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
‘매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희망

배우 박주현. 사진. 넷플릭스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주목받는 신예 박주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을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새로운 발견’이라는 호평을 얻은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으로서도, 연기자로서도 크게 성장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괴물 신인’이라 불리며 무서운 성장속도를 보여주는 박주현은 지금보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Q. ‘괴물 신인’이라는 찬사가 잇따르고 있어요. 뜨거운 반응을 체감하고 있나요.
박주현:
하하, 주변에서 평가를 너무 좋게 해주시더라고요. 극 중 제가 맡은 규리에 대해 매력있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뿌듯했어요. ‘인간수업’이 요새 ‘핫(HOT)’하다고 축하를 여기저기서 받기도 했죠. 해외 시청자 분들도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고 계세요. 응원을 받은 덕에 많은 힘이 났어요.

Q. 완성된 작품을 보고 어떤 소회를 느꼈나요.
박주현:
반년 간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들과 스태프, 제작사 분들이 많은 고민을 하며 신중하게 작품을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감회가 더욱 남달랐어요. 시청자로서는 흡입력을 느끼며 재미있게 봤죠.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Q.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 만큼 출연에 있어 고민도 있었을 법해요. 특히나 최근 N번방 사태 때문에 ‘인간수업’이 주목받을 정도로 현실과 밀접한 관계성을 보여줬죠.
박주현:
작품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어요. ‘인간수업’ 자체가 날것의 느낌인데다 소재도 민감하고 심지어 제 캐릭터는 범죄자이기까지 했죠. 그렇지만 이런 작품에서 이런 인물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면 정말 입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제게는 큰 시도였지만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정말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인간수업’을 찍었음에도 N번방 사건은 정말 충격이었어요.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비슷한 사건들을 많이 찾아봤지만 그 일은 정말 큰 충격이어서, 잘못에 대해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어요. 

배우 박주현. 사진. 넷플릭스

Q.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는 ‘인간수업’의 결말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박주현:
결말이 아쉽다는 후기를 보기도 했지만 저는 정말 만족했어요. ‘인간수업’이라는 작품 자체가 미화 없는 현실적인 작품이잖아요. 저지른 범죄에 대가를 치르는 게 저희 작품과 잘 어울리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Q. 배규리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나요.
박주현:
규리에게 다가가기 전에 작품을 먼저 이해하는 게 먼저였어요. 저희 작품이 다루는 소주제인 사회에 대한 공부가 정말 많이 필요했거든요. 배우들과도 토론을 자주 가지며 실제 사례를 찾아보곤 했어요. 사회 문제를 공부하며 규리에게 접근하려 했죠. 규리는 워낙 양면성이 강한 인물이어서 배우로서 중심을 잡는 게 중요했어요. 무표정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감정을 가진 신이 많았거든요. 감독님과도 규리가 이 장면에서 해야 하는 역할과 어떤 부분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규리를 만들어갔어요.

Q. 대본부터가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들었어요. 청소년 범죄 묘사나 실제 청소년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겼다는 평이 많았는데, 그런 만큼 범죄의 중심에 있던 규리에 어떻게 접근할지도 고민됐을 것 같아요.
박주현:
일단 대본에 디테일하고 섬세한 부분이 많아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사실 청소년 범죄든 일반 범죄든 간에 범죄 자체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하지만 이걸 연기해야 하는 배우로서는 범죄 묘사에 대해 걱정을 하면 오히려 연기에 독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인물에만 집중하려 했죠. 특히 규리는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어서 레퍼런스로 삼을 것도 없었거든요. 이 인물은 배우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이 크게 들어서 규리의 심리를 고민하고 규리가 하는 대사와 행동을 분석하며 규리를 구체화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에서 배규리 역으로 분한 배우 박주현. 사진. 넷플릭스

Q. 청소년 범죄를 다루는 것 자체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해요.
박주현:
처음 작품을 선택했을 때부터 각오한 부분이에요. 소재가 불편한 건 저 역시도 인정하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택한 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그 누군가가 제가 된다면 기꺼이 이런 현실을 전달하고 싶었죠. 작품을 봐주신 분들에게는 작게나마 저희의 메시지가 전해진 것 같아서 나름의 뿌듯함을 느껴요.

Q. 작품의 시의성과 현실반영에 대한 호평도 잇따르지만 신예배우들을 발굴한 것에도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요. 특히 ‘박주현의 발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죠.
박주현:
‘인간수업’을 촬영한지 1년여가 돼서 제가 잘 했을까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첫 주연 작품이어서 설레는 기대감도 있었어요. 피드백을 얻고 싶어서 리뷰들을 찾아봤는데 다행히도 좋은 후기가 많더라고요. ‘저 친구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냐’,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라는 글도 봤는데, 부담스러우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Q. 스스로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박주현:
촬영 당시에는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스케줄이 타이트하지 않았음에도 촬영 기간 동안 잠을 거의 못 잤죠. 밤을 샌 날도 많았어요. 촬영이 끝났을 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했어요. 하지만 계속 여러 번 돌려보니 제가 다른 선택을 해서 이것과는 다른 연기를 해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기도 해요.

배우 박주현. 사진. 넷플릭스

Q. 이번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이 잇따르는 건 박주현이라는 배우가 복합적인 면을 가진 규리 그 자체를 표현해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극 중 규리는 이해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쉽지만은 않은 캐릭터죠.
박주현:
규리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태도와 감정의 크기가 변해서 중심을 잡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이 친구가 진정으로 원하는 목적이 무엇이고, 진짜 모습은 어떤 건지에 대해 쉽게 파악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 작가님과 규리가 어떤 사람인지 자주 이야기를 나눴어요. 작품을 넓게 보고 그 안에서 규리를 섬세하게 만들고자 했어요.

Q. 규리와 찰떡이라는 반응도 많은데, 실제로 규리와 닮은 부분이 있을까요?
박주현:
저는 규리와 다른 부분이 많은 사람이에요. 규리는 굉장히 이성적인 친구지만 저는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은 감정적인 사람이거든요. 물론 그렇다 해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는 않지만요(웃음). 다만 외향적이고 사람을 잘 대하는 면은 닮은 것 같아요. 규리와 제가 닮은 면이 50%라면, 나머지 50%는 감독님과 제가 함께 만들어나간 거라 생각해요.

Q. 김동희, 정다빈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박주현: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어요. 정다빈 양은 서로 의지하는 사이였는데, 극 중 저는 범죄자고 다빈 양은 범죄의 중심에 선 인물이어서 감정 소비가 많았던 터라 응원을 자주 주고받았죠. (김)동희와는 서로 긴장감을 갖고 부딪혀야 하는 장면이 많아서 실제로도 규리와 지수처럼 지냈어요. 작품 이야기와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며 많이 친해졌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에서 배규리 역으로 분한 배우 박주현. 사진. 넷플릭스

Q. ‘인간수업’ 오디션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순간마다 지문과 감정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배우 스스로는 규리로 발탁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박주현:
처음에는 제가 무슨 작품의 무슨 역할인지도 모르고 오디션을 봤어요. 연기영상을 찍어 보냈는데 한 달 만에 연락이 와서 감독님을 뵈러 갔는데, 대본을 주시면서 바로 연기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즉흥 연기를 보시는구나 싶어서 바로 해보겠다고 했죠. 제가 제 자신을 믿는 스타일이거든요. 일단 해보는 모습을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 후에도 같은 대본을 다른 느낌으로 해보라고 하셨는데 그때마다 저를 믿고 바로 연기했어요. 임기응변이 뛰어나다고 보신 것 같은데, 감독님이 관심 있게 보신다는 건 느꼈지만 제가 규리라는 주인공을 맡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Q. 평소에도 연기에 즉흥적으로 몰입하는 편인가요?
박주현:
연극과 매체 연기를 다르게 접근하는 편이에요. ‘인간수업’에서는 전체적인 작품의 방향성을 보고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본 뒤 그 안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가 해내야 할 역할과 이 친구가 끌어나가야 할 스토리를 보며 몰입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 이 친구의 역할이 보이면서 성격이 보이고, 대본에서의 감정들이 제게 말을 걸어주는 느낌이 들어요.

Q. 연기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연기자의 꿈은 원래부터 갖고 있었나요.
박주현:
원래도 예체능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뮤지컬 ‘캣츠’의 영국 오리지널 팀이 내한했을 때 실제로 그 공연을 보고 연기에 대한 매력을 처음으로 느꼈어요. 연기에 몰입하느라 옆에 나오는 한글자막을 아예 안 봤을 정도였죠. 언어가 달라도 연기만으로 이해가 된다는 건 정말 소름 돋는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연기를 처음 접한 건 노래 때문이었어요. 하하. 주위에서 노래를 잘하고 싶으면 연기학원을 다니라 해서 가봤더니 연기가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캣츠’의 좋은 기억과 연기학원에서의 즐거움이 더해지면서 진로를 아예 연기자로 잡게 됐어요. 

배우 박주현. 사진. 넷플릭스

Q. 심은하와 강소라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있어요. 좋은 배우들을 닮은 만큼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주연으로 도약하는 성과도 거뒀죠.
박주현:
선배님들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저도 많이 들었어요. 존경하는 선배님들인 만큼 감사할 따름이에요. 저 역시 후배로서 더욱 더 열심히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에요.

Q. ‘반의 반’과 ‘인간수업’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면서 박주현이라는 배우를 더욱 주목하게 된 것 같아요. 단기간에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는데, 연기자로서 어떤 부분이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나요.
박주현:
저는 작품 속에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 사람의 가치관과 감정을 배운다고 생각해요. 대리로나마 경험하게 되면서 실제 견문도 넓어지고 타인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지죠. 연기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을 이해하게 됐는데, 그건 정말 좋은 변화라 생각해요.

Q. ‘인간수업’을 통해서도 많은 걸 느꼈을 것 같아요.
박주현:
배우 인생에 있어 첫 작품인 만큼 ‘인간수업’은 제게 의미가 커요. 감사하면서도 무게감을 느끼기도 하고, 부담되면서도 설레기도 해요. 사람 박주현으로서는 이 작품을 공부하며 연기적으로나 인간으로서도 많이 성장했죠. 연기자로서도 베테랑 선배님, 감독님과 작업하며 성장했지만 사회의 일원으로서 갖는 책임감이 커졌어요. 사회 문제에 대해 제가 해야 할 것들과 어떤 걸 회피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거든요. ‘인간수업’은, 저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한 작품이에요. 

Q. 앞으로 어떤 배우를 꿈꾸고 있나요.
박주현:
저는 제가 맡은 캐릭터들이 매력 있다는 말이 정말 좋더라고요. ‘예쁘다’, ‘잘한다’는 말보다는 ‘매력적으로 연기한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많이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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