상이라 해도 자가 격리하면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점검해야만 하는 질병이다. 

바이러스 전파 특성이 SARS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발열 체크나 증상 발생 여부를 문진하는 고전적인 검진, 추적, 치료만으론 완전하게 코로나19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 현재 방역당국이 직면한 당면현안이다. 코로나19를 박멸하려면 방역 당국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생활 백신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슬기로운 방역생활'을 체질화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한 개인방역 5대 핵심원칙 즉,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건강거리 두기, 30초 손씻기 및 기침은 옷소매에,  매일 2번 이상 환기 및 주기적 소독, 그리고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등은 누구나 지켜야 할 실천 요강이다. 무증상 감염을 최대한 줄이려면 당분간 다중 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고,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철저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아울러 꼭 필요한 접촉이라도 최소화하고 철저히 손 씻는 생활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길 밖에 없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객원교수, 포항공과대학 겸직교수. 포항산업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 등을 역임했다.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요즘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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