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공공기관 경영혁신 컨퍼런스에서 이상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경영평가 소위 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제공 : PSR 

[이종재 PSR 대표] 이번 주 공공기관들은 지난 2개월 이상 받아 온 경영평가 1차 결과를 받았다. 128개 평가대상 공공기관들에 대해 평가위원들이 기관별 항목별로 정리한 경평 중간보고서다. 6월20일 이전 최종 발표를 앞두고 부문별 평가에 이의가 있을 경우 소명에 활용된다.

올해 경영평가는 예년과는 크게 다르다. 사회적 가치구현 평가 두 번째 해로 전년보다 더욱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며 현장 대면으로 진행되던 실사는 비대면 화상으로 실시됐다. 평가받는 공공기관이나 평가위원 모두 경험하지 못한 평가방식이 최종 결과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고민에 빠진 당국

평가결과 발표에 평가위원이나 공공기관 못지않게 예민한 곳은 평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다. 1983년 이후 매년 실시하는 경영평가지만 올처럼 과정과 결과 모두 어렵게 이어지는 전례가 없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 대면 접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동 가능한 공공기관의 화상 시스템까지 동원해 평가는 마무리되고 있으나 발표가 문제다. 엄밀하게는 발표 이후 적용할 성과급이 가장 큰 고민이다.

공공기관들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최고 등급 S 에서부터 C등급 이상은 등급에 따라 적지 않은 차등의 성과급이 배정된다. 공공기관들이 매년 평가결과에 전사적인 관심을 집중하는 배경중 하나다.

정부가 결과발표를 고심하는 이유는 바로 성과급 지급여부에 있다. 코로나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내심 지원금 기부를 기대하는 정부가 공공기관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 2019년 경영실적에 대한 성과급이라 하더라도 쏟아질 비난 여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특히 예산주무부처로서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성과급이란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은 엄밀히 말해 정부 예산으로 배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급여항목으로 책정된 재정 범위 내에서 운용된다. 공공기관 운용재원으로 국민적 세금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경평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지급 실태와 평균임금 제도의 취지 등에 비춰 퇴직금산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배경이다.

하지만 올해는 법적으로 따질 문제만은 아닌 상황이다. 특히 기관장의 성과급은 매년 지급액 끝자리까지 발표된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비롯한 7개 기관장은 성과급만으로 1억원이상을 받았다. 해당 기관의 임직원들 역시 많게는 수천만원을 성과급으로 받는 등 등급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 총액은 연간 7천억 원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묘안을 짜낸다

당초 정부는 성과급 지급에 따른 부담으로 다양한 논의를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결과를 아예 발표하지 말자는 의견과 평가 결과를 성과급이 최소화되도록 하자는 논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공공기관 경영 전반을 평가한 지난 35년 이상 이어온 경영평가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견을 불러왔다.

올해는 성과급을 아예 지금하지 않는다는 계획도 논의됐다. 평가는 하되 성과급은 없다는 얘기다. 좀 더 설득력 있는 방안으로 성과급을 기부토록 유도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공기관은 사실 지난 2017년에도 상생 연대 기금으로 성과급을 일부 기부했었다. 국민적인 어려움에 공공기관이 함께 해온 전례가 없지 않은 것이다.

성과급의 기부에도 일정 직급 이상만 기부하는 방법과 해당 기관 자율적 결정에 맡긴다는 안이 제시됐다. 올해 전액 기부하되 내년도 성과급 산정에 일정부분 반영하는 안도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다. 올해 높은 평가를 받아 성과급을 기부했는데 내년에 등급이 낮아질 경우 올해 평가결과와 연동하는 방안이다.

경영평가의 취지를 살리고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사기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민적 비난까지 피할 수 있는 완벽한 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어떤 결정에도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만이 그나마 최적의 전제조건이다. 올해 성과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양대 노총의 공공기관 노조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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