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것으로도 한정되지 않는 배우"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매 작품마다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조정석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남겼다. 익준을 연기하며  ‘조정석만이 가능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호연을 펼친 조정석. 시즌1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올 하반기부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촬영에 돌입한다. 조정석이 보여준 익준이 매력적이었던 만큼, 익준으로서 그가 보여줄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캐릭터였던 익준은, 그렇게 우리 모두의 마음에 스며들어 그 다음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Q.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이 큰 사랑을 받으며 막을 내렸어요.
조정석:
좋은 결과로 마무리돼 정말 기뻐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은 슬기로운 제작진과 감독님, 작가님, 배우 등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촬영을 했어요. 이런 드라마에 함께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어요.

Q. 첫 방송 시청률로 예상했던 12%를 넘어 14.1%라는 기록을 세웠어요. 함께 발표한 OST도 음원 차트를 휩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죠. 
조정석:
평범하지만 힘이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 내용이 제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시작 전부터 기대가 컸던 만큼 시청자 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실 거라는 기대가 어느 정도는 있었죠. 이야기 속에 담긴 따뜻함, 감동, 유머가 가진 강력한 힘 덕분에 이런 큰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한 감정과 숨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이 재미있는 포인트로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해요.

Q. 전작을 꾸준히 흥행시킨 제작진과 함께 하는 만큼 기대감과 부담감이 공존했을 법도 한데.
조정석:
부담보다는 기대가 컸어요. 이전부터 신원호 감독님, 이우정 작가님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거든요. 제가 배우들 중 가장 먼저 캐스팅된 걸로 아는데, 상대 배우도 모르고 대본도 못봤지만 출연을 결정할 수 있던 건 오로지 감독님, 작가님을 향한 믿음 때문이었어요. 역시나 함께 하니 좋더라고요. 이우정 작가님의 글은 볼 때마다 탄탄해서 놀람과 감동의 연속이었고, 신원호 감독님은 배우와 스태프 모두를 따뜻하게 챙겨주셔서 감동을 받곤 했어요.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Q.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들이 주축인 드라마지만 일반적인 메디컬 장르극과는 다른 호흡을 보여줬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첫 의학 드라마 도전이기도 했는데, 익준의 어떤 면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는지 궁금해요.
조정석:
의사 역할인 만큼 외래 진료를 보는 교수님들의 모습을 보며 자문을 구했고 간 이식 수술에 직접 참관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중점을 둔 건 의사 역할에 집중하는 것보다 ‘이익준을 어떤 의사로 표현해야 할까’ 였죠. 같은 의사여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의사, 솔직하게 직언하는 의사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있잖아요. 저는 사람 냄새 나는 의사 익준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캐릭터여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수 있었는데, 재미있으면서도 ‘익준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늘 고민했어요.

Q. 코믹함과 진지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 호평 받았어요. ‘조정석이 아닌 이익준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죠.
조정석: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부끄럽기도 해요. 모든 공을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돌리고 싶어요. 이익준을 탄생시켜 주신 건 작가님이고, 제가 연기하는 익준이 많은 분들에 사랑받을 수 있게 화면에 담긴 건 감독님의 연출 덕이거든요. 저는, 제 몸이 제가 맡은 역할을 사람들에 전달하는 매개체라 생각해요. 제 장점을 잘 살린 연기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어떻게 하면 저를 잘 활용해 익준의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할 수 있을지 매번 연구하려 했어요.

Q. 전미도, 정경호, 유연석, 김대명 등 ‘99즈’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조정석:
모든 배우와의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메이킹 영상에서도 배우들 간 호흡과 현장 분위가 좋은 게 잘 전해졌을 것 같아요. 모든 배우가 각자의 캐릭터와 정말 잘 맞았거든요. 김대명은 뜬금없는 파이팅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고, 전미도는 자신만의 분위기로 주위를 편하게 해줬어요. 정경호는 심각한 분위기도 유연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고, 유연석에게는 막내여도 모두를 잘 이끌어 줄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졌죠. 촬영이 끝나니 ‘99즈’ 배우들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Q. 신원호 감독에게 전미도의 캐스팅을 추천했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호흡을 맞춘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조정석:
미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채송화’ 캐릭터에 정말 잘 맞는 배우예요. 미도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오래 전 한 공연에서 봤던 미도의 연기가 인상 깊었거든요. 감독님도 오디션에서 미도가 송화에 가장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대요. 다섯 명의 주연 중 송화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봤는데 그걸 미도가 정말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 전미도라는 배우가 가진 많은 장점들이 송화 역에 딱 맞았거든요. 연기 잘하는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기를 할 때면 벅차고 짜릿해지곤 하는데, 미도는 물론이고 저희 배우 모두와 짜릿함을 느끼며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극 중 익준이 보여준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를 보고 어디까지가 애드리브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조정석:
대본이 98%, 애드리브가 2% 정도였을 정도로 애드리브 비중은 많지 않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는 ‘개구리 왕눈이’와 ‘샴페인’ 신이에요. 특히 샴페인 애드리브는 너무도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져서 예능신이 온 거 아닐까 생각했죠(웃음). 냉장고 문을 여는 장면도 리허설 때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즉흥적으로 해봤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대본에 나온 장면들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이익준 캐릭터를 만들어갔는데, 캐릭터 설정 자체가 너무나도 완벽했던 터라 많은 장면들을 더욱 재미있게 보여드릴 수 있던 것 같아요.

Q. 드라마를 통해 발표한 ‘아로하’가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얻었어요. 배우임에도 차트 1위에 오르는 건 남다른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조정석:
일단, 이렇게 잘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드라마의 힘이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었죠. 드라마 시작 전 감독님이 OST 한 곡을 부르게 될 거라 하셨는데, 평소에 정말 좋아하던 ‘아로하’여서 즐거운 마음으로 흔쾌히 참여했어요. ‘아로하’ 외에도 드라마에서 노래들을 부를 때 극 분위기에 맞추려 노력했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 팬 분들이 원하신다면, 팬 미팅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Q. 아내이자 OST 강자인 가수 거미가 음원차트 1위에 어떤 반응을 보여줬는지도 궁금해요(웃음).
조정석:
아내는 제 모든 작품을 애청자로서 늘 모니터해주는데, 이번 작품은 제 캐릭터에 집중하기 보다는 드라마 이야기와 에피소드에 빠져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아로하’ 음원이 출시되기 전에 먼저 들려줬는데, 계절과 잘 어울리는 곡이라며 많이 사랑받을 것 같다고 응원해줬어요. 정말 많은 힘을 얻었죠. 극에서 제가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를 부른 게 정말 좋다고 해주기도 했어요.

Q. 든든한 응원군이 있는 셈이네요.
조정석:
맞아요. 결혼하니 삶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져요. 결혼을 하고나서부터 산책을 좋아하게 됐는데, 아내와 함께 걷는 게 즐겁고 혼자보다 함께 할 수 있는 순간들이 행복해요.

Q. 배우 입장에서 주 1회 편성인 드라마가 어떤 경험으로 다가왔는지도 궁금해요.
조정석:
촬영장의 힘든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건 확실해요. 다만 주 1회 방송은 배우로서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음 내용을 빨리 볼 수 없어 아쉬웠어요. 무엇이든 장단점은 분명한 것 같아요.

Q. 극 중 명대사, 명장면이 많았어요. 특히나 인상 깊게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면.
조정석:
익순의 군부대 앞을 찾아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 제가 막내여서 여동생이 없는데, 그 장면을 촬영하며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가족애를 느꼈어요. 그 전에 익준과 익순의 랩 장면도 호흡이 잘 맞았는데, 군부대 앞 장면도 마찬가지로 서로 좋은 호흡을 주고 받아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그 외에도 마지막 회에서 익준이 송화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참 좋았어요. 여유가 담긴 고백이 정말 익준다웠거든요.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Q. 첫 아빠 역할을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올 여름에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요.
조정석:
시기가 맞물려서 정말 신기했어요. 그래서 이 역할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을 수도 있겠네요. 익준이라는 인물은 제가 생각해왔던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과 닮은 면이 많았어요. 익준이 우주를 대하는 태도나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연기하면서 저 역시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연기를 해보니 더욱 더 익준이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Q.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매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냈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조정석:
연이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고 또 감개무량해요. 작품을 선택하는 비법이 특별히 있는 건 아니에요. 결과물은 시청자 분들이 판단하고 선택해주시는 거니까, 저는 제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 작품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 다만 작품을 선택할 땐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시나리오를 최우선으로 둬요. 제가 극을 재미있다고 느껴야 더욱 최선을 다해 작품에 몰입하고 또 빠져들 수 있거든요.

Q.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연기 변신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조정석: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 흐름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유행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 독이 될 수 있으니 그런 것은 지양하고 있죠. 보편성을 갖고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고 할까요? 시대 흐름에 맞춰 감각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게 제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도 제가 맡은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연구할 거예요.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Q.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조정석:
예전에는 ‘믿고 보는 배우’, ‘영민한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수식어를 갖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 작품에서 익준을 연기하면서 저의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거든요. 저는 스스로를 '어떤 것'으로 한정 짓고 싶지 않아요.

Q.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이익준’이 시청자뿐만 아니라 ‘배우 조정석’에게도 많은 의미를 남긴 것 같아요. 
조정석:
작품에 참여할 때마다 역할과 목적을 분석하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익준도 마찬가지였는데, 많은 분들이 큰 사랑을 주셨어요. 요즘은 조정석보다 익준이로 더 많이 불릴 정도예요. 감사할 따름이죠. 저 역시 익준의 매력에 푹 빠졌고, 익준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한 것 같아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익준이를 표현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거든요. 무엇보다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 큰 의미로 남았어요. 여러모로 이번 작품은 제게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됐어요. 시청자 분들에게도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작품으로서 작게나마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 되길 바라요.

Q.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익준으로서 시즌2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정석:
작가님이 워낙 글을 잘 써주셔서 제가 특별히 바라는 내용은 없어요. 시청자 분들과 마찬가지로 시즌2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죠. 올 하반기 쯤 촬영을 시작할 예정인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에요. 시청자 분들의 사랑과 관심이 저희를 더욱 더 슬기롭게 만들고 있는 만큼, 더 많이 노력하고 준비해서 시즌2에서도 더욱 슬기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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