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해외에서 국내로 ‘U턴’하는 기업들이 늘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공급 차질을 경험한 기업의 절반 중 U턴을 고려하는 기업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신뢰도가 위협받으면서 기업 활동에 차질을 빚게 된 기업이 전체 응답 기업(157개)의 56.7%를 기록했으며, 향후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것이라 예상하는 기업도 전체의 48.4%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18~23일 설문조사기관 모노리서치를 통해 국내 비금융업 매출액 상위 기업 1000개를 대상으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가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자동차·자동차부품 제조기업이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자동차·자동차부품 제조기업의 66.7%가 기업 활동에 차질을 빚었고, 기계·장비 제조기업은 57.1%, 석유·석유화학제품 제조기업의 50.0%가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예상하면서도 그 중 37.4%의 기업은 별다른 대비책이 없다고 답했다. 변화를 예상하면서도 3곳 중 1곳은 아직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대책을 수립한 기업들은 공급망 지역적 다변화(21.2%), 협력사 관리 강화(20.2%), 내부 공급망 역량 강화(13.1%)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외 생산기반을 국내로 이전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3%에 불과했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를 예상한 비율이 높은 자동차·자동차 부품 제조기업(66.7%)과 석유·석유화학 제조기업(75.0%)의 경우 절반가량이 공급망의 지역적 다변화를 대비책으로 준비한다고 밝혔다.

특히 약 3만개의 부품으로 완성도는 자동차의 경우, 안정된 부품 공급은 곧 완성차 공장 가동과 직결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현대차의 공장이 가동 중단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선 뭉치 와이어링 하네스의 재고 소진 때문이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자동차 제조 업계에서는) 국내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코로나19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의 리스크 발생 시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국내 생산 비용이 그리 큰 것이 아닐 수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관측한 바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실제로는 국내 U턴을 고려하는 대신, 전세계 권역별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 공급 차질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비한 대책을 수립할 때 응답 기업의 24.3%가 기업 관련 규제 등 제도적 어려움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이들 기업은 이어 자금력 부족(22.4%), 정보 부족(18.7%), 인력 부족(18.7%) 등도 애로사항이라고 답변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할 경우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는 보호무역 기조 완화를 위한 국가 간 통상협력 강화(26.1%), 생산시설 디지털화·고도화 등 내부 공급망 역량 강화 지원(21.6%), 기업 관련 규제 완화(19.9%)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리쇼어링과 관련해 기업 3곳 중 1곳(32.5%)은 세제 혜택·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기업지원 제도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 규제 완화(24.8%), 판로개척 지원(20.1%), 리쇼어링 기업 인정 기준 확대(10.7%) 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기업의 리쇼어링 수요를 증가하고 활성화하려면 미국, 일본과 같은 과감한 지원과 동시에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해외로 이전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핀셋 지원으로 유턴 시 국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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