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최고경영자. 사진. LG화학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LG화학이 잇단 사고와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금조달과 기업 경영 평가에 경고등이 켜졌다. LG화학은 최근 연달아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환경안전 강화 대책을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LG화학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차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일 LG화학 인도 현지법인인 LG폴리머스 인디아에서 대규모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아동을 포함한 최소 12명이 목숨을 잃고 피해자는 수천명에 달한다. 지난 19일에는 서산 LG화학 촉매센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또 다시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19일 사고가 발생한 대산공장은 지난 1월에도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경영진은 매번 사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친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해에도 환경‧노동 관련 리스크(위험)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LG화학이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한 특정 ESS(배터리) 제품으로 인해 잇달아 화재가 발생하면서다. 지난해 2월 정부는 2차 조사 결과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가 원인이라고 특정했다. 지난해 4월에는 여수국가산업단지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이 대기오염물질 배출수치를 4년 동안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LG화학은 총체적으로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과 함께 외부 자금 등 투자금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가 투자의사 결정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안전사고 발생으로 인해 E(환경)와 G(사회) 관련 위험성이 부각되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의 CEO인 사이러스 타라포레발라는 ESG경영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고 못박기도 했다.

KCGS(한국지배구조연구원)은 ESG 분기 평가에 LG화학의 안전사고 여파를 반영할 예정이다. KCGS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중대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분기별로 ESG 등급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LG화학의 안전사고는 오는 7월 등급 조정에 반영될 예정이며 환경과 사회 분야의 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LG화학은 환경부문 평가에서 C등급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번 안전사고가 사회부문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면 종합 등급이 B+에서 하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등급은 결국 기업의 위기 관리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인도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를 인도 국립재난대응기구(NDRF)는 '화학재해'로 규정했으며 인도환경재판소의 공탁 명령에 따라 LG화학은 5억루피(약 81억원)를 공탁한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공장 폐쇄까지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LG화학은 사고를 유발한 스티렌모노머(SM)를 한국으로 옮기는 중이다. 사고 발생으로 인해 결국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이미 LG화학은 앞선 투자들로 부채가 크게 늘어나 재무건전성도 저하된 상황이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부채비율은 113%로, 지난해 1분기 81.4%에 비해 31.6%p 급증했다. 부채가 5조6920억원 늘어나면서다. 차입금도 4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차입금의존도 역시 37.1%에서 59.5%로 크게 늘었다.

나아가 고용노동부는 LG화학의 공정안전관리(PSM)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고용부의 공정안전관리제도에 따라 중대산업사고 발생사업장은 사고발생 즉시 'M-' 등급으로 강등돼 연간 두 차례 안전점검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기술지원도 받게 됐다. 고용부는 이달 중 LG화학 대산공단 내 사고조사와 관련한 특별점검을 진행한 후 전방위 산업시설로 점검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소잃고 여러번 외양간 고친 LG화학, 이번에는?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LG 구광모 회장까지 나서서 대산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신학철 LG화학 대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방침과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LG화학은 모든 사업활동에 환경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경영방침을 전 조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LG화학은 전세계 40개 모든 사업장(국내 17개, 해외 23개)을 대상으로 6월 말까지 한 달간 고위험 공정 및 설비에 대해 우선적으로 긴급 진단에 착수한다. 긴급 진단에서 나온 개선사항에 대해서 LG화학은 즉각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만약 단기간에 조치가 어려운 공정 및 설비에 대해서는 해결될 때까지 가동을 잠정 중단할 계획이다.

또한 사내 환경안전 및 공정기술 전문가와 외부 환경안전 전문기관이 함께 전담 조직을 구성해 정밀 진단에도 나선다. LG화학 측은 현재 전담 조직에 참여할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번 긴급 및 정밀 진단을 통해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 리스트를 도출하고,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둔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CEO주도로 글로벌 톱 수준의 환경안전 기준을 재정립해, 전세계 사업장이 현지 법규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준에서 관리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매월 2회 CEO주관으로 각 사업본부장, CFO(최고재무책임자), CHO(최고인사책임자), 환경안전담당 등이 참석하는 특별 경영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 △긴급 및 정밀진단 진행사항 점검 △ 투자검토에서부터 설치 및 운전단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프로세스 혁신 △ 환경안전 예산 및 인사/평가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 등을 검토하고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LG화학은 설계 단계부터 안전성이 완벽하게 확보되지 않은 투자는 규모와 상관없이 원천 차단될 수 있는 IT시스템을 국내는 올해 말까지, 해외는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환경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연간 약 2000억원 집행하고, 올해는 필요 전문 인력 확보와 국내외 환경안전 관련 조직 재정비에 집중하여 모든 사업활동에 환경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경영방침이 전 조직에서 확실하게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환경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은 절대 추진하지 않으며, 현재 운영하는 사업도 환경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수까지도 고려할 것”이라며 “철저한 반성을 통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사업과 환경안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한층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학철 대표 체제가 2년 차를 맞이한 가운데 외부 영입 CEO의 재발방지 대책이 실효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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