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가영. 사진. 키이스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제 인생의 반을 일만 했어요. 일을 빼고는 저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역부터 꾸준히 성장 계단을 밟아오던 배우 문가영은 일이 곧 자기 자신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2006년 ‘스승의 은혜’로 데뷔, 알찬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2016년  ‘질투의 화신’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더니 이듬해  ‘명불허전’과  ‘위대한 유혹자’를 거쳐 ‘그 남자의 기억법’이라는 인생작을 만났다.  그는 일에 매몰된 자신을 발견했고, 어느 순간부터 ‘나’를 알아가는 것에 몰입하게 됐단다. ‘나’를 배워가며 연기자로서 새로움을 끝없이 경험하고 싶다는 문가영은 모두가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를 꿈꾼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배우 문가영에게 확실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Q. 지상파 첫 주연 작품('그 남자의 기억법')을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문가영:
지상파 첫 주연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부담도 있지만 설렘도 컸어요. 기다렸던 기회인만큼 잘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죠. 생각보다도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끝내고 만족한 적이 없어서 아쉬움이 늘 공존해요. 그리고 원래 종영하면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번 현장은 ‘섭섭’만 남았어요. 제가 맡았던 하진이에 대한 애정이 정말 컸고, 스태프 분들에게 정이 많이 들어서 그분들과 헤어진다는 게 유독 힘들더라고요. 

Q. 작품에 애정이 크다는 게 느껴졌던 게 극 중 캐릭터로서 직접 SNS를 운영했다는 것이었어요. 여하진이 실제로도 존재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죠.
문가영:
감독님을 처음 뵐 때부터 여하진이 SNS 스타니까 제가 직접 SNS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계정을 2개 운영하는 게 미숙해서 하진이 계정에 올릴 게시물을 본 계정에 올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죠(웃음). 그렇지만 하진이의 SNS를 운영하다보니 작품을 사랑해주는 분들이 많다는 걸 실감해서 좋았어요. 많은 분들이 저희 드라마 속 세계에 이렇게까지 몰입해주셔서 기뻤고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장르에서는 남자 캐릭터가 더 사랑받기 쉬운데, 하진이도 여자 팬 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하진이의 SNS는 계속 열어둘 생각이에요.

배우 문가영. 사진. 키이스트

Q. 여하진이 사랑스럽다는 반응이 정말 많았어요.
문가영:
하진이를 만들면서 세웠던 가장 큰 목표는 ‘작품이 끝났을 때 문가영 외에는 대체 배우가 생각나지 않게 하자’는 것이었어요. 그게 잘 이뤄졌는지는 모르지만 하진 캐릭터만큼은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죠. 기뻤어요. 저도 정성을 쏟으려 노력했는데, 그 덕에 하진이를 앞세워 저도 함께 많은 사랑을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Q. 여성 팬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죠. 20대 여성의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는 말도 나왔어요.
문가영:
제가 느낀 하진이의 매력을 함께 느껴주신 것 같아요. 하진이는 솔직하고, 굉장히 능동적이에요. 멜로에 있어 흔치 않은 캐릭터죠. 1, 2부 대본을 처음 봤을 때에도 남성 중심이기보다는 하진이의 서사가 강력해서 매력을 느꼈거든요. 제 서사를 이끌어가며 나 자신이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것들, 그런 점이 요즘의 20대에게는 가장 중요한 지점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하진이에게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Q. 여하진의 적극적인 모습이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실제 문가영은 배우라는 직업 특성 상 행동에 제약이 뒤따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문가영: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평소에 수동적인 편은 아니거든요(웃음).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여성캐릭터의 성향을 눈여겨보곤 해요. 저는 늘 여성 중심 서사를 갈망하고 있거든요. 물론 이건 남배우도 같겠지만요. 배우로서의 욕심인 거죠.

배우 문가영. 사진. 키이스트

Q. 수동적인 편이 아니라는 말에 공감했어요. 실제로도 SNS를 통해 사회 이슈에 대한 솔직한 목소리를 내는 스타 중 한 사람이죠.
문가영:
저는 평소에도 제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는 편이긴 해요. 나중에 나이가 들면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제 생각을 밝히는 건 중요하다 생각해요. 

Q. 평소에 책도 많이 읽는 편이잖아요. 자신의 생각이 올곧게 서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문가영:
원래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고는 해요. 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크죠. 책으로 많은 것들을 접하고 있어요. 

Q. 11살 때부터 연기를 해왔어요. 어릴 때부터 꾸준히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는데,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이 무엇일지 궁금해요.
문가영: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웃음). 감사하게도 꾸준히 일을 하게 되는 행운이 있었어요.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을 꾸준히 해온 것 같아요. 지금 가장 애정이 쏠린 건 ‘그 남자의 기억법’의 하진이에요. 맨 마지막에 한 작품이 늘 가장 큰 여운으로 남더라고요.

배우 문가영. 사진. 키이스트

Q. 어린 나이부터 일을 해온 만큼 연기가 문가영이라는 사람의 일부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가영:
저는 늘 일이 1순위였어요. 일 자체가 제 인생의 반을 차지할 정도죠. 일을 빼면 저를 설명할 수가 없어요. 항상 일이 우선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한 우물을 나름 오래 파고 있다 보니 그에 대한 장점도 충분히 있거든요.

Q. 일 외에도 다양한 취미들을 즐기고 있죠. 승마, 다이빙, 플롯 등 여러 가지 특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해요.
문가영:
작품들 덕에 얻은 취미들이에요. 승마는 사극을 하면서 배웠고 다이빙은 잠수 신을 위해 연습하다 자격증을 땄어요. 악기는 음악가인 엄마의 영향이 가장 컸죠. 배우라는 직업군을 잘 활용한 것 같아요. 평소에도 배우는 걸 좋아해서 끊임없이 일을 만드는 편이에요. 요즘은 촬영 중 서점에서 발견한 코바늘 책에 빠져서 유튜브를 통해 코바늘을 배우고 있어요. 흐흐.

Q. 뭔가를 배우고 익히려면 집요한 집중력이 필요하잖아요. 평소에도 어떤 것에 잘 몰입하는 편인가요?
문가영:
그런 편 같아요. 스스로도 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런 게 연기에는 좋은 영향을 주더라고요. 제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 때도 있지만 취미를 통해 연기와 관련된 간접적인 것들을 많이 얻어가고 있어요.

배우 문가영. 사진. 키이스트

Q. 연기를 통해 취미를 얻어간다고 했는데, 역으로 취미에서 연기로 발전시키고 싶은 것도 있을지 궁금해요.
문가영:
취미보다는 개인적으로 원하는 게 있어요.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맡아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학생이거나 아니면 직업이 없는 사극 혹은 귀신 역할을 했어요. 이번 ‘그 남자의 기억법’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직업군이었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직업을 연기로서 표현해보고 싶어요. 경찰,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욕심이 나요. 직업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니까, 그것들을 통해 제가 좋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인생의 반이 연기였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서 묻고 싶어요. 아역배우라는 경력이 지금의 문가영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경력자라는 점에서 완벽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연기에 있어 자신감을 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문가영:
아직 많은 분들이 저를 신인배우로서 봐주시는 편이에요. 그 덕에 부담의 가림막이 되어주고 있죠. 다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많은 분들이 제 이전 경력들을 알아주시면, 그에 걸맞은 책임이 생길 것 같아요.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요.

Q. 이제야 기회가 왔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지 궁금해요. 아역배우로 꾸준히 활동해 왔지만 신예배우로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니까, 그런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문가영:
어렸을 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또래 친구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주위 분들도 제가 빨리 성장하기를 재촉했거든요. 저 역시 그런 것들에 휘둘리면서 성과를 빨리 이뤄내고 싶다는 강박이 생긴 적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바뀌더라고요. ‘그 남자의 기억법’을 통해 스물다섯 문가영을 남긴 거니까, 앞으로 나이에 맞는 기록들을 남기고 싶어요. 주목받는 걸 기회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삶에 더 욕심을 부리게 될 것 같아서 그러지 않으려고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어요. 의연해지려고 하죠. 앞으로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배우 문가영. 사진. 키이스트

Q. 스스로에게 ‘그 남자의 기억법’은 어떻게 남았나요?
문가영:
많은 분들이 작품 속 제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어요. 저도 나이가 들면 25살의 저를 ‘그 남자의 기억법’으로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제게 ‘그남자의 기억법’은 마음이 아리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해요. 제 인생에 있어 정말 필요한 시기에 최적의 타이밍으로 와준 작품이거든요. 시간이 지나도 뭉클함과 아련함이 남을 작품일 것 같아요.

Q. 과거 인터뷰에서 ‘틀에 박힌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다음 작품에서 해보고 싶은 새로운 도전이 있을까요?
문가영:
아직 차기작이 결정되진 않있지만, 일부러 하진이와 정반대의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걸 하고 싶고 틀에 박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늘 같아요.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 색다른 매력을 가진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빨리 표현하고 싶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액션연기도 꼭 해보고 싶어요. 몸 쓰는 걸 원래 좋아하거든요. 아역 때에도 액션스쿨을 오래 다녔던 만큼 액션연기를 하게 된다면 꼭, 잘해내고 싶어요.

Q. 인터뷰를 하면서 연기가 삶 전체에 스며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어쩌면 일을 빨리 시작했기 때문에 평범한 생활 역시 빨리 포기한 셈이기도 하죠. 자아를 찾아가야 하는 청소년 시기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만큼 혼란스러운 시기도 겪었을 것 같은데.
문가영:
그래서 요즘 제 최대 관심사가 바로 저예요. 이전까지는 배역을 통해 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전문적으로 직업을 가진 만큼 ‘문가영’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으니 배우로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 만큼 저를 표현할 시간은 부족했던 거죠. 저조차도 끊임없이 일만 하다 보니 제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그저 남들에게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고 싶은 강박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저를 알아가려 해요. 쉴 때는 제가 좋아하는 걸 해보려 하죠. 뭔가가 하고 싶어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보려 하고, 틈틈이 저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고 있어요.

배우 문가영. 사진. 키이스트

Q. ‘나를 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문가영:
구체적인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어느 순간부터 버겁더라고요. 어릴 때에는 철들었다, 애어른 같다, 성숙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렸어요. 모든 사람에게 ‘예스 걸’이고 싶었죠. 하지만 제가 클수록 그게 힘들게 느껴졌고, 제가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 작품에서 하진이를 연기하면서도 제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걸 배웠죠. 그런 식으로 점점 제 생각이 바뀌어간 것 같아요.

Q. 나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한 결과가 궁금해지네요. 이제는 ‘문가영’이 누군지 확실히 보이나요.
문가영:
하하, 아직은 알아가는 단계예요. 친해지고 있다고 할까요? 생각보다 제가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더라고요. 표현을 안 했을 뿐이었어요. 맨날 ‘예스’만 하니 ‘노’가 힘들었는데, 한 번 해보니 익숙해졌어요. 지금도 이렇게 익숙해지는 과정의 연속이에요. 생각보다 뭔가를 집요하게 해내는 구석이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아가는 것처럼, 지금도 하나씩 저를 배워가고 있어요.

Q. 나를 알아가는 게 배우로서의 성장과도 맞닿은 느낌이 드네요.
문가영:
배우로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꿈이에요. ‘문가영이 나오면 당연히 좋은 작품일 거야’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배우를 넘어 사람 문가영으로서도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욕심이 커요. 배우 문가영이자 사람 문가영으로 좋은 인식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싶거든요. 늘 꿈꾸고 있는 이상향이어서, 꼭 이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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