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온드림 글로벌 아카데미 3기 학생들이 미국 현장학습을 떠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디어SR 정혜원 박세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최근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그룹 경영권의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아직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을 정몽구 회장으로 발표했으나 향후 정의선 수석 부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 공익법인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를 지주회사로 삼아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문제로 꼽힌다. 이럴 경우,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현대글로비스가 사들이면 순환출자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미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4.46% 보유하고 있어, 정몽구 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의 일정 부분을 공익법인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하면 지분율 5%까지는 상속‧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성실공익법인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정몽구재단은 현대글로비스(4.46%)와 이노션(9%)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비스 지분을 5.54% 이하로 기부받으면 증여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2018년 7월에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사익 편취 규제를 피하고자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대거 출연받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와관련,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기업분석 전문 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미디어SR에 “현대차의 경우, 경영권 방어의 일환으로 기업 소속의 재단에 계열사 주식 지분을 기부하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주식 지분의 상속은 세율이 65%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설립 목적에 맞게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총자산 대비 사업비의 규모가 미미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익성 판단의 간접적 지표가 되는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총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비중은 2019년 말 기준 2.69%에 불과하다. 개별 사업의 공익성은 인정되지만 재단의 공익성은 선진국 기준에 비춰볼 때 다소 부족하다는 '미흡'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 소속 공익법인은 연간 순 자산의 5%를 공익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산의 5%는 공익사업에 지출해야 공익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 미국의 사례지만 공익법인의 공익성 확보 기준에 대한 나름의 잣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내년부터는 총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이 최소 1%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가 새로 부과된다. 1% 지출이 충분해서가 아니라 1%조차 지출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의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2018년 기준 목적사업비 비중은 2.88%에서 2019년 2.69%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다만 공익목적 사업 수행 비용 자체는 2018년 204억에서 2019년 228억으로 24억원 가량 늘었다.

현대차그룹의 다른 두 재단, 물류산업진흥재단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현대차 정몽구재단보다 규모는 매우 미미하지만 목적사업비 지출은 총자산 대비 각각 117%, 225%에 달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재단의 투명성을 살펴보면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경우 주된 사업수익은 기부금품이 아닌 기타공익목적사업수익으로부터 얻어진다는 점을 확인 할 수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4.46%인 167만 1018주 보유하고 있고, 이노션 주식에 대해서는 총 9%에 해당하는 18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재단은 한마디로 이들 주식을 활용한 수익과 배당금으로부터 사업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지난해 304억원 가량의 사업수익은 82억원의 배당금과 222억원의 분배금으로 이뤄졌다.

아쉬운 것은 개인과 법인에 의존하지 않는 기부금품의 성격으로 인해 수입과 지출 명세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공익법인이 '기부금품 등의 수입과 지출 내역'이라는 명칭을 앞세워 주식이나 기타 소득에 대해서는 공시를 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발생한 수입과 소요되는 지출은 모두 기재해야 한다'는 회계상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투명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이사회 구성 관련 투명성과 이해관계자 소통에서는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홈페이지에 이사장을 비롯해 각 이사의 약력이 상세히 공개돼 있고, 공시사항과 감사보고서가 연도별로 알아보기 쉽게 정리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울러 연도별 목적사업비를 분야마다 그래프로 만들어 게시함으로써 재단측이 어떤 사업에 주력하는지도 파악하기가 용이했다.

이해관계자 소통 면에서도 충분한 자료와 질문사항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이 뒷받침되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

지배구조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사장은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자 현재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인 권오규씨가 맡고 있다. 권오규 이사장은 현대차와 특수관계인도 아니고, 각종 이슈에 있어 물의를 빚거나 별다른 논란을 일으킨 적도 없어 적절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나머지 이사진 가운데는 직전 5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낸 이형근씨를 제외하고는 법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인물은 없고, 강수진씨를 비롯한 나머지 이사는 의료나 법조 전문가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지난해 6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27억, 13억, 10억원을 출연해서 설립한 재단이다. 이 재단은 일부 스마트공장지원금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익은 영리법인으로부터 나오는 기부금으로 만들어졌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기부금의 수입과 지출 명세가 없었던 점에 비하면 우수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월별 기부금 지출내용과 지급처, 목적, 수혜 인원이 상세히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진은 직전 5년 계열기업 임원으로 근무했던 이원희씨와 박한우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법인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인물로 구성돼 있다. 오원석 이사장 역시 비리나 논란에 휩싸인 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홈페이지상 지난해 경영공시까지 올라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으며 이사장 약력이 게시돼 있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또한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측이 자료에 대한 협조가 미흡해 정보 수집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류산업진흥재단'은 위 두 재단에 비해 미흡한 점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현대글로비스가 2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이 재단은 우선 공시자료에 기재 오류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공익목적사업의 사업별 실적이 모두 `1`로 기재돼 공시만으로는 구체적 사업 비용 지출 내역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의도적인 것인지 단순 오류 또는 실수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사업수익 16억원 중 대다수는 영리법인기부금품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부금의 수입과 지출 명세가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과 마찬가지로 목적과 수혜 인원 등이 기재돼 있었다는 점이다.

지배구조는 비교적 양호했다. 심재선 물류산업재단 이사장은 운수업체인 공성운수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로, 부정적 이슈에 휩싸인 전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진 구성은 직전 5년 계열기업 임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김형호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법인과 직접적 관련이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홈페이지상 경영공시 기록이 2018년에서 멈췄다는 점이다. 또한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과 마찬가지로 이사진의 약력이 공개돼 있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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