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작, 정다빈
[인터뷰] 시작, 정다빈
  • 김예슬 기자
  • 승인 2020.05.22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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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면서 성장하는 배우 될 것"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아이스크림 소녀’로 익숙한 아역배우 정다빈이 강렬한 변신에 나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을 통해 청소년 성범죄의 중심에 선 민희를 맡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그는 쉽지만은 않은 역할을 제 옷을 입은 것처럼 꼭 맞게 소화했다. 아역을 넘어 성인 연기자로 첫 신고식을 마친 정다빈은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배우를 꿈꾼다. 스물하나, 정다빈의 배우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Q. ‘인간수업’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처음 경험하게 됐어요.
정다빈:
평소에 즐겨보던 플랫폼인데 그 안에 제가 나오게 돼 영광이었어요. 설렘 반 걱정 반이기도 했죠. 넷플릭스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보는 플랫폼인 만큼, ‘인간수업’이 다루는 현실적인 사회 문제가 한국을 넘어 여러 나라에서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Q. 사회 문제가 가감 없이 ‘인간수업’에 담겼어요. 청소년과 범죄 등의 묘사가 사실적이었던 만큼 처음 대본을 봤을 때도 놀라웠을 것 같아요.
정다빈:
어렵고 또 충격이었어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제가 성인이 되고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대본을 받았었는데, 10대들이 할 만한 말들이 대본에 그대로 적혀있는 걸 보고 그 생생함과 현실적인 느낌에 놀랐어요. 어떤 걸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몇 번이나 다시 봤는데, 어떤 의미를 남기려 하는 게 느껴져 정말 좋았고 또 마음이 무거웠어요.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Q. 작품으로도, 캐릭터로도 ‘인간수업’은 큰 도전이에요. 특히나 성범죄의 중심에 선 민희를 맡은 만큼 부담감도 느꼈을 법한데.
정다빈:
처음 대본을 봤을 땐 가족들과 주위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부모님은 할 수 있겠냐며 제게 여러 번 물어봐주셨고, 감독님 역시 부모님께 허락 받았냐고 여쭤본 게 제게 하신 첫 질문이었어요. 부담감도 많았지만, 책임감도 컸어요. ‘인간수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정말 잘 와 닿았고, 누군가는 꼭 해야 할 말이라고 느꼈거든요. 이 작품이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중간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많은 준비를 거쳐 촬영에 임했어요.

Q. 과거 ‘아이스크림 소녀’로 알려졌던 만큼 이미지 변신에 대한 반응이 여럿 나왔어요. 가장 좋았던 반응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정다빈:
‘얘가 걔였어?’라고 해주시는 게 가장 좋았어요. 아이스크림 소녀였다는 걸 나중에 알아주시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반응이었어요. 특히나 대사에 욕이 많았던 터라 어색해 보일까봐 걱정했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괴리감 없이 잘 봐주셔서 뿌듯했어요. 욕설이나 흡연 연기처럼 기존에 안 해본 걸 시도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낀 것들도 많았는데, 주위 분들은 작품을 보신 뒤 ‘고생 많았겠다’, ‘잘했다’며 안아주셔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Q. 작품 속 캐릭터들이 범죄로 얽힌 만큼 절대 미화되면 안 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 인물을 이해해야 했던 만큼 힘든 부분도 있었겠다 싶어요.
정다빈: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도통 되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이해를 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 만큼 상황에 집중하려 노력했어요. 감독님, 작가님, 배우 모두가 ‘절대 미화시키지 말고 캐릭터에 옹호되게 하지도 말자’는 이야기를 계속 나누곤 했어요. 저 역시도 민희가 처한 상황에 몰입하면 불쌍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는 했지만 절대 캐릭터를 미화시키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표현을 더욱 세게 하려 했고, 느끼는 대로만 연기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에서 민희 역으로 분한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에서 민희 역으로 분한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Q. 민희의 어떤 면을 강조하려 했나요.
정다빈:
민희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친구예요.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요. 저는 민희가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중간 입장인 만큼 갈등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만큼 감정 표현을 한 번에 강하게 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올리려 했죠. 저와는 다른 민희를 연기하기 위해 그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는데, 너무 과하게 준비하는 것보다 느껴지는 대로 연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 역시 제가 해나가는 방향이 맞는 거라고 하시면서 저를 믿어주셔서, 최대한 단순하게 인물에 접근하려 했어요. 

Q. 연기에 있어 참고로 삼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정다빈:
비슷한 소재의 독립영화나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기도 했고 배우들과 이런 문제에 대해 토론하며 연기를 준비했어요. 배우들끼리는 인물들이 이해되지 않는 게 당연하니 상황에 집중하고 우리 자신과 제작진을 믿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는 말도 여러 번 했어요. 그리고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정다빈:
제일 힘들었던 신이 있어요. 1회에서 제가 결박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제게는 첫 촬영이었거든요. 미처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랜 시간 촬영하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다만 많은 분들이 저를 믿고 기다려주셔서 좋은 장면을 만든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왕철(최민수)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민희에게 왕철은 자신을 알아주고 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왕철 앞에서는 애써 어른인 척 하지 않고 다시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행동했거든요. 그런 모습들이 제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어요.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Q. 또래 배우는 물론 선배 배우들 여럿과 호흡을 맞췄어요.
정다빈:
또래 배우들과 촬영한 건 이번 작품이 거의 처음 같아요. 작품 색깔이 어두운 만큼 즐겁게 촬영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배우들과 촬영하고 소통하는 게 제게는 큰 힘이 됐어요. 그리고 선배님들과 함께 하는 장면이 여럿 있어서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선배님들이 저를 믿고 기다려주시며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어요. 최민수 선배님은 민희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저의 성장을 도와주셨죠. 모든 배우 분들에게 다 감사드려요.

Q. 폭력적인 장면 등이 다소 높은 수위라는 지적도 나와요.
정다빈:
오히려 저는 만족해요. 강하게 보여드려야 경각심이 생기고 이런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작품에는 이런 문제가 10대의 이야기로 나오지만 결코 10대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에요. 미성년자 성범죄 외에도 여러 사회 문제가 나오는 만큼 많은 분들께서 경각심을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실제로도 ‘인간수업’을 통해 사회 문제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반응도 나와요. 배우로서는 분명히 반가운 지점이죠.
정다빈:
저는 재미있다는 반응보다 찝찝하고 답답했다는 반응이 더 좋았어요. 그게 저희들이 ‘인간수업’이라는 작품을 만들면서 생각했던 방향성이거든요. 작품을 보신 모든 분들이 ‘인간수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에서 민희 역으로 분한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에서 민희 역으로 분한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Q. 아역 배우 출신인 만큼 ‘아이스크림 소녀’에 대한 여러 선입견이 있었을 텐데, 이런 것들을 ‘인간수업’을 통해 깨뜨린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배우 정다빈에게는 큰 도전이 됐을 법한데.
정다빈:
어렸을 때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는 걸 저 역시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우자고 생각하며 연기하지는 않았고, 작품의 내용과 촬영 현장에 집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많은 분들이 저를 ‘아이스크림 소녀’로 기억해주시는 걸 감사해하고 있어요. ‘아이스크림 소녀’는 쭉 간직하고 싶은 이미지거든요. 그런 만큼 이미지를 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인간수업’의 민희로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 저에 대한 생각도 다르게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Q. 실제 정다빈은 어떤 사람인가요? 
정다빈:
친해지기 전까지는 조용하고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에요. 친해지면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잘 웃는 성격이고요. 학교생활도 평범했어요. 처음에나 연예인이라고 신기해했지, 나중에는 제가 TV에 나오면 ‘아 맞다, 너 배우였지’라고 할 정도였거든요(웃음).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배우 정다빈. 사진. 넷플릭스

Q. 평범하게 지냈지만 학교생활과 배우생활을 병행한 만큼 늘 바쁜 일상을 보냈을 것 같아요.
정다빈:
생각해보니 아역배우 생활을 했던 터라 제대로 쉰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쉬면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면 즐거울 것 같거든요. 요즘 하고 싶은 건 요가예요. 요리를 배워보고도 싶고, 넷플릭스를 보니 영어공부도 하고 싶어졌어요.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최근 대학교도 휴학했어요. 하하. 많이 배워봐야죠.

Q. 연기를 통해 경험하고 싶은 새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다빈:
일단은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교복을 입을 수 있는 나이까지는 최대한 입고 싶거든요(웃음). ‘인간수업’이 강렬한 작품인 만큼 다음에는 풋풋한 분위기의 작품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도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Q. 필모그래피에서 ‘인간수업’이 남기는 의미도 남다를 것 같아요. 성인 배우로서 첫 작품, 첫 주연인데다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회이기도 하니까.
정다빈: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자 전환점이에요. ‘인간수업’에서 만난 인연들도 소중하고요. ‘인간수업’을 통해 오히려 제가 인간 수업을 받은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고 저에 대해 계속 물음표를 갖게 해줬거든요. 스무 살, 첫 성인이자 첫 주연 작품이 ‘인간수업’이어서 정말 행복하고 좋아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도 여러 가지를 도전하며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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