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지온.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배우 윤지온이 브라운관에서 보여주는 얼굴은 다양하다. ‘은주의 방’에서는 여심을 훔치는 연하남으로, ‘멜로가 체질’에서는 다정다감한 남동생으로 안방극장에 스며든 그가 이번에는 ‘메모리스트’에서 ‘동백져스’의 막내형사를 맡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기자로서 그에게는 극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힘이 있다. 스스로를 두고 “더 성장하고 싶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새싹”이라고 평한 윤지온.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점을 극대화 해가는 배우. 그의 가능성과  미래가 점점 또렷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Q. ‘메모리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윤지온: 
작년 말에 촬영을 시작했던 작품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새해가 왔다는 걸 느낄 겨를도 없이 작품만 찍었던 것 같아요. 현장이 정말 화기애애했는데, 친절했던 배우들과 스태프 분들 덕분에 저 역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그 덕에 저도 웃음이 많아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어요. 원래도 밝은 기운을 가진 사람이었지만요(웃음).

Q. 드라마가 종영해서 여유가 생겼을 것 같아요.
윤지온: 
코로나 때문에 사회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 보니 운동도 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집에만 있으면서 요리 해먹고 그러다 보니 살이 조금 쪘어요. 사실 원래 ‘집돌이’이긴 한데, 요즘은 더욱 더 집에만 있어요. 넷플릭스를 자주 시청하고 유튜브도 보면서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Q. 이제 ‘메모리스트’의 오세훈은 잘 떠나보냈나요(웃음).
윤지온: 
아직은 진행 중이에요. 제가 캐릭터에 오래 질척거리는 편이거든요. 하하. 작품을 맡은 뒤 캐릭터를 접하면 그 인물에 점점 동화돼서, 빠져 나오는 시간이 꽤 걸리곤 해요.

배우 윤지온. 사진. 구혜정 기자

Q. 극 중 ‘동백져스’의 호흡이 돋보였어요.
윤지온: 
(유)승호와 고창석 선배님은 이전에 함께 작품을 한 적이 있대요. 하지만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두 분과 합을 맞추는 터라 염려가 됐었는데, 오히려 저를 많이 배려해주셔서 쉽게 어울릴 수 있었어요. 정말 많이 친해졌는데 오히려 드라마에는 그 호흡이 덜 드러날 수밖에 없던 터라 아쉬움도 남아요. 요즘도 연락을 자주 나누곤 해요. 서로 보고 싶어 하고 있죠. 하하.

Q. 전효성과는 미약하게나마 로맨스 기류를 타기도 했죠.
윤지온: 
그런 내용이 저희에게 담길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웃음). 전효성 누나의 팬이었던 만큼 쑥스러웠죠. 제가 군에 입대했을 때 누나가 시크릿으로 데뷔를 했었거든요. 원래 저는 아이돌 분들을 잘 모르는데 군대에 있는 동안에는 선임, 후임들이 음악방송을 워낙 많이 봐서 저도 시크릿이 나오면 반가워하곤 했어요. 그런 만큼 전효성 누나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기뻤어요.

Q. 유승호, 고창석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윤지온: 
두 분은 상대 배역에 대한믿음을 바탕으로 연기를 하셨어요. 덕분에 저도 함께 좋은 호흡을 맞출 수 있었죠. 현장에 도착하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을 통해 서로 합을 맞춰보곤 했어요. 워낙 연기를 잘 하시는 선배님들인 만큼 저 역시도 믿고 열심히 따라갔어요.

Q. ‘은주의 방’의 소재현 감독과 이번 작품을 통해 두 번째로 만나게 됐어요.
윤지온: 
저도, 감독님도 서로 뿌듯해 한 것 같아요. ‘은주의 방’은 저의 첫 작품이자 소재현 감독님의 첫 연출작이었어요. 제가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감독님이 ‘은주의 방’ 이후에 서로 성장해서 다시 만난 것인 만큼 뿌듯함이 가장 컸어요.

배우 윤지온. 사진. 구혜정 기자

Q. 극 중 오세훈이 밝은 성격을 가진 캐릭터인 만큼 극 분위기가 무거워졌을 때 균형을 잡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자칫하다가는 극의 분위기에서 혼자 겉돌아 보일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으니까.
윤지온: 
최대한 대본에 충실하려 했어요. 후반부에 어두운 장면들이 나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훈이의 밝은 모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세훈이는 감정 표현에 솔직한 인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슬픈 장면에서 더 슬픈 모습을 보이는 게 세훈이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렵거나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감독님도 ‘네가 믿고 연기하면 된다’, ‘혹시라도 과하거나 넘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걸 조율해줄 수 있는 게 연출의 몫이니 편하게 하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시곤 했어요. 현장에서 배우들을 많이 믿어주신 덕분에 분위기도 자유로웠죠.

Q. 캐릭터 구축에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윤지온: 
세훈 캐릭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동백져스’의 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문에 감정 표현보다는 그 사람들에게 집중하려 했어요. 후반부에 동백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쏟는 장면이나, 반장님이 사고를 당한 뒤의 세훈이의 모습들은 제가 그들의 관계성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해요.

Q. ‘메모리스트’는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데, 웹툰에서 참고하려한 부분이 혹시 있었나요?
윤지온: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와 톤 앤 매너를 참고했어요. 특히 ‘동백져스’의 관계에 대해 많이 살피려 했죠. 나만의 오세훈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분석해 연기하려 했어요. 웹툰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인물 간의 호흡과 케미스트리에 집중했죠.

Q. 과거 인터뷰에서 작품을 할 땐 예민한 편이어서 잠을 잘 못 이룬다는 말을 했던 걸 봤어요.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는 어땠나요.
윤지온: 
역시나 잘 못 잤어요. 연기에 대한 걱정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촬영 중에는 당연히 예민해지기도 하고, 다음날 촬영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하며 대본을 보고 집중을 하다 보니 잠을 잘 못 이루는 편이에요. 이번 작품 역시 모니터링을 하니 아쉬운 점이 보이더라고요.

배우 윤지온. 사진. 구혜정 기자

Q.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반응과 관계없이 자신의 연기에 늘 아쉬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번 오세훈 캐릭터 역시 좋은 반응이 많았지만, 본인의 결과물에 만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윤지온: 
예전에는 연기에 대해 수줍음이 많았어요. 지금도 비슷하지만요. 외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출중한 분이 많다 보니 저는 너무나도 평범하게 느껴지거든요.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도, 지금도 늘 제게 엄격하고 앞으로도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는 관대해질 필요도 있겠지만, 제가 제 자신에게 만족하면 성장을 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Q. 하지만 너무 몰아붙이다간 쉽게 지칠 수 있어요.
윤지온:
맞아요. 그래서 제 스스로 저를 칭찬하려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쉽지가 않아요. 칭찬을 하면 바로 부끄러워지거든요(웃음). 주변에서도 칭찬을 해주시면 부끄러워서 반응이 쉽게 나오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가족들의 칭찬은 잘 받아들여요. 부모님은 항상 제 편이니까 ‘우리 아들이 최고다’라고 해주시고, 저희 형은 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메모리스트’ 재밌더라”, “그래서 지우개가 누구냐”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앞에선 무뚝뚝해도 뒤에서 저를 잘 챙겨주는 게 느껴져서 고마워하고 있어요. 하하.

Q. 20대를 무대에서 보냈다면 30대는 브라운관에서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어요.
윤지온: 
공간은 바뀌었지만 연기를 한다는 것 같아서, 큰 차이를 느끼지는 않아요. 다만 건강을 챙기기 위해 영양제를 열심히 챙겨먹고 있어요. 그리고 무대 연기는 표정과 표현이 큰 편인데 매체 연기는 카메라로 제 얼굴이 세세하게 잡히기 때문에 작은 표정만으로도 감정이 표현되더라고요. 그런 만큼 행동을 전보다는 줄여서 연기하고 있어요.

Q. 이젠 카메라 연기에도 적응이 됐겠네요.
윤지온: 
그래도 늘 카메라 앞에서는 떨려요. 무섭지는 않지만, 저도 모르게 경직이 되더라고요. 단역 시절에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저 카메라가 나를 어디까지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스태프들이 저에게만 집중하는 것에 긴장이 많이 되곤 했어요.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반장님으로 나오셨던 고창석 선배님은 제가 이런 고민을 이야기할 때면 “잘하고 있으니까 괜찮다”며 응원을 해주세요.

배우 윤지온. 사진. 구혜정 기자

Q. 브라운관에 진출한 연극, 뮤지컬 출신 배우들이 많아요. 선배들의 연기나 행보를 보면서도 배울 점들을 여럿 느꼈을 것 같은데.
윤지온: 
고창석 선배님도 무대에서 연기를 해 오신 분이라 선배님이 연기하는 걸 열심히 보곤 했어요. 선배님의 캐릭터가 워낙 뚜렷하신 만큼 선배님의 결을 따라가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여유롭고 능청스럽게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은주의 방’에서는 연하남으로서의 매력을 보여줬고 ‘멜로가 체질’에서는 성 소수자이자 코믹한 극의 분위기에 맞게 연기를 선보였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밝고 귀여운 막내 형사로 호평 받았죠. 앞으로도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을까요?
윤지온: 
그 동안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오세훈 역할을 맡으면서 그 캐릭터로부터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제게 큰 힘이 됐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선배의 조언과 동료 배우들과 호흡,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메모리스트’를 통해 얻은 것들이 많네요.
윤지온: 
모든 작품을 하면서 영향을 다 받아온 것 같아요. 과거에 독립영화에서 상당히 나쁜 인물을 맡았었는데, 그 작품을 한 뒤 사람들을 만날 때면 제가 웃을 때 섬뜩하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반면에 이번 작품은 제게 긍정적이고 밝은 힘을 줘서 평소보다 더 웃음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메모리스트’는 제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새싹 같은 배우예요. 더 성장하고 싶고, 성장 가능성이 있죠. ‘메모리스트’는 새싹에게 좋은 비료와 좋은 거름을 준 고마운 작품이에요.

Q. 앞으로는 더욱 잘 자라날 새싹이 되겠죠?(웃음).
윤지온: 
그럼요. 앞으로는 어떤 장르가 됐든 간에 윤지온이라는 이름을 보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싶게 하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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